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줄이며 중량↑…돌아온 소비자 다시 등 돌릴까

▲ 오리온그룹이 또다시 거액의 세금을 탈루해 세무당국에 적발된 사실이 알려졌다. 이미지 상승을 위한 노력이 허사가 될 위기에 처한 오리온은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사진/시사포커스DB
오리온그룹이 또다시 거액의 세금을 탈루해 세무당국에 적발된 사실이 알려졌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세금 탈루 및 횡령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지 5년만이다. 논란이 커지자 오리온 측은 적잖이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이미지 상승을 위한 노력이 허사가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최근 오리온은 과감하게 이익 폭을 줄여가면서 제품 증량을 단행, ‘질소과자’에 등돌린 소비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겨우 끌어올린 ‘착한 기업’ 이미지는 이번 논란으로 잠시 주춤하게 됐다.
 
16일 업계 등에 따르면 국세청은 오리온그룹과 계열사인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OSI)간의 자금 거래에서 거액의 세금이 누락된 것을 적발하고 수십억원을 추징하라고 통보했다. OSI은 포카칩, 오감자 등의 과자 제품을 만드는 스낵 전문 계열사로 지난해 12월 오리온에 흡수합병됐다.
 
국세청은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OSI)이 합병되기 전, 법인 간 자금이 오고가는 과정에서 거액의 세금이 탈루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해 초 오리온그룹 전반에 대해 고강도 세무조사를 벌였다. 오리온그룹은 추징금 가운데 일부에 대해 불복 신청을 내고 심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오리온그룹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세무조사에서 법인 간의 자금 거래와 관련해 수십억원대 추징금을 통보받은 사실은 있다”면서 “일부에 대해서는 불복 신청을 낸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확하게 어떤 부분에 대해 불복 신청을 했는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세무당국 쪽에서 진행하는 부분이어서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5년전 세금 탈루 혐의 수사
 
이번에 적발된 세금 탈루 혐의는 담철곤 회장이 동일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지 5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앞서 국세청은 회사 자금 수십억원을 횡령하고 거액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담 회장에 대해 지난 2010년 8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담철곤 회장은 검찰 수사를 받아 300억대 회삿돈을 유용·횡령한 혐의 등으로 이듬해 구속기소됐다. 이후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후 복역하다가, 2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받고 풀려났다. 담 회장은 2013년 4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이후 현재 집행유예 기간이다.
 
당시 담 회장은 계열사였던 온미디어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행사가격을 고의로 낮게 책정해 매각시점에서 시세차익을 얻고, 회사 소유 부동산을 헐값에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았다.
 
오리온그룹은 계열사가 서울 청담동에 지은 고급빌라 부지를 시행사에 헐값에 매각해 비자금을 챙긴 의혹도 받았다.
 
▲ 오리온은 지난 2014년부터 21가지 제품 포장재를 축소시키는 한편, 포카칩 등 9가지 제품의 양을 순차적으로 늘리는 ‘착한 포장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오리온

◆이미지 개선 총력 허사되나
 
오리온은 자사 과자 제품의 중량을 차례로 늘리며 소비자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제과업계는 최근까지 과대포장 지적이 일면서 ‘질소 과자’ 오명에 신뢰를 잃고 있었다.
 
오리온은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등돌린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제품 증량을 주도하는 등 이미지 개선에 집중했다. 오리온은 지난 2014년부터 21가지 제품 포장재를 축소시키는 한편, 포카칩 등 9가지 제품의 양을 순차적으로 늘리는 ‘착한 포장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오리온은 당시 1년간 ‘리얼 브라우니(증량 7개→8개)’, ‘왕고래밥(3.7%)’, ‘리얼 치즈칩(3.3%)’, ‘눈을 감자(5.5%)’, ‘고래밥(17.6%)’, ‘와우껌(10.5%)’, ‘포카칩(10%)’, ‘초코파이(11.4%)’ 등 8개 제품의 양을 가격 변동 없이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초코파이의 경우 개당 중량을 35g에서 39g으로 늘리고 초콜릿 함량도 13% 증가시켜 더 진하고 달콤한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오리온의 전략에 소비자들은 구매로 응답했다. 초코파이의 지난해 12월 매출은 1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1% 증가했다.
 
해외 실적까지 증대되면서 겹경사를 맞이했다. 오리온은 지난해 중국에 진출한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오리온 중국법인은 2015년 매출 1조3329억원, 영업이익 200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14.8%, 23.3% 성장한 수치다.
 
이번 세금 탈루 혐의는 잔치에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다. 이미지 제고와 실적에 탄력을 받은 오리온은 곤란한 표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과업계가 질소 과자 오명을 받으면서 이미지가 추락한 가운데 오리온이 주도적으로 증량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의 박수를 받았다”면서 “이번 세금 탈루 혐의가 드러나면서 고객들의 신뢰에 금이 갈까 우려 된다”고 밝혔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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