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개선에 다양한 목소리 귀 기울여야

[시사포커스/김용철 기자] 3월 주총이 마무리돼가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번 주총은 30분 안에 일사천리로 끝나 주주들의 원성을 샀던 기업이 있는 반면 주주권익 보호 강화 등 주주친화로 변신을 꽤하는 기업이 늘었다.

또한 사외이사 선임 문제를 놓고 속전속결로 통과돼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있는가 하면 장시간 표 대결 진통 끝에 선임된 사외이사도 있었다. 이번 주총은 크게 ▲주주친화정책  ▲책임경영 ▲사외이사 선임 ▲사내이사 재선임 및 사내이사 퇴진 등 기업들의 희비가 맞물렸다.

3월 한달 간 열린 주주총회의 화두는 우선 주주친화로 주주권익 보호에 나선 것을 꼽을 수 있다.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SK그룹 등 주주친화정책 경영을 선포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분기실적을 발표하면서 검토하겠다던 분기배당 도입에 대해 주총에서 정관변경으로 분기 배당이 가능해져 주주들은 분기마다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3자에 대한 신주 발행 한도도 정관이 변경돼 기존 100분의 30에서 100분의 20을 초과하지 않은 범위로 변경돼 주주 신뢰도를 높인 점도 주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현대자동차는 이사회, 감시기구, 이해관계자, 공시. 주주 5개 부문으로 구성된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선포하고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한 한편 주주들의 권익 보호에 나섰다.  이사회 내에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 독립성 강화에 중점을 뒀다.

기아자동차도 글로벌 수준의 주주 친화적 경영환경 구축을 위해 이사회 내 ‘투명경영위원회’ 설치로 주주소통 강화를 기반으로 한 주주권익 보호 및 주주가치 제고에 앞장서기로 했다. 사외이사 5인 전원으로 구성되며 이중 1인을 주주권익 보호 담담위원으로 선임해 주주권익 보호를 위한 2중장치를 마련한 게 특징이다.

SK도 이사회 산하에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하고 주주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회사의 합병·분할, 투자 및 재무관련 사항 등 주여 경영사안을 사전 심의해 주주권익 보호에 나섰다.

또 하나 이번 주총에서 눈여겨볼 점은 등기이사로 선임돼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CEO와 적자누적 및 경영권분쟁으로 쓸쓸하게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는 CEO다. 최태원 SK회장은 주총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등기이사직에서 선임되면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책임경영 차원이라는 관계자의 말대로 현재 'SKT-CJ헬로비전' 합병 문제로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는 SK가 최태원 회장의 리더십으로 돌파구를 마련할지 책임경영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상선이 적자누적으로 휘청거리자 추총에서 등기이사직 사퇴라는 카드를 내고 현대상선 회생에 승부수를 던졌다. 용선료 협상이 최대 관건으로 현 회장이 등기이사직 사퇴카드가 먹혀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 하나의 화두는 사외이사 선임 건으로 주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원안대로 처리된 ‘후진국형’ 주총문화를 들 수 있다. 몇몇 그룹이 시민단체 및 이해관계에 놓쳐있는 주주의 반대에도 표결처리 등 절차 없이 진행되는 ‘거수기’ 통과는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최근에 대기업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 10여 명이 현행 변호사법의 겸직 제한규정을 위반함 혐의로 서울변호사회가 징계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듯 대기업들은 사외이사의 제도가 대기업의 ‘방패막이’, ‘보험용’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투명성과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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