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이 바라는 정체성 배치되는 건 바람직하지 안 해”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25일“국민이 바라는 정체성에 배치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인 25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또 다시 당 정체성을 거론하며 “국민이 바라는 정체성에 배치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대전 현충원에서 열린 ‘제1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당 정체성이) 국민이 바라는 쪽으로 흘러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런 당 정체성 논란은 앞서 비례대표 공천 문제로 사퇴까지 고려했던 김 대표가 지난 23일 당에 잔류하기로 입장을 표명한 기자회견에서 “우리 당이 미래 정권을 지향한다면 국민의 정체성에 당이 접근하려는 모습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도 우리 당은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느꼈다”며 처음 공론화했는데, 하루 뒤인 24일 문재인 전 대표가 이를 일축하고 나서면서 신경전 양상을 띠었다.
 
당시 문 전 대표는 손혜원 홍보위원장의 마포을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가운데 김 대표의 발언을 겨냥한 듯 “요즘 우리 당 정체성 논쟁이 일부에서 있지만 저는 아주 관념적이고 부질없는 논쟁이라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는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해 진보·민주화·시민운동세력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 쪽 면만 본 것”이라며 “우리 당 정체성은 중도개혁정당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때부터 확고하게 정립돼 있는 정체성”이라고 못 박았다.
 
이런 문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25일 문 전 대표 재임 시기 당 혁신위원을 지낸 바 있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더민주는 중도개혁 연합정당이란 문 전 대표의 정리는 내 지론과 같다”며 거들고 나서면서 또 다시 친노 진영과 김 대표 간 갈등이 표면화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시각을 의식했는지 이날 김 대표는 전날 있었던 문 전 대표의 ‘정체성 발언’에 대한 견해를 묻는 기자들의 질의가 이어지자 “문 전 대표의 견해일 뿐 특별하게 할 말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으나, 일각에선 비례대표 순번 사태를 계기로 친노 주류와의 충돌에서 승리하고 리더십을 재확립한 김 대표가 한 발 더 나아가 친노를 확실히 축출하고자 ‘국민이 원하는 당 정체성’을 내세워 반격을 개시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다른 한편에선 총선 승리를 위해 당에 합류한 만큼 김 대표가 보기에 기존 지지층에 얽매여 있어선 새누리당을 이기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현재 정치안보 여건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좀 더 ‘우 클릭’ 행보를 보여야 더 많은 표심을 끌어올 수 있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하고 있어 당 정체성 논쟁이 총선 승리를 위한 사전작업인지, 당내 김 대표와 충돌해 온 친노 계파를 정리하기 위한 정치 전략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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