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학·이대희 대표, 올해 실적 만회 여부 희비 가를 듯

▲ 쿠쿠전자 구본학 대표(왼쪽)와 쿠첸 이대희 대표(오른쪽). ⓒ쿠쿠전자·쿠첸
전기압력밥솥 라이벌로 자리잡은 쿠쿠전자와 쿠첸의 오너 2세들이 경영 승계를 본격화한 가운데, 양사 모두 올해가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연초 기준 국내 전기압력밥솥 시장 규모는 연 6500억원, 출하량 기준 310만대 수준으로 쿠쿠가 65%를, 쿠첸이 35%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비록 점유율 면에서 쿠쿠가 쿠첸의 두 배에 육박하기는 하지만 양사를 제외한 회사들의 점유율 합계가 1% 정도에 불과해 양사는 전기압력밥솥 시장에서 양대 산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수 년내 양사가 일제히 2세 경영 체제를 가동하면서 많은 면에서 비교 대상이 되는 등 라이벌 구도가 강화되고 모습이다. 이에 공교롭게도 지난해 나란히 실적이 악화된 양사가 올해 어떤 실적을 보이느냐에 2세 경영 체제의 희비도 엇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쿠쿠전자, 위기 속 변신으로 전화위복
업계 1위 쿠쿠전자는 창업주 구자신 회장(72)이 1978년 전신인 성광전자의 설립하면서 출범했다. 성광전자는 1997년까지 20여년 간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대기업에 밥솥을 전량 납품해 왔다.
 
하지만 연매출 300억원대의 안정적인 중소기업으로서 자리매김한 쿠쿠전자에게 1997년 말부터 불어닥친 IMF 사태는 커다란 위기로 다가왔다. 밥솥을 납품받던 한 대기업이 내수시장 침체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주문량을 크게 줄이면서다.
 
당시 구자신 회장은 인터넷의 발전에 힘입어 수요가 폭증하고 있던 전자부품업체를 인수하고 사업 전환을 시도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장남인 구본학 쿠쿠전자 대표는 오히려 OEM 기업을 벗어나 독자 생존을 모색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아버지를 설득했다.
 
결국 구본학 대표의 주도 속에 1998년 성광전자는 독자 브랜드인 쿠쿠를 론칭했다. 당시 코끼리 밥솥으로 유명했던 일본 조지루시사나 삼성과 LG 등 7~8개 업체의 각축장이었던 밥솥 시장에 독자 브랜드로 뛰어든 쿠쿠는 위축된 타사들과 달리 TV광고도 진행하는 등 공격적 행보를 보였다. 초기 미적지근하던 실적은 금세 상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원체 오랜 기간 밥솥을 제조해 왔기 때문에 기술력 면에서 문제가 될 부분은 없었다. 흐름을 탄 쿠쿠전자는 바로 다음 해인 1999년 압력밥솥을 바탕으로 밥솥 시장 1위에 올라섰다. 당시 압력솥과 전기밥솥을 결합시킨 쿠쿠전자의 전기압력밥솥은 밥솥 시장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꿨다.
 
◆오늘의 쿠쿠전자 이끈 구본학 대표, 중국 시장 공략이 관건
이처럼 쿠쿠전자의 극적인 반전을 주도적으로 이끈 인물이 현재 쿠쿠전자 대표로 있는 창업주 2세 구본학 대표(47)다. 구본학 대표는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석사(회계학) 과정을 마치고 2년간 현지의 쿠퍼스 앤 라이브랜드에서 회계사로 근무했다. 1995년 쿠쿠전자 본사의 해외영업팀장으로 입사했다.
 
구본학 대표는 1999년 마케팅부문 이사로 선임됐고 2000년에는 판매법인 쿠쿠의 서울사무소장 상무로 임명됐다. 2002년 쿠쿠가 쿠쿠홈시스로 사명을 변경한 후 2004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2006년 쿠쿠홈시스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이후 2012년 쿠쿠홈시스가 쿠쿠전자에 흡수합병되면서 쿠쿠전자 최대주주에 올랐다. 2012년부터는 쿠쿠전자 대표이사 사장으로 직무를 수행 중이다.
 
특히 구본학 대표는 쿠쿠 브랜드 론칭에서뿐 아니라 이후에도 꾸준히 경영 능력을 발휘하며 쿠쿠전자가 압도적인 밥솥 시장 1위로 올라서는 데에 1등 공신으로 자리매김했다. 구본학 대표는 기술개발과 해외유통망 구축, 기업공개 등을 통해 회사의 몸집을 불렸다. 구본학 대표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쿠쿠홈시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2006년 쿠쿠전자의 매출은 290억원이었지만 현재 쿠쿠전자의 매출은 무려 6000억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쿠쿠전자는 말레이시아 사업부문의 마케팅 비용과 렌털 부문 신제품 광고비용이 늘어나면서 증권가의 예상을 밑도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쿠쿠전자는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16.2% 늘어난 1772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시장의 기대치인 200억원대 중후반을 밑도는 18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특히 박차를 가하고 있는 2조원대의 중국 밥솥 시장 공략은 올해 해결해야 할 숙제다. 구본학 대표는 국내 밥솥 시장이 매출 6000억원대로 정체돼 있는 상황에서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시장을 비롯, 쌀 문화권 국가들의 공략에 사활을 기울이고 있다. 국산 전기압력밥솥은 유커들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가는 가전제품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중국 내 인기가 상당하지만 2003년 설립한 쿠쿠전자 중국현지법인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3분의 1로 추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아직까지는 상위계층 위주로 저변 확대가 요구되고 있고 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따돌려야 한다.
 
▲ 쿠쿠전자 구자신 창업주(왼쪽)와 부방그룹 이동건 창업주(오른쪽). ⓒ쿠쿠전자·쿠첸
◆최장수 밥솥 기업 쿠첸, 승부수로 양강구도 형성
업계 2위 쿠첸을 운영하고 있는 부방그룹의 창립은 쿠쿠전자보다 약간 빠르다. 1976년 이동건 창업주가 설립한 삼신공업사가 전신으로 밥솥계 최장수 기업이다.
 
삼신공업사 역시 OEM 방식으로 대기업에 밥솥을 납품하면서 후발주자였던 쿠쿠전자의 전신 성광전자와 유사한 행보를 걸었다. OEM 생산 시절부터 삼신공업사와 성광전자는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대기업 물량 확보, ISO인증 취득, 생산량 경쟁에 심지어 사보까지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대결 구도가 펼쳐졌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독자 브랜드 출시 면에서는 부방그룹이 선공을 빼앗겼다. 쿠쿠전자가 1998년 쿠쿠 브랜드를 론칭하고 1위로 올라선 1999년 삼신공업사는 리빙테크라는 자체 브랜드를 내놓고 부방테크론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부방테크론은 2004년 LG전자 밥솥 사업부를 인수했고 2006년 리홈으로 브랜드명을 변경했다.
 
하지만 부방테크론은 압도적 1위로 올라선 쿠쿠전자의 아성을 넘지 못한 채 2008년까지 23%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데에 그쳤다. 이에 부방테크론은 ‘타도 쿠쿠’라는 기치 하에 19% 가량을 점유하던 웅진쿠첸의 밥솥 사업부를 260억원에 인수하는 승부수를 던진다.
 
점유율을 40%대로 끌어올린 부방테크론은 웅진쿠첸 밥솥 사업부 인수와 함께 사명을 리홈으로 변경했고 2013년 리홈쿠첸으로 다시 한 번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쿠쿠전자와 양강 구도를 형성, 현재에 이르고 있다. 리홈쿠첸 리빙사업부문은 지난해 8월 인적분할을 통해 쿠첸으로 거듭났다.
 
◆이대희 대표, 점유율·인식 장벽 넘어야…중국 공략은 청신호
다만 점유율 격차가 고착화되면서 아직까지도 쿠첸이 쿠쿠전자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것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에 오너 2세인 이대희(45) 쿠첸 대표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이동건 창업주의 장남인 이대희 대표는 미국 클락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 LG전자 등을 거쳐 2003년 리홈쿠첸의 전신인 부방테크론 기획실에서 경영 수업을 받았다. 2007년 부방 리빙사업부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2009년 강태융 삼성전자 중국법인 총괄담당이 리빙사업부 대표로 영입되면서 총괄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9년 웅진쿠첸 인수도 이대희 대표가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강태융 리빙사업부 대표 영입 이후부터 이대희 대표는 해외를 돌며 신시장 개척에 나섰다. 2012년에는 잠시 대표직에서 물러난 채 외부에서 해외 시장 개척 등의 지원사격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쿠첸은 쿠쿠전자에 밀려 2등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내구성이 쿠쿠전자 제품에 비해 떨어진다는 인식과 프리미엄 제품군에서의 열세, 해외 시장 성과 미진 등은 이대희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지난해 4분기 쿠첸은 648억원의 매출에 8억원의 영업이익, 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영업이익률이 1.2%에 그치는 굴욕을 겪었다. 특히 인적분할 이후인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의 영업이익은 22억원, 당기순이익은 14억원에 그친다.
 
내수 점유율 고착화 구도 속에서 쿠첸 역시 쿠쿠전자와 마찬가지로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큰 성과는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이에 쿠첸은 중국 현지법인 항주복방전기유한공사를 조만간 청산하고 중국 가전업체와 손을 잡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쿠첸은 최근 중국 최대 가전기업 메이디와 합자회사를 설립, 2600개 매장에 입점한 메이디의 유통망을 통해 내달부터 본격적으로 제품을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통망만 확보되면 국산 밥솥이 중국에서 명품 밥솥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경우 획기적인 매출 증대를 이뤄낼 수 있다는 복안이다.
 
쿠첸은 텐마오, 징둥 등 메이디와의 계약으로 온라인과 홈쇼핑 시장에도 진출한 상황이라 아직까지는 장밋빛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다만 쿠쿠전자 역시 중국 시장 공략에 사활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중국에서도 쿠첸이 쿠쿠전자에 밀린다면 경영 능력에 의문의 시선이 보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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