온라인 커뮤니티의 발달로 ‘지성의 요람’ 대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여과 없이 퍼지면서 대학가의 저질 문화가 하루가 멀다 하고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과거에는 ‘부어라 마셔라’ 식의 술문화로 누구 하나가 죽어나가지 않는 이상 사건·사고들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면 최근에는 명문대 여부를 가릴 것도 없이 군기 문화나 성희롱 문화 등 믿기조차 어려운 다양한 실상들을 접하기 어렵지 않다.
 
최근 부산 모 대학교에서 벌어졌던 일이 알려지자 세상은 충격에 빠졌다. 이 대학교의 화학공학과 축구 동아리에서는 고사를 지내면서 액땜을 이유로 선배들이 신입생들을 도열시키고 청테이프로 묶어 못 움직이게 한 후 담배꽁초와 음식물 찌꺼기, 휴지, 가래 등을 넣은 막걸리통을 신입생들에게 뿌려댔다고 한다. 사실이 알려지자 학생대표는 사과문이랍시고 1주일 전에는 자신을 포함한 동아리 간부도 맞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신입생은 참석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를 정녕 모르는 것 같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저질 문화가 세상에 전해진 지 며칠 새 비슷한 사례가 속속들이 나온다. 충북의 한 국립대학교 신입생 학생회 때 20~30명의 신입생들에게 막걸리를 뿌려대는 사진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자 또 한 번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전북 익산의 한 대학교에서는 아예 교수까지 합세해 막걸리 세례를 벌였다고 한다. 부모님이 이런 인격모독적인 행위를 당하라고 비싼 등록금을 학교에 내고 자녀들을 맡기는 것은 아닐 테다.
 
집단적인 분위기를 틈탄 성희롱적 문화는 갈수록 도를 더 하고 있다. 최근 대전 한 사립대에서는 과 MT에서 채택된 조별 문구가 공개됐다. ‘조’를 이용한 저질스러운 이름은 차마 입에 담고 싶지도 않다. 여학생들도 많이 있었을 텐데 이런 성희롱적인 명칭들을 보란 듯이 공개적으로 채택하고 피켓을 들게 하는 것은 명백한 집단적 성희롱이다. 이런 명칭이 센스있다는 평가를 들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니 대학생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앞서 서울의 한 신입생 환영회에서는 게임을 하면서 노골적인 성행위를 떠올리게 하는 말과 몸동작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남학생 무릎에 여학생을 앉히고 하는 러브샷이나 심지어 옷 벗기기 게임까지 있었다고 하니 이 자리가 과연 대학교의 신입생 환영회인지 소라넷인지 구분하기조차 힘들다.
 
군기 문화가 화두에 오른 것도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갈무리 파일의 형식으로 특정 학과의 단체 대화방 내용이 돌아다니는데 하나같이 믿기 어려운 수준의 내용이 담겨 있다. 염색 금지, 인사 필수는 물론이고 다나까를 강요한다거나 운동화를 규제한다는 내용도 있다. 신입생들이 엎드려서 기합을 받거나 체벌을 당하는 일은 예사다.
 
도대체 대학교에서 이런 문화가 왜 필요한 것인가. 학과 또는 동아리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에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어딘가에서는 말도 되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입생들을 상대로 술기운을 빙자해 성추행을 일삼고 군기를 잡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는 ‘갑질’이나 다름없다. 과연 사회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졌을 경우 전통 운운할 수 있을까. 다양성과 지성을 추구해야 할 대학가가 하루가 멀다하고 음주, 군기, 성희롱이 난무하는 곳이 돼버린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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