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반목 속 그룹 행보도 아직 불안정

▲ 대성그룹 김영대 회장의 삼형제가 경영 분리 이후 각기 다른 행보를 걷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최근 상호사용금지 소송 결과를 받아든 장남 김영대 회장(왼쪽)과 삼남 김영훈 회장(오른쪽). ⓒ대성그룹
1970년대까지 재계 10대 그룹 반열에 오르기도 했던 대성그룹 김영대 회장의 삼형제가 경영 분리 이후 각기 다른 행보를 걷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1부는 대성홀딩스가 대성지주(현 대성합동지주)를 상대로 제기한 상호사용금지 소송 최종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양사의 상호가 전체적으로 유사하고 영업목적도 동일해 일반인이 오인·혼동할 수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대성홀딩스는 창업주인 고 김수근 회장의 3남인 김영훈 회장이 지난 2009년 대구도시가스로부터 분할해 세운 회사고 대성지주는 장남 김영대 회장이 2010년 회사를 분할하면서 존속하게 된 회사다. 형제간의 상호 분쟁에서 3남 측이 승소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재판부가 홀딩스와 지주는 사실상 비슷한 의미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대성지주의 상호 등기 이전에 이미 대성홀딩스가 입지를 다져놓았던 만큼 재판부가 삼남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장남 김영대 회장, 사업 확장 실패로 어려움
도시가스 등 에너지 사업을 주력으로 영위하고 있는 대성그룹은 외환위기 이후 재계 순위 하락 속에 최근 40위권 후반으로까지 밀려나기는 했지만 1970년 초반까지는 10대 그룹에 이름을 올리기도 하는 등 사업 기반이 탄탄한 그룹이다.
 
지난 2001년 고 김수근 회장이 별세하면서 삼형제가 나란히 계열사들을 나눠 맡았다. 장남 김영대 회장은 대성산업과 대성지주(현 대성합동지주)를, 차남인 김영민 회장은 서울도시가스를, 삼남인 김영훈 회장은 대구도시가스(현 대성에너지)를 맡고 있다. 삼형제의 사실상 계열 분리 이후 현재 삼형제의 상황은 조금씩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장남 김영대 회장이 이끄는 대성산업은 그룹의 모태지만 서울 신도림 디큐브 시티 개발, 주택 사업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채무 등 사업 확장 과정에서 채무가 급격히 늘었다.
 
2011년 대성산업은 차입금이 2조3000억원까지 늘면서 유동성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산업은행의 지원과 디큐브시티 백화점, 대성산업가스 등 알짜 회사를 매각하면서 기사회생했지만 여전히 총차입금이 7000억원을 넘는 등 4년 연속 적자 신세다. 부채비율도 607%에 달한다.
 
대성산업의 모기업 격인 대성합동지주 역시 연결 자회사들의 실적 부진 속에 지난해 3분기 말 90억원의 누적 영업적자를 냈다.
 
다만 자구안 등을 통해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추세라 업계에서는 향후 대성산업의 실적회복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차남 김영민 회장, 안정적 흐름속 수익성 악화 고민
반면 서울도시가스를 맡은 차남 김영민 회장은 대체적으로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최근 수익성 악화 조짐은 골칫거리다. 서울도시가스는 서울 강서구, 마포구, 관악구 등 11개의 자치구와 경기도 파주시·김포시 등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국내 3위권 업체다.
 
서울도시가스는 지난해 1조5402억원의 매출과 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4.2% 감소했고 영업손익은 전년 74억원의 영업이익에서 적자전환했다.
 
김영민 회장은 도시가스 공급 사업을 맡아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지만 최근 이처럼 가스 판매가 줄면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전반적으로 난방·취사에 가스보다 저렴한 전기를 이용하는 가정이 늘면서로 풀이된다.
 
여기에 야심차게 추진했던 해외 자원개발 사업도 저유가로 인해 타격을 받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한 모바일 사업에 진출했다가 성과가 미미해 철수하기도 했다.
 
이처럼 김영민 회장은 2000년대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확장을 추진해 왔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어 주력인 서울도시가스의 수익성 악화를 만회할 카드를 찾고 있다. 최근 김영민 회장은 국제종합기계 인수전에 참여한다고 선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경영 면에서 삼형제의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형제간의 분쟁이 지속적으로 벌어지면서 그룹의 향방은 아직 불안정한 모습이다. ⓒ대성그룹
◆삼남 김영훈 사장, 대성에너지 성과 속 고민
이번에 소송에서 승소한 삼남 김영훈 사장은 삼형제 중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김영훈 사장은 대성홀딩스를 중심으로 주력인 대성에너지를 비롯, 대성 청정에너지, 대성환경에너지 등 9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대성에너지는 대구·경북 지역의 도시가스 공급을 독점하고 있어 역시 안정적인 수익성을 기록,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대성홀딩스는 대성에너지의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지난해 3분기 말 7751억원의 누적 매출액과 167억원의 누적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채비율도 93%에 불과해 양호하다는 평가다.
 
다만 차남 김영민 사장처럼 김영훈 사장도 도시가스산업의 한계성을 자각하고 외형 성장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도시가스 판매량이 감소세를 나타내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는 판단이다.
 
◆형제간 분쟁 속 그룹 행보는 아직 불안정
한편 경영 면에서 삼형제의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형제간의 분쟁이 지속적으로 벌어지면서 그룹의 향방은 아직 불안정한 모습이다.
 
특히 장남과 삼남은 최근 상호 사용을 둘러싼 분쟁 외에도 반목을 거듭해 왔다. 김영대 회장과 김영훈 회장은 고 김수근 명예회장이 타계한 이후 지분 승계를 놓고 갈등을 벌인 바 있다.
 
여기에 대성그룹 승계의 적통성을 둘러싼 갈등이 일기도 했다. 과거 대성그룹 회장 명칭을 사용하던 김영대 사장에 대해 김영훈 사장이 같은 명칭을 고집하면서 불거진 갈등이다.
 
2006년에는 어머니인 고 여귀옥 여사가 별세하면서 남긴 주식·부동산 등 100억원대의 유산 분배 과정에서도 삼형제의 다툼이 있었다. 2년여 간의 갈등 속에 동등한 배분이 이뤄졌지만 형제간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2009~2010년부터 이어져 온 상호 분쟁이 최근 일단락됐지만 형제간의 반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향후 그룹 전체의 행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아직 막대한 비용 탓에 교차지분 정리가 쉽지 않아 한 집단으로 묶여 있지만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반목을 감안하면 언젠가는 삼형제가 막대한 자금을 들여서라도 완전한 분리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자금 문제는 물론이고 기업집단 규모 축소 등에 따른 계열사들의 가치 하락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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