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일 편집위원
최근 자주 회자되는 정치인으로는 새누리당의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그리고 국민의당 김한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있다.
 
이 세 인물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최근 당내 공천 관련 이슈를 누구보다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인데 새누리당의 경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4선의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마치 과거 공직선거후보자심의위원장처럼 연일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현역 물갈이’를 내세워 우선추천제나 단수추천제를 적극 활용하려는 이 위원장은 이를 전략공천으로 보고 반대하는 김무성 대표와 충돌이 불가피한 만큼 일찌감치 당 대표와 격한 설전을 벌여온 바 있다.
 
이를 보여주듯 앞서 지난달 17일에는 “당 대표는 공천과 관련해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과거에 당 대표에게도 공천을 안 준 적이 있다”고 김 대표에 직격탄을 날린 데 이어 공천안 심의권을 가진 최고위원회에 대해선 지난 7일 “앞으로 부르지 마라, 내가 처음이니까 예의 차원에서 갔는데 앞으로는 부를 일 없을 것”이라며 공관위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명분삼아 가히 안하무인격 발언을 내놨다.
 
그가 말한 대로 공정한 공천을 진행했는지는 향후 컷오프 결과를 전부 살펴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되나 애당초 친박계에서 추천한 인사인데다 김 대표가 그간 강조해온 ‘상향식 공천’이 현재 새누리당의 주요 방침임에도 이보다는 부수적 수단인 우선추천제와 단수추천을 보다 확대하는 등 ‘상향식 공천’을 거스르려는 친박계와 행보를 같이 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칙대로 당헌당규에 따라 움직이겠다던 이 위원장은 오히려 상향식 공천의 문제점을 찾아내려 혈안이 된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당장 김 대표가 실제 당원명부와 불일치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전수조사를 실시해 문제없다고 해명한 ‘안심번호 명부 정확성’에 대해 지난 6일 공천 면접으로 김 대표와 마주한 자리에서 재차 문제 삼은 데 이어 지난 8일 이 위원장의 비례대표 상향식 공천에 대해선 “그런 걸 다 밟기엔 지금 시간이 없다”며 “비례대표도 우리가 추구하는 형태가 있다”고 현실적 여건을 내세워 선을 그었다.
 
누구도 공천에 개입해선 안 된다며 그토록 공정성을 무엇보다 우선시하겠다던 그가 단지 시간 없다는 이유를 내세워 비례대표에 대한 상향식 공천방식을 일축하는 모습을 보면 그간 스스로 강조해 온 소위 ‘공정성’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내세울 수 있는 ‘편리한 잣대’였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는 최근 있었던 김 대표에 대한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문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는데 평소 공천 개입을 시사하는 그 어떤 발언도 용납하지 않겠다던 이 위원장이 정작 친박계 핵심인 윤 의원이 김 대표를 겨냥해 “내가 당에서 가장 그런 XX부터 솎아내라고, 솎아내서 공천에서 떨어뜨려 버리려 한 거다”라고 발언한 데 대해선 “공천심사에 너무 많은 요소를 넣으면 심사할 수 없다”며 미온적 태도를 보인 데서도 살펴볼 수 있다.
 
또 이미 녹취된 발언인데다 윤 의원 본인도 자신의 발언이었음을 인정한 상황인데도 이 위원장은 8일 “자기들끼리 그런 얘기를 했는지 안했는지 모르잖나”라며 실제 발언이 있었는지 여부까지 의심하는 태도를 보여 오히려 윤 의원을 변호하는 인상마저 풍기고 있다.
 
하지만 ‘살생부 파문’ 이후 입지가 축소된 김 대표가 이 위원장의 이런 태도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이 위원장은 더욱 기세등등한 모양새인데 총선 직전까지도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 대표에 대해 살펴보면 그 역시 현재 새누리당의 이 위원장 못지않게 당을 좌지우지하고 있는데, 문재인 전 대표의 영입으로 야권 전면에 등장한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의 사퇴 뒤 총선을 위한 임시 조직인 비대위를 이끌고 있음에도 마치 정식 전당대회를 거친 당 대표를 능가하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여기에 그는 여권에서 활동해온 외부 인사였던 만큼 계파에 연관된 게 없다며 공천 관련해서도 공정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자부했었는데 1차 컷오프 결과 발표 뒤 후폭풍이 일자 김 대표는 당의 컷오프 결과도 뒤집으며 자신이 직접 나서서 문희상, 홍의락 의원 등을 구제하고자 했다.
 
물론 총선 승리가 비대위 대표의 가장 중요한 사항인 만큼 의원들 개개인의 능력, 자질이나 성실성 같은 요소보다 지역구에서 당선될 수 있느냐 여부가 더 눈길이 가겠지만 1차 컷오프 결과를 당 대표가 직접 나서서 번복할 경우 향후 예정된 2, 3차 컷오프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평가결과와 관계없이 김 대표에 의해 언제든 번복될 수 있다면 객관적으로 심사해 걸러낸다는 컷오프 취지도 퇴색되게 된다.
 
이런 우려를 무릅쓰고도 김 대표가 밀어붙이고 있는 이유는 적어도 총선 전까진 자신의 뜻대로 당을 모두 통제할 수 있단 자신감이 바탕 됐기 때문인데 과거 빈발했던 당 내홍도 더는 불거지지 않고 있어 임시 체제인 비대위 대표임에도 김 대표를 영입했던 문 전 대표보다 더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총선을 위한 임시 직책인 공관위원장직에 올라 누구보다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새누리당의 이 위원장과 총선을 위해 급거 영입돼 비대위 대표에 오른 뒤 당내 중요사안을 좌우하고 있는 더민주의 김 대표 사이엔 비슷한 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김 대표는 이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당을 향해 야권 통합을 제의해 한바탕 뒤흔들어 놓는 등 당내를 넘어 야권 전체에 그 영향력을 미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데 국민의당이 그를 ‘임시 대표’로 혹평한 것과 달리 일각에선 문 전 대표보다 당내를 규합하고 이끄는 리더십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어 오히려 문 전 대표가 돌아올 기회를 놓치게 되는 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만일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경우 여전히 당내 다수인 친노의 지지를 발판삼아 총선 후 당 중심으로 돌아오려는 문 전 대표의 복안은 거꾸로 문 전 대표가 팽 당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공천 과정에서 김 대표가 계파를 떠난 현역 물갈이를 내세워 친노 다수인 당내 상황을 뒤바꾸거나 외부에서 아예 새로이 자기 사람을 공천해 당내 구도를 구성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안철수나 김한길 등 비노계에는 상당히 경계하던 문 전 대표가 김 대표에 대해선 당권을 좌우해도 여전히 전폭적 지지를 표명하고 있는 만큼 향후 이 둘이 전략적 공생관계가 될 것인지 경쟁적 대립관계가 될 것인지는 시간이 흘러야 보다 명확해 질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국민의당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에 대해 살펴보면 그는 최근 더민주에서 제안한 ‘야권 통합’ 사안을 두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힌 안철수 대표와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며 정면충돌하고 있는데 이미 의총을 열어 당론으로까지 ‘통합 반대’로 확정된 데다 선거 연대가 아닌 당 통합까지는 반대 의사를 보이는 대다수 지도부 의견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통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통합 논란’ 사태를 장기화시키고 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오고는 있지만 그 중에서도 김 상임선대위원장이 과거 새정치민주연합(더민주 전신) 탈당 직전 향후 문 전 대표가 퇴진할 경우 새정치연합과 안철수 신당 간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던 만큼 ‘야권 통합’를 놓고 안 대표와 충돌하는 것은 어차피 시간 문제였을 뿐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안 대표가 구상한 좌우를 아우르는 중도정당이란 국민의당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여야 대결 구도에 갇혀 더민주 김 대표의 의도대로 당 분열만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은 야권 통합을 확고히 일축한 안 대표에 정면 도전하고 있어 앞으로 어떻게 김 위원장에 대처하느냐에 따라 안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와 당내 위상이 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당 대표에 직접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며 ‘마이 웨이’를 고집하는 김 위원장의 모습은 현재 새누리당의 이 비대위원장과 일견 겹쳐져 보이고 있을 만큼 비슷한 점이 있다.
 
물론 새누리당은 공천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고, 국민의당은 야권 통합을 놓고 충돌하고 있는 만큼 원인도 다르고 새누리당의 공천 갈등이 친박·비박 간 계파 갈등의 연장선이란 점도 내포하고 있는 반면 국민의당은 더민주 내에서 같은 비주류 출신이던 안 대표와 김 위원장이 신당의 방향을 두고 시각차를 보인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하기엔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처음 상기한 바와 같이 이한구, 김종인, 김한길 세 인물 모두 총선 승리를 위한 임시직책을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선 직전이라는 특수한 시기 덕분인지 당내 그 누구보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총선 후엔 과연 이들의 모습은 얼마나 달라질 것인지 벌써부터 많은 이들이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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