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마트 부문 각각 맡아…남매경영 한동안 지속될 듯

▲ 정유경 신세계그룹 백화점부문 총괄사장과 정용진 부회장의 남매경영이 향후 후계구도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신세계
신세계백화점 서울 강남점이 지난달 26일 리뉴얼됐다. 새로 탄생한 ‘뉴 신세계 강남점’은 1300억원이 투입됐으며, 영업장 연면적은 서울 장충체육관의 7배에 달할 정도의 큰 규모다.
 
이에 따라 정유경 신세계그룹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이번 강남점과 더불어 센텀시티점(3000억원)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오는 5월 신세계 시내면세점이 오픈하면 본점과의 시너지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용진-정유경, 남매 경영 본격화
 
6년 만에 ‘부’자를 뗀 정 사장은 첫 출발부터 업계의 기대를 받고 있다.
 
이와 반대로 정용진 부회장에게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이마트의 저성장은 그룹의 걱정거리가 됐다. 이마트의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지만 성공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는 이로써 정 부회장과 정 사장의 성과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룹의 후계구도가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유통업계는 이명희 회장이 백화점과 마트 사업을 분리 운영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백화점과 마트 사업이 분리될 경우, 정 부회장의 영향력은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이마트의 저성장은 정 부회장을 고민에 빠뜨렸다. 이마트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13조64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3.7% 성장한 수치다. 영업이익(5038억원)은 전년보다 13.6% 감소했다.
 
신세계 이마트가 지난해 일산에 이마트타운 등 전국적으로 6개의 신규 점포를 오픈한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성적표는 ‘불황에 선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마트 타운에 투자한 된 비용은 2500억원. 또 다른 신규 점포 오픈에도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지만,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는 평가다.
 
◆해외진출, 피코크 등 새 먹거리 전략
 

 
▲ 유통업계는 이명희 회장이 백화점과 마트 사업을 분리 운영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사진/시사포커스DB
더구나 해외 진출 성공 역시 만만치는 않다. 이마트는 지난 1997년부터 현재까지 중국에 진출해 공격적인 점포 확장을 꾀했지만, 지속적인 적자로 인해 현재는 대부분의 점포를 철수한 상황이다. 현재는 10개 미만의 점포만 영업 중이다.
 
정 부회장은 최근 베트남에도 진출했다. 다만 중국에 진출했을 때와는 달리 신중하게 확장을 추진하는 모습이다. 무리한 확장을 지양하고, 현지 시장 등을 면밀하게 파악한 뒤 추가 매장을 오픈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 부회장은 베트남, 중국 등을 교두보로 아시아 지역에 매장을 확대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는 구상이지만, 단시간에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정 부회장의 또 다른 야심작은 이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피코크 제품이다. 정 부회장은 가격 경쟁이 아닌 맛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대부분의 PB 상품들이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고객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데, 양보다는 질로 승부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피코크 제품이 이마트의 저성장 기조를 반전시킬 정도의 규모는 아니라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경쟁사에서도 유사한 제품을 내놓고 있는데다, 고객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과 1인가구가 먹기에는 많은 양 등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는 점도 넘어야할 산이다.
 
◆경영 성적표, 후계구도 영향 미칠까
 
정 부회장이 지난 2014년 7월 야심차게 출범시킨 편의점 위드미의 점포수는 현재 1100개 수준이다. CU, GS25, 세븐일레븐 등 이들 편의점 ‘빅3’ 업체에서 보유하고 있는 점포수의 10분의 1 정도다.
 
기존 편의점 업체와의 경쟁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간 위드미의 매출이 신통치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신세계 그룹의 경우 정 부회장과 정 사장의 남매경영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각 계열사 수익성 악화는 이들 남매의 경영능력 성적표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정 사장이 생활용품 브랜드인 ‘자주’의 외형을 키워냈으며, 정 부회장은 지난해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점을 들어 향후 성적표에 따라 그룹 후계 구도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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