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에 빛나는 면세점 정책이 또 오락가락하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서울 시내 면세점에서 탈락 업체들이 발생하면서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됐는데 이에 정부가 면세점 제도를 손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주요 내용으로는 많은 지적을 받았던 특허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특허 자동갱신 허용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허 기간의 연장은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요법이다. 면세점 사업의 연속성이 대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꺾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특허 자동갱신 허용도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당초 지난해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지 5년밖에 되지 않은 SK네트웍스가 수 많은 투자를 하고도 탈락하면서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 점 때문이다.
 
헌데 1~2곳의 신규 면세점을 추가로 선정한다는 방안이 개선안에 포함될 것이 유력하다고 한다. 롯데와 SK네트웍스를 구제하기 위한 패자부활전이나 다름 없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특히 특허기간 연장이나 신고제 전환 등은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입법사항이지만 사업자 추가는 정부의 고시 개정만으로도 가능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분위기다. 자를 때는 언제고 기회를 다시 주겠다는 얘기인데 1년도 안 되서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모습이 볼썽사나운 것이 필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당초 국회가 여야 합의로 지난 2012년 심사 주기를 10년에서 5년으로 바꾼 것은 세계 1위로 올라서기 시작한 면세점 사업이 특정 재벌의 특혜성 사업으로 변질되고 있어 주기적으로 심사를 받게 하자는 취지였다. 기존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으면 면세점 특허가 10년마다 자동으로 갱신되는 구조였다. 취지 자체는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부분이 있지만 이를 단번에 절반으로 깎고 사실상의 자동갱신을 없애는 법안이 별다른 논의도 없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난해 두 곳의 탈락으로 인해 발생한 유·무형의 손실은 엄청났다.
 
지난해 일이 기어이 터지고 나서야 정부는 문제점을 공감하고 개선안 마련에 나섰다. 이에 개인적으로는 개선을 물론 하지 않는 것보다 낫지 않겠느냐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지만 신규 면세점 추가 선정 방안을 접하고 나니 차라리 이럴 거면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생각부터 든다. 정부의 개선안 취지는 “지난해 탈락한 업체들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으니 다시 되돌려놓으면 되는 것 아니냐”라는 것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근원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인데 근시안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필자는 앞선 칼럼에서 5년짜리 면세점 사업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탈락 업체의 발생으로 인한 투자 위축 등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제도를 개선해 달라는 것은 탈락 업체를 다시 살려내라는 말이 아니다. 면세점 제도 개선의 핵심은 관광문화 정책으로서의 면세점 시장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파이를 키워야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단순히 한 두 곳의 업체를 추가로 선정하는 식의 땜질 처방으로는 특허 기간이 10년이든 100년이든 문제가 답습될 뿐이다.
 
국가가 시내 면세점 사업의 특허권을 쥐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뿐이라고 한다.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은 자율적으로 시내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고 일본은 외국인이 현장에서 직접 물품에 포함된 내국세를 환급받게 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와 비교하면 천지차이다. 물론 당장 전면 개방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신고제 또는 등록제를 도입하는 등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춰야 하고 개선안에는 이를 위한 단계적 플랜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시내 면세점 사업이 일부 대기업의 특혜 경쟁의 장이 돼 가고 있는 동안 중국과 일본은 면세점을 대대적으로 늘리면서 면세점 세계 1위인 우리나라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특정 시점의 시류에 따라 오락가락할 시간이 있나. 정부가 별 다른 고민 없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지난해 선정된 면세점 사업자들의 반발은 물론이고 주변국들의 경쟁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관광 자원이 특출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기껏 1위로 올라선 면세점 사업을 살리는 방안에는 반드시 신중하고 장기적인 비전이 있어야 한다. 패자부활전이라니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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