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지 없는 무차별 확장 우려…“유행 좇지 말아야”

▲ 기업들이 업종을 불문하고 주력사업 외에 다른 영역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최근 편의점업계가 사업 연관성이 전혀 없는 분야의 지분을 인수해 부정적인 여론이 감지되고 있다. ⓒBGF리테일
기업들이 업종을 불문하고 주력사업 외에 다른 영역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최근 편의점업계가 사업 연관성이 전혀 없는 분야의 지분을 인수해 부정적인 여론이 감지되고 있다. 이와는 무관하게 기업들에게는 경기 침체와 경쟁 심화, 급속도로 변화하는 트렌드 등 탓에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 유통, 결제 등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하는가 하면, 한류 열풍에 힘입어 이색분야에서의 화장품 사업 진입이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보광그룹이 소유한 ‘보광이천(이하 휘닉스스프링스)’을 인수하기로 했다. 보광이천은 BGF리테일이 지분 4.2%를 갖고 있지만 편의점 사업과는 연관성이 전혀 없는 기업이다.
 
증권가에서는 BGF리테일의 휘닉스스프링스 인수가 본업과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준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BGF리테일의 휘닉스스프링스 골프장 인수는 편의점업과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고 분석했고,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골프장 인수 효과로 마케팅 시너지를 언급했으나 실질 효과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이 호황인 편의점사업에 시너지가 전무한 휘닉스스프링스 인수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 동생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을 돕기 위한 처사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보광그룹 계열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총수 형제들이 구원에 나선 셈이다.
 
이번 인수는 기존 주주에게 인수대금을 지급하는 일반적인 M&A와 달리 구주 완전감자 후 유상증자 참여방식을 택했다. 인수대금 전액이 인수대상회사의 자본확충에 유입돼 구주에 대한 인수대금 유출은 전혀 없다고 BGF리테일 측은 설명했다.
 
◆GS리테일, 범GS가 해결사 나서기도
 
앞서 지난해 GS리테일도 범GS가의 해결사로 나선 바 있다. 지난해 8월 GS리테일은 파르나스호텔 지분 67.56%를 7600억원에 인수하기로 GS건설과 본계약을 체결했다. GS리테일 측은 초기 투자비, 입지 부족 등 진입장벽이 높은 호텔업종의 특성에 따라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파르나스호텔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GS리테일의 파르나스호텔 인수는 주가에 부정적 이슈”라며 “손익도 줄어들고 투자심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자금난을 겪고 있는 그룹의 계열사 GS건설을 돕기 위해 인수에 나섰다는 일각의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GS건설은 2013년부터 악화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파르나스호텔 지분 매각을 진행했다. 당시 GS건설은 9373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면서 유상증자와 자산매각 등을 검토했다.
 
GS리테일은 보유 현금이 넉넉하지 않은 데다 관계사 매각에 따른 경영진 배임 소지, 자산 매각을 둘러싼 오너 일가간 다툼 등 잦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양측의 호텔 매각은 결국 별다른 이변 없이 성사됐다.
 
▲ 기업들에게는 경기 침체와 경쟁 심화, 급속도로 변화하는 트렌드 등 탓에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뉴시스

◆관련성 ‘全無’ 사업, 적극적 ‘구애’
 
기업들의 외도가 부정적인 인식만 심어주는 건 아니다. 최근 신성장 동력을 찾아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침체와 경쟁 격화에 따라 새 먹을거리를 찾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사업과는 완전히 별개의 사업으로 진출을 꾀한다는 점이다.
 
기업의 외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는 금강제화가 꼽힌다. 아이폰, 애플왓치 등 애플 전문 판매점인 프리스비를 운영하는 ‘갈라인터내셔널’은 금강제화의 자회사다. 금강제화는 업황 부진과 경쟁 심화 등에 따라 새로운 수익 창출원을 찾아 나섰고, 지난 2009년부터 프리스비 운영을 시작했다. 갈라인터내셔널은 지난해(6월 결산) 매출액이 1045억원으로 전년대비 39.9% 급증했다.
 
자동차용품 전문기업 불스원은 향에 집중하고 있다. ‘센틀리에’는 불스원이 런칭한 프레스티지 향 전문 브랜드다. 향기서비스로 가맹사업을 하고 있는 ‘센트온’ 역시 불스원의 자회사다.
 
화장품 업계는 이색적인 분야에서 진출한 기업들이 상당하다. 폐쇄회로(CC)TV 카메라 제조사 휴바이론, 홈네트워크 전문업체 르네코 등도 화장품사업에 진출하기로 했다. 또 구두약으로 유명한 말표산업은 지난해 6월 남성화장품 투비(2VEE)를 출시, 헤어왁스 등의 상품을 내놨다.
 
최근 삼천리자전거는 유모차·카시트 제조업체인 쁘레베베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 밖에 카메라업체인 캠시스가 전기차 사업 진출을 선언하는 등 신사업 진출 전략이 증가하고 있다.
 
◆IT업계, 사업 다변화 집중
 
IT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카카오가 로엔을 인수한 데 이어 음원서비스 업체 소리바다는 자회사를 통해 화장품 사업에 손을 뻗었다. 자회사 윌엔터테인먼트가 화장품 기업 윌앤코스를 설립,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였다.
 
모바일 게임 ‘히트’로 인기몰이 중인 바른손이앤에이는 가상현실(VR) 전문업체에 투자했다. 팬시 문구로 성장한 바른손이앤에이는 게임사업 이후, 영화사 흡수합병 및 외식산업 진출 등 활발하게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중견 게임사인 NHN엔터는 클라우드 기반의 CCTV인 스마트 네트워크 카메라(IP카메라)를 출시했다. 또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까지 출시했다. 최근에는 자회사 ‘어메이징소프트’를 통해 광고분석 시스템을 새롭게 적용한 서비스를 내놨다. 아울러 모바일 광고플랫폼 전문 업체 모코플렉스에 20억원 규모를 투자하는 등 사업 다변화에 몰두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다양한 업종에서 본업과 무관한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면서 “그간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위기를 겪은 기업들이 적지 않았던 만큼, 유행을 따르는 것보다는 다각도로 사업 가능성을 확인하고 진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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