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공정거래법 위반 인정 안돼”…협의회 “재신고 할 것”

▲ 공정거래위원회가 유한킴벌리의 대리점 갑질 의혹에 대해 무혐의로 판단했다. ⓒ유한킴벌리
공정거래위원회가 유한킴벌리의 대리점 갑질 의혹에 대해 무혐의 판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1일 협의회가 신고한 ‘유한킴벌리의 차별적취급행위등에 대한 건’의 일부를 무혐의 처리했다.

앞서 협의회 측은 유한킴벌리의 불공정 행위 의혹을 조사해 달라며 공정위에 신고장을 제출한 바 있다. 대리점 측은 ▲차별적 취급 ▲부당한 고객유인 ▲판매목표 강제 ▲구속조건부거래 ▲부당지원 ▲불이익 제공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공정위는 이 가운데 ‘불이익 제공행위’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불이익 제공행위에 대해서는 당사자간 주장이 상이해 법위반 여부 판단이 곤란하다는 이유로 심의절차를 종료했다.
 
◆공정위 “혐의 인정 어렵다”

유한킴벌리와 대리점 사이의 갈등은 지난 2013년부터 이어졌다. 양측이 날을 세우는 주요 쟁점은 ‘특정 대리점과의 차별 대우’, ‘우월적 지위 남용(판매목표 강제)’, ‘포기각서 종용’ 등으로 요약된다.

공정위는 차별적 취급 의혹에 대해 “유통환경의 변화에 따라 추세에 대응해 시장점유율 유지 및 제고를 위해서는 경영전략상 인터넷 대리점을 육성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 “회사로서는 이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은 경제원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무혐의 판단의 근거를 밝혔다.

이어 “온라인 시장의 가격은 유통단계 축소, 가격경쟁 등으로 인해 오프라인에 비해 낮게 형성됐다”면서 “유한킴벌리는 쌍용, 삼정펄프, 모나리자 등과 온라인 시장에서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유한킴벌리로서는 온라인 시장에서 가격을 낮게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유한킴벌리는 앞서 밝힌 업체들(쌍용 등)과 경쟁 관계인 탓에 가격차별을 할 경우 시장점유율 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대리점의 사업활동을 곤란하게 할 의도로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판매목표를 강제했다는 협의회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유한킴벌리가 판매 장려금제도를 운영했으나, 이는 대리점의 자발적 협력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부당하게 판매목표를 강제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석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판매목표를 이루지 못한 대리점에 대해 포기각서를 쓰게 했다는 주장에 대해 “해당 각서가 유한킴벌리의 강요에 의해 작성된 것이란 주장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면서 “신고인이 영업부진을 이유로 대리점 포기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왔으며 이에 의사를 분명히 하라는 취지에서 각서를 제출받았다고 (회사 측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대리점협의회 측은 “2013년 매출의 15.1%(2063억원)이 온라인 사업부에서 발생한데다, 같은해 많은 신제품을 출시했는데도 매출이 줄어들었다는 건 인위적인 재편이 의심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유한킴벌리

◆대리점협의회 “우리 입장 반영 안돼…재신고할 것”

대리점협의회는 이번 공정위의 판단에 대해 “우리의 입장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리점협의회 송모 회장은 <시사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대리점들이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던 것을 (회사 측이) 신규 온라인 대리점에 가격차별 등을 통해 인위적인 재편을 했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에서 온라인 사업부의 몸집을 불리기 위해 기존 대리점들의 몫을 축소하는 등의 조치가 있었다는 얘기다. 그는 이에 대한 근거로 유한킴벌리가 본격적인 온라인 사업을 펼쳤던 2013년 오히려 매출이 감소했다는 점을 들었다.

송 회장은 “2013년 매출의 15.1%(2063억원)이 온라인 사업부에서 발생한데다, 같은해 많은 신제품을 출시했는데도 매출이 줄어들었다는 건 인위적인 재편이 의심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대리점협의회 측은 이번에 조사된 평균 매입액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공정위가 협의회 측에 회신한 자료에 따르면 오프라인 대리점이 유한킴벌리로부터 매입한 평균 매입액은 ▲2010년 178억원 ▲2011년 164억원 ▲2012년 153억원 ▲2013년 135억원 등인 반면, 온라인 대리점은 ▲2010년 1044억원 ▲2011년 905억원 ▲2012년 933억원 ▲2013년 901억원 등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를 근거로 “온라인 대리점의 매입액이 오프라인 대리점에 비해 약 5~6배에 이르며 외상 대금 변제 기일도 온라인은 평균 6일, 오프라인은 13~22일인 점 등을 감안하면 온라인 대리점에 대한 공급가격이 가격할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도 볼 수 있어 합리적인 차별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송 회장은 “평균 매입액 부분은 근거가 없는 자료”라면서 “2013년 오프라인 평균 매입액에 대리점수를 곱하면 2조2600억원이 나온다. 이는 유한킴벌리 한해 매출액인 1조3660억원보다 1.65배 높은 수치다. 증거자료로 삼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협의회 측은 유한킴벌리 측에서 포기각서를 신고인 측에서 먼저 원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날카롭게 각을 세웠다.

대리점을 운영 중인 H유통 박모 사장은 “유한킴벌리는 (제 쪽에서 먼저) 포기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라면서 “지사장이 찾아와서 포기각서를 강요하는 내용의 녹취록도 가지고 있다. 만약 포기할 마음이 있었다면 지금까지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시사포커스>는 유한킴벌리의 입장을 묻기 위해 홍보 관계자에게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후 다른 부서 직원을 통해 메모를 남겼지만 현재까지 답이 없는 상태다.

한편 협의회 측은 추후 참여연대 등과 함께 재신고 절차를 밟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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