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어느 때보다 공천 관련해 민감한 시기인 요즘 새누리당이 ‘공천 살생부’ 논란에 휩싸여 홍역을 치르고 있다.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 전해진 부분은 청와대 내 친박계 핵심인사로부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친박계 일부는 물론 이재오, 정두언, 유승민 등 비박계 핵심인사들을 포함한 40여명의 물갈이 대상 명단을 받았다는 내용으로, 이를 두고 김 대표와 정 의원 간 진실공방이 이어져왔다.
 
다만 김 대표가 29일 오후 의총에서 자신을 둘러싸고 ‘살생부’ 명단 논란이 일어난 데 대해 사과하는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차원에서 클린공천위 조사를 수용하겠다고 밝혀 수습 의지를 드러냈다.
 
또 당내에서도 총선을 앞두고 내홍이 재발됐다간 공멸할 수 있다는 생각에 당장 더 이상의 확산은 자제하려는 분위기로 바뀌는 모양이지만 향후 김 대표에 명단을 전달했다는 친박계 핵심인사가 누구인지 밝혀지느냐에 따라 논란이 다시 일어날 소지도 여전히 다분하다.
 
김 대표가 진화하려던 ‘살생부’ 관련 보도 내용을 사실로 확인시키며 먼저 논란 확산에 불을 붙인 건 정두언 의원이다.
 
정 의원은 구 친이계 인사임에도 이상득 의원 등 친이계 내에서도 충돌해온 바 있고 비박계 의원이면서도 친김무성계가 아닌 비주류 쪽으로 분류되고 있는데 만큼 당연히 공천 배제 대상으로도 쉽게 꼽힐 만한 인물이다.
 
그런 점에서 벼랑 끝에 선 정 의원이 자신을 물갈이 대상으로 명기한 이번 살생부 사태에 있어 그저 희생자로서 이용당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기사회생할 기회로 삼아 폭로전을 벌여가면서 친박계에 기운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당장 공천 문제를 두고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의 물갈이론을 두둔하고 있는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맞서는 가운데 친박계에 힘입어 이 공관위원장이 강력하게 김 대표를 몰아붙이는 상황에서 공천 칼자루를 쥔 이 공관위원장에게 정 의원이 힘을 실어 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김 대표 입장에선 자신의 계파가 아니지만 비박계인 정 의원이 친박계와 뜻을 같이 할 것이라고 보지 않아 정 의원을 이번 살생부 사태의 주연으로 점찍은 것 같지만 뜻밖의 변수는 정 의원이 김 대표의 생각과 달리 언론에 관련 사실을 모두 폭로하며 친박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김 대표를 궁지로 몰아넣었다는 데 있다.
 
김 대표가 노린 부분은 친박계의 ‘살생부’가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해 친박계 중심의 공관위에서 이뤄지는 공천이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인상을 주는 한편 이를 통해 더 이상 이 공관위원장이 우선추천제 등을 통한 전략공천 가능성을 언급하지 못하도록 못 박을 의도였었지만 이 공관위원장을 압박하려는 ‘살생부’ 카드가 오히려 대표가 ‘받았느냐, 마느냐’하는 진위공방으로 초점이 변질되면서 역으로 김 대표가 논란에 휘말리게 됐다.
 
친박계 역시 해당 명단이 나왔던 청와대 내 친박계 핵심 인사에 대한 부분은 확실한 진상규명보다는 그저 ‘솎아내야 한다’, ‘탈당시켜야 한다’는 식의 강경 발언으로 넘어가고 정작 전달받았다는 김 대표에 대해선 사과를 요구하고 있어 이번 파문의 진원지가 친박계 핵심인사가 아닌 ‘전달 받은’ 김 대표의 문제로 국한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물론 친박계에서도 김 대표가 아직 존재 여부가 확실치 않은 ‘살생부’를 통해 친박계 중심의 공관위 길들이기에 나서려 했다는 점에서 ‘당 대표가 공관위 업무에 개입하려 한다’며 충분히 문제 삼을 수는 있지만 그간 공관위 역시 공공연히 ‘현역 물갈이’를 암시하며 당 내홍의 원인을 제공해 온 만큼 이번 논란에서 온전히 피해자 행세를 하기엔 어려워 보인다.
 
진실규명이 이제는 확실히 클린공천위의 손으로 넘어간 만큼 끝에 가서 누가 웃게 될지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사태로 비록 김 대표가 사과는 했어도 공관위 역시 공천 결과를 내놓는 데 있어서 ‘살생부’ 명단하고 일치하게 될 경우 또 다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만큼 ‘공천 학살’ 의혹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당분간 쉽게 ‘물갈이’ 발언을 꺼내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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