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조차 생소했던 소셜 커머스 업체들이 우리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은 지도 수 년이 흘렀다. 이제 소셜 커머스 업체들은 공동구매라는 출범 목적을 뛰어넘어 웬만한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 대형마트와도 경쟁을 벌이는 존재가 됐다. 특히 업계 1위 쿠팡의 존재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남다르다. 쿠팡이 소셜 커머스 업체는 물론 온라인 쇼핑몰 전반에서 고객 만족을 우선시하는 흐름을 선도했다는 점에서다.
 
쿠팡맨과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쿠팡의 물류 실험은 도입 초기부터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적지 않은 택배 업체 사원들의 처우가 열악한 상황에서 쿠팡은 배달 사원을 직접 정규직 ‘쿠팡맨’으로 채용하고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보장했다. 대신 쿠팡이 쿠팡맨을 통해 타 업체들과 차별화하고자 했던 것은 수치화되기 쉽지 않은 ‘친절’이었고 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쿠팡맨의 친절하고 센스있는 응대가 입소문을 통해 널리 퍼지면서 비슷한 가격이라면 쿠팡에서 구입하겠다는 소비자들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쿠팡 하면 로켓배송도 빼놓을 수 없다. 소셜 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생활필수품들의 구입 빈도가 늘어나자 쿠팡은 과감하게 직접 물류센터를 만들고 수요가 높은 생활필수품들을 직접 매입했다. 이로 인해 중개자의 지위에서는 불가능했던 빠른 배송이 가능해졌다. 물론 결제 금액 9800원 이상이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주문 시간에 따라서는 당일에 주문하고 당일에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혁신적인 시스템은 쿠팡맨과 더불어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쿠팡이 쿠팡맨과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배송 시스템을 통해 업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사세 확장의 원동력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타 업체들이 수익성을 고민하며 시도하지 못했던 소비자 만족의 극대화 추구를 실천에 옮겼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하루에도 여러 개의 택배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배달 사원들이 차별화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물건까지 빨리 받아볼 수 있으니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쿠팡에 무려 1조원을 투자한 것도 쿠팡의 가치 경쟁 패러다임이 갖는 파괴력을 인정했기 때문일 게다.
 
쿠팡의 성공은 가격 경쟁에 치우쳐있던 유통업계에 소비자 만족이라는 가치 추구 경쟁 패러다임을 가져왔다. 적지 않은 온라인 쇼핑몰 업체들이 로켓배송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고 불친절한 서비스의 주원인인 택배 사원들에 대한 처우 역시 개선될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시점이다. 가격 경쟁 격화는 소비자들에게는 하나의 덤과도 같다. 최근 대형마트의 선두주자 이마트가 일부 상품군에서 소셜 커머스 업계와의 최저가 경쟁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어느새 소셜 커머스가 대형마트와 직접적인 경쟁을 벌이는 위치로까지 올라선 것으로 읽히는 대목인데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쿠팡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위기론이 나오고 있는 것은 그래서 안타깝다.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쿠팡의 찬양이 아니다. 쿠팡의 물류실험은 유통업계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쳤고 소비자들도 적지 않은 수혜를 입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적자가 누적되면 물류실험은 ‘로망’으로 남겨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쿠팡의 적자는 400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웬만한 대기업들의 적자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로 온라인 쇼핑몰 업체로서는 상당한 액수다.
 
대규모 적자의 원인은 역시 과감했던 투자와 공격적인 가격 할인 정책이 거론된다. 손정의 회장의 투자나 업계 1위로서의 지위도 자체 물류센터 운영과 3600명에 달하는 쿠팡맨들의 운영에 대한 부담을 지우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쿠팡 측은 “계획됐던 투자일 뿐”이라며 내년까지 물류센터 21곳과 쿠팡맨 3만5000명 추가에 1조5000억원을 더 투자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쿠팡이 내부에서 법인카드 회수 등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새 나오고 있다. 할인 정책의 축소나 쿠팡맨 추가 채용 정체, 로켓배송 정책의 변화 등의 가능성도 점쳐진다.
 
적지 않은 소비자들은 쿠팡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기업의 본질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이윤 추구다. 업계에 가치 경쟁 패러다임을 가져온 쿠팡의 적자가 누적될수록 업계의 소비자 만족 추구 열풍은 다시 도로아미타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거 봐라. 이상은 이상일 뿐”이라거나 “쿠팡조차도 수 천억원의 적자를 내는데 우리가 뭘 어떻게 하겠느냐”는 비관론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 혜택의 축소로 이어진다. 로망은 결국 로망으로 그칠 것인가. 한 사람의 소비자의 입장으로서 쿠팡의 실험이 퇴보되지 않기를, 물류업계와 유통업계에 부는 새 바람이 미풍으로 끝나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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