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경계 넘나드는 ‘융합형 인재’ 각광, 인문학은 '부전공?'

▲ 소수의 창의적 천재와 기계적으로 길러진 다수의 준재들. 어느 쪽이 장차 국가에 힘이 될지는 누구도 알수 없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최근 인공지능 열풍과 더불어 창의적 인재 및 공학 육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17일 교육부는 인문학 진흥을 위한 대학 인문학 교육에 재정을 지원하는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CORE=코어 사업)이라는 4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또한 올 3월초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술·문학 분야에 종사하는 5천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연 평균 소득은 미술 분야 614만원, 문학 분야는 214만원으로 나타났다. 의도했는지는 모르지만 이러한 인문학 관련 현업 종사자들의 궁핍한 현실과 공학 및 실용학문이 각광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 발표는 관련 학과 대학생들에게는 가뭄 속 한줄기 빗물같은 소식일지도 모른다.
 

취업을 대하는 인문학도들의 자세... 그리고 현실

인문계열 출신의 취업준비생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인구론'과 '문송합니다'가 그것이다. 이는 인문학 계열 출신 청년 대학생들의 절망적인 취업실태를 나타낸 말이다. 인구론은 ‘인문계 90%는 논다’, 문송합니다는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를 의미한다.
 
그리고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조사한 ‘2014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건강보험 및 국세 데이터베이스(DB)연계 취업통계’에 의하면 전국 대학과 전문대, 교대, 산업대, 기능대, 대학원 등 고등교육기관 졸업자를 대상으로 한 2014년 12월31일 기준 통계는 인문계열 취업률 57.3%로 대졸 전체 취업률 67.0%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밖에 의학(80.8%), 공학(73.1%), 자연(63.6%), 예체능(63.6%), 사회(63.9%) 등의 분야에 비하면 인문학계열 취업률은 압도적 꼴지 라고 할 수 있다.


취업이라는 현실의 벽...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정부가 인문학전공을 2가지 분야로 통폐합하기 위해 최근 많은 예산을 투입해 추진하는 사업이 있다. 바로 ‘프라임사업’이다. 이는 산업계와 대학교 인재간 수요-공급 관계에 불균형을 해소함과 동시에 청년취업률을 올리기 위한 교육부의 야심찬 계획이다. 교육부는 향후 대졸자의 공급이 많은 인문·사회·예체능계열의 정원을 공학 분야로 이동시키는 대학교를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에 대해 문인 최동호 시인(고려대 명예교수)은 주장한다. 취직과 동시에 현장투입이 가능한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좋지만 그 폐해로 첫째, 취업한 인재들이 직장에서 2·3년 이상을 버티지 못해 퇴사할 것이라는 점, 둘째는 취업한 청년들은 코앞의 일을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건 잘하게 되겠지만 창조적인 응용력은 거의 죽이게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스티브 잡스는 생전 애플의 DNA에는 기술만이 아니라 인문학이 녹아 있다고 말한 바 있고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역시 독서와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한다.
 
이렇듯 인문학 그 자체 단일 학문만이 아닌 학문간의 융합을 통한 창의적 인재가 요구되는 시점에서 그간 오랜 세월동안 공학이면 공학, 경제학이면 경제학만을 소위 '파던' 스페셜리스트를 길러내던 고등교육기관들이 앞으로 어떻게 인재들을 길러낼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시사포커스 / 강민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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