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입만 바라보다 갈등 증폭, 해외 경쟁 뒤쳐질 수도

▲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전년 대비 6.5%에 그친 약 8109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몇 년전 폭발적 성장에 비하면 더딘 성장 추세다. 사진/시사포커스DB
요즘  HDC신라, 한화, 신세계, 두산, 하나투어 등 신규업체 면세점과 롯데, SK, 현대백화점 등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바라는 기업들이 이번 달 말 면세점 제도개선안을 발표할 정부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5년인 특허기간을 10년 연장하고 갱신 허용, 면세점 특허 수수료 인상과 서울 면세점 특허 추가 건을 포함한 제도개선안을 이달 말 내놓을 예정이다. 다음달에는 신규특허 발급여부가 발표된다. 업계에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신규 특허 발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늘어난 면세점 정체된 관광객 혈전 치루나
지난해 신규 특허를 받은 기업들은 지난해 탈락한 면세점들이 신규 특허 허가로 재진입하는 것은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부활을 노리는 롯데와 SK, 면세점 새 진입을 노리는 현대백화점은 신규 특허 추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논란의 단초는 정부가 특허기간 연장에 대한 소급적용 여부를 두고 갈지자 행보를 보인 것이 컸다는 게 중론이다.

소급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업계 간 갈등이 증폭됐다. 정부는 면세점 지위를 잃은 두 곳은 소급적용대상이 될 수 없다며 못 박았지만 면세점 제도 개선안에 신규 특허 추가 안이 들어가면서 업계 간 이전투구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신규 면세점은 인력 충원과 소비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사업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소모적 논쟁으로 사업은 뒷전에 밀리고 있다. 반면 롯데, SK는 기존 면세점 자리에 대한 활용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루빨리 결정이 돼야 종료일에 맞춰 면세점 활용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선 특허 발급 여부에 따라 면세점의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가 신규 특허 허가로 사업자가 많아지면 사업자가 차지할 수 있는 매출액 기대치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투자전문 관계자 말에 따르면 서울 시내 면세점은 인건비, 임차료 등 고정비 상승과 특허수수료 인상은 확실시 되고 있는데 신규 특허 허가로 경쟁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지난 22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전년 대비 6.5%에 그친 약 8109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몇 년전 폭발적 성장에 비하면 더딘 성장 추세다. 2014년까지 국내 면세점 매출 성장률이 증가하다가 지난해 매출 성장률이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중국관광객들이 폭발적 증가로 면세점의 주요고객으로 자리 잡으면서 면세점도 덩달아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관광객 수가 정체기에 접어들자 매출도 같은 추세를 이어 가고 있어 업계의 고민이 깊다. 게다가 이번 신규 특허 발급 여부로 현대백화점과 지난해 탈락한 SK워커힐점, 롯데월드타워점이 재진입할 경우 한정된 시장 파이를 놓고 치열한 시장 선점에 돌입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업계의 출혈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닫게 될 불안감마저 있다.

◆면세점 신규 특허 롯데-SK-현대百, 동상이몽   
▲ HDC신라, 한화, 신세계, 두산, 하나투어 등 신규업체 면세점과 롯데, SK, 현대백화점 등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바라는 기업들이 이번 달 말 면세점 제도개선안을 발표할 정부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사진/시사포커스DB
서울 면세점 신규 특허 추가가 지연될 경우 신규 특허를 바라는 기업 중 롯데가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5월 중에 상장을 완료한다는 계획으로 상장 추진 중인 호텔롯데는 기업가치가 수조원 대로 면세점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월드타워점을 잃은 롯데는 내색은 하지 않지만 이번 신규 특허 발급에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 월드타워점이 부활하면 기업가치 상승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매출 3위 면세점이다.

그만큼 매출뿐만 아니라 올해 완공 예정인 롯데월드타워까지 매장을 확장해 롯데 소공점과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선 월드타워점이 부활하면 롯데의 기업가치는 20조원으로 오를 수 있다며 이번 정부 발표에 기대를 거는 것은 당연 것 아니겠냐는 시각이다.   

면세점 사업을 중단하려 했다가 다시 희망을 키우고 있는 SK는 한동안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는 말로 정부의 신규 특허 추가에 중립의 입장을 보였다가 최근 들어 롯데와 한배를 타고 신규 특허 추가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SK워커힐점은 연간 150만명 가량의 중국관광객들이 찾는 관광 필수 코스 중 하나였는데 지난해 지위를 잃으면서 문 닫을 위기에 처해있다. 정부 발표 이후 SK는 지난해 특허를 획득한 두산에 보세창고와 물류시스템을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하는 면세점 사업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가 정부의 신규 특허 추가가 포함된 개선안이 나오자 사업정리와 운영지속의 두 가지 방안을 놓고 저울질 하고 있다.

면세점 사업 진출이 숙원인 현대백화점은 정부의 면세점 제도개선안에 포함된 신규 특허 추가 건에 가장 적극적이다. 신규 특허가 3개 이상 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개 이상이 되어야만 롯데, SK에 이어 면세점 사업에 진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규 특허가 3개 미만이 될 경우 지난해 면세점을 잃은 롯데와 SK가 될 가능성이 커 3개 이상이 돼야 한다는 계산으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롯데 신세계와 함께 유통 ‘빅3’로 불리며 매출 면에서도 2위를 기록하는 등 유통업계에 잔뼈가 굵지만 유독 면세점엔 인연이 없었다. 지난해 대기업 사업자 2곳을 선정하는 특허전에 현대백화점, HDC신라면세점, 신세계, 이랜드, SK, 롯데, 한화 등 7곳의 경쟁구도에서 현대백화점은 최하위 점수를 받아 특허 획득에 실패했다. 면세점 사업 경험도 없어 신규 특허에 가장 불리한 입장이지만 잃을 것도 없기에 업계에선 현대백화점의 숙원사업인 면세점을 하려는 강력한 의지 표현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명품 브랜드가 뭐 길래! 속 타는 신규 면세점
▲ 명품 유치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었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등 ‘3대 명품’을 유치하지 못한 채 25일 신라아이파크면세점 그랜드 오픈을 하게 됐다. 사진/시사포커스DB
신규 특허를 따낸 면세점의 움직임도 명품 브랜드 입점이 지연되면서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면세점에 명품 브랜드가 있고 없느냐에 따라 면세점의 가치가 결정된다고 보기에 명품 브랜드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신규 특허 추가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면세점 입점에 서두르지 않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눈치작전에 돌입하면서 명품 브랜드 입점이 지연된 면세점에 고객의 발길이 줄어들고 신규 직원을 채용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등 명품 ‘빅3’ 입점을 추진한 HDC신라면세점은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명품 유치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었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등 ‘3대 명품’을 유치하지 못한 채 25일 신라아이파크면세점 그랜드 오픈을 하게 됐다.

서울 시내면세점 허가가 추가 될 가능성이 커지자 특허권을 잃지 않게 되는 롯데 월드타워점에 입점하고 있던 3대 명품업체들이 굳이 신라아이파크면세점으로 이동 할 필요가 없어서다. 4월에 정부의 특허 발급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진 3대 명품 없이 면세점을 운영해야 할 판이다. HDC신라면세점 측은 “협상이 진행 중이다”며 말을 아꼈다.

3대 명품이 모두 입점한 면세점은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신라면세점, 동화면세점 4곳이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는 국내 추가 입점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가별 매장 수를 제한하는 방침 때문에 정부의 신규 특허 발급 여부가 신규 면세점들의 명품 유치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논란 키우는 면세점 정책 일관성 있어야
중국인 관광객을 잡기 위해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이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면서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베이징과 상하이에 초대형 면세점을 열 계획이며, 일본도 도쿄 도심지에 대형 면세점을 열고 중국 관광객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 모을 수 있도록 편리한 교통과 주요 브랜드 제품을 갖춘 면세점 경쟁력 제고에 노력을 기울여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강남에 위치한 일부 면세점은 관광객의 발길이 끊겨 한산한 곳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유명 브랜드를 갖춘 면세점에 관광객 발길이 몰리고 있어 경쟁력을 갖춘 면세점을 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또 신규 면세점들의 경쟁을 유도해 관광객 서비스 질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정부의 면세점 정책에 일관성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사포커스/김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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