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 요구 증가, 기업 이미지 제고, 기관 투자자 유도 등 배경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현금배당 규모가 올 들어 지난해 대비 2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배당성향 및 배당률은 세계적인 수준을 밑돌지만, 국내 상장사들의 배당도 꾸준히 증가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국내 상장사들의 배당금 확대는 국민연금 등 주주들의 요구가 커진 점과, 정부의 배당확대 정책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간 배당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정책 대상은 아니지만,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배당을 늘려 달라는 주주들의 요구를 못 본척 할 수는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미지 개선 또한 배당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여기에 투자자 유인에도 효과적이라는 점도 배당 증가를 견인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저금리 지속에 ‘대안’ 떠올라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금배당을 공시한 2015년도 12월 결산법인의 수(지난달 29일 기준)는 지난해 동기 대비 52개사 늘어난(7.8%↑) 755개사로 나타났다. 배당금 총액은 전년대비 3조9231억원(27.8%)이 늘어난 18조398억원으로 조사됐다.

특히 2년 연속 배당을 결정한 상장기업(638개사) 중 과반수인 312개사가 배당을 확대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시가총액 상위 100개 회사의 배당금 총액이 4조8418억원에서 7조8906억원으로 63% 증가했다.

이처럼 배당이 증가 추세로 들어선 건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배당확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의 배당 확대 요구가 높아지고, 정부도 기업들에게 배당을 독려하는 정책을 추진해 오면서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배당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세제 효과도 있지만 많은 기업들에 대해서 대주주 지위에 있는 국민연금이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기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주주들의 요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배당 정책을 반영하려는 모습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 한 몫…“수익성 꼼꼼히 살펴야”
 
 
▲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배당이 증가 추세로 들어선 건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배당확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사진/시사포커스DB
정부의 정책도 상장사의 배당 확대에 한 몫 했다는 평가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기업이 투자와 임금증가, 배당 등에 사용하지 않은 금액에 과세하는 제도로, 지난해 말부터 한시적으로 시행 중이다.

정부는 가계소득 증대와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한 차원에서 배당을 독려하고 나섰다. 여기에 기업들은 최근 경기 침체 등 불확실한 투자 환경 속에서 적극적으로 배당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황 실장은 “적당한 투자 기회가 있다면 당연히 투자로 연결시키는 것이 맞지만 현재로선 많은 기업들이 투자 기회를 잡지 못해 유보금을 회사에 쌓아만 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선 현금을 쌓아두기보다 적극적으로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유가증권시장의 배당 확대는 중소기업으로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올해 배당을 결정한 공시법인(755개사) 중 올해 신규배당을 결정한 법인은 유가증권시장 32개사, 코스닥시장 85개사 등 117개로 조사됐다. 코스닥시장은 신규배당 결정법인 85개사 중 소형사가 62개사(72.9%)로 가장 많이 차지했다. 배당금 총액 비중 역시 소형사가 714억원(46.0%)으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이같은 중소기업 배당 확대의 배경은 대기업과는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자기자본 5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에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소기업들이 배당을 높인 까닭은 무엇일까. 일부에서는 대형주의 고배당 정책에 눈높이가 높아진 주주들이 중소형주의 배당 수준 역시 점차 끌어올렸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 중소기업들이 배당의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전반적으로 배당 확대 분위기에 배당이 가진 장점이 부각된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배당의 장점으로는 배당 확대 분위기를 통한 투자 확대와 이미지 개선 등의 효과 등이 있다.

주식시장이 최근 몇 년간 박스권에 있다 보니 수익을 올리고 싶은 투자자들 입장에서 배당도 하나의 수익원이 될 수 있는 만큼 배당 요구가 높아지고 있으며, 기업 입장에서도 배당이 투자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업들도 배당을 늘려 이미지 제고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게 한 증권사 연구원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투자자들 입장에선 배당주로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채권 수익률보다 높은 수준의 배당 수익을 챙기려면 기업이 지속적으로 순익을 내고 있는 지를 체크하면서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배당주 투자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다만 기업이 꾸준히 순익을 내야 높은 수준의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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