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의장, ‘선거법 획정’ 野 요구 수용…野 본회의 표결 참석

▲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이 찬성 174명, 반대 24명, 기권 25명으로 최종 통과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지난달 29일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으나 당시 야당의 불참으로 끝내 무산됐던 기업활력제고특별법, 이른바 원샷법이 우여곡절 끝에 4일 국회 문턱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7월 9일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 7개월 만의 일로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서명운동까지 들어가며 경제활성화 법안 등의 조속한 처리를 국회에 호소하던 경제계는 잠시나마 숨통이 트이게 됐다.
 
이번 원샷법 통과로 향후 기업들은 합병 시 주주총회 소집절차가 간소화되는 등 합병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합병 뒤엔 신설법인의 등록면허세가 감면되는 세제혜택도 받을 수 있게 돼 기업 간 인수합병이 보다 활발히 일어날 수 있고 사업 재편도 용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 앞서 여야는 오전에도 여전히 신경전을 이어가면서 더불어민주당의 본회의 참석도 불투명한 상황이었으나 정의화 국회의장이 ‘선거구 획정’ 사안에 대해 확답을 원하는 야당의 요구를 전격 수용하면서 ‘입법 정국 정상화’의 물꼬를 텄다.
 
특히 이날만은 정 의장조차 더민주가 불참하더라도 본회의 개의를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데다 국민의당도 일찌감치 본회의 참석의사를 내비쳐 더민주 측도 과거와 달리 적잖은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본회의에선 이미 통과된 원샷법을 비롯해 무쟁점 법안 39건도 함께 처리됐는데 이 기세를 타고 앞으로 나머지 쟁점법안인 서비스산업발전법이나 노동개혁법도 국회의 벽을 넘을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원샷법 처리’ 왜 장기화됐나
 
사실 원샷법은 지난달 23일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정책위의장이 모여 29일 오후 본회의서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본회의 당일에 이르러 ‘선거구 획정’ 문제를 두고 양측이 입장 차를 드러낸 끝에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에 불참하면서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간 듯 했다.
 
양당은 이번 ‘원샷법 처리’ 하루 전까지도 여전히 갈등의 골을 좁히지 못했는데 새누리당은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원샷법과 북한인권법을 야당이 선거법을 처리해야 한다면서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주장했고, 더민주는 합의문엔 선거법을 29일에 처리하자는 건 없었지만 ‘선거법 획정’을 갑자기 들고 나온 게 아니라 협의 과정에서 계속 강조했다고 입장을 내놨다.
 
그나마 원샷법 처리 가능성에 희망이 보였던 것은 지난 1일 더민주가 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원샷법을 통과시켰단 점인데 이에 대해 정의화 국회의장은 3일 “기업활력제고법이 야당 협조로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것 자체가 (야당의) 사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하며 야당과의 어떤 협의도 보이콧하는 새누리당 지도부에 화해를 촉구했다.
 
이렇듯 원샷법이 법사위를 통과함에 따라 직권상정을 불사하던 새누리당의 목소리는 힘이 빠지고 직권상정 없이도 법안을 본회의에 올릴 수 있게 되자 정 의장은 4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원샷법을 처리키로 뜻을 굳혔다.
 
다만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4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선거 병’에 희생돼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국민이 더는 용납지 않을 것”이라며 “야당의 발목 잡기로 1월 임시국회 기간 한 차례도 본회의를 못 열었는데 오늘은 어떤 일이 있어도 무쟁점 법안들이 통과돼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정 의장 역시 이날 오전 국회로 등원하는 길에 “오늘은 그대로 한다”며 “국민의당은 전원 참석키로 했고 아마 2시~3시 사이에 국민의당 도착하는 대로 개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더민주의 참석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엔 본회의 개의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 의장까지 가세한 압박을 받은 더민주 측은 변화된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이종걸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선거구 획정 국회안 확정 없인 원샷법·북한인권법의 본회의 상정·처리를 반대한다”며 일견 배수진을 친 듯하면서도 한편으론 여당에 2가지 조건을 내세워 둘 중 하나만 충족돼도 본회의에 출석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하나는 여당이 오는 11일까지 선거구 획정 국회안 타결을 약속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타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 의장이 중재안을 만들어 직권상정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약속해 달란 요구사항이었는데 이에 대해 정 의장은 이날 오전 양당 원내지도부 회동에서 “여야가 12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의 합의 내용을 토대로 선거구 획정 기준을 정해 적어도 17~18일 처리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야당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까지 법사위에서 원샷법이 통과된 자체가 실질적으로 여야 간 합의를 이룬 것이라며 ‘원샷법 찬성’을 당론으로 정하고 본회의에 9명의 소속의원을 참석시켜 원샷법 처리에 협력하기로 하면서 더민주는 더 이상 ‘선거구 획정’을 내세워 반대할 명분을 잃고 우선 본회의에 참석하기로 뜻을 모았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본회의 직전 가진 당 의원총회에서 “선거법은 아직 협상 절차가 끝나지 않아 상정되지 않았고 원샷법은 의사일정에 포함돼 상정, 처리되는 과정에 있다”며 현실적으로 당장 선거법과 동시처리하기 어려운 만큼 한 발 물러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은 자신들이 유독 ‘선거구 획정’을 주장해온 이유에 대해 “여당에서 선거법에 다른 법을 연계시켜 통과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혀 그간 ‘원샷법’ 자체를 반대했다기보다 여당에서 야당과 합의되지 않는 다른 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거래 대상’으로 선거구 획정안을 내세우지 못하도록 이미 여야가 합의한 ‘원샷법’에 선거구 획정안을 연계시켜 통과시키고자 했던 속내를 내비쳤다.
 
그래선지 이 원내대표도 이 자리에서 ‘선거구 획정안’과 관련해 “어떤 일이 있어도 여야가 양해된 내용을 토대로, 선거법은 늦어도 오는 12일까지 선거구획정위에 보내겠다는 분명한 결의를 요구했고 국회의장도 그걸 분명히 공표했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또 그는 “원샷법은 오늘 처리할 수 있지만 앞으로 정 의장의 12일 처리표명을 토대로 (남은) 쟁점법률을 논의하는 것으로 한다”며 오는 12일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갈등이 재발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 서비스법 등 남은 경제활성화법 처리도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본회의, 진통 끝에 ‘원샷법’ 통과…211일만의 결실
 
▲ 4일 본회의 진행 중 의사진행발언자로 나선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달 29일 본회의 파행 사태의 책임을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 물으며 비판하자 더민주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가 의장석 근처까지 나와 항의하고 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우여곡절 끝에 겨우 열린 이날 본회의 역시 언제 파행을 빚을지 모를 아슬아슬한 상황을 이어갔다.
 
이날 오후 본회의가 시작된 지 오래지 않아 의사진행발언자로 나선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겨냥해 “국회의원도 아닌 비대위원장인가 그런 분이 300명 국회의원이 합의한 안을 뒤집어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며 “더민주는 정말 한심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장내는 일순간 험악한 분위기로 변해버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조 원내수석은 노동법을 거론하는 듯 “야당은 민주노총 얘기만 나오면 그 법안이 무조건 잘못된 법안이고 민주노총의 2중대 역할을 하고 있다”며 “더민주는 선거에서의 심판이 눈에 보인다. 민주노총과 진보좌파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아니라 이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라고 꼬집어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돼버렸다.
 
더민주 소속의원들이 고성을 지르며 항의한 데 이어 이 원내대표는 정 의장에게 정회까지 요청하고 나섰으나 시간상 더는 늦출 수 없었던 의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우리 서로 의원들에게 예를 갖춰야 하고 상대당의 지도부에 대한 예도 갖춰야 한다”는 선에서 간신히 수습해 모처럼 열렸던 본회의가 자칫 또 파행을 빚을 뻔한 상황을 겨우 회복시켰다.
 
더민주 측도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조 원내수석에게 “제가 이 자리에서 새누리당을 평가할 때 ‘재벌 나팔수 정당이다’라고 비하하면 뭐라고 답할 것이냐”며 우선 김종인 비대위원장에 대한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정도에서 매듭짓기로 했다.
 
잠시 갈등을 덮어두고 원샷법 처리를 위한 표결에 들어간 여야는 이날 재석의원 223명 중 찬성 174명, 반대 24명, 기권 25명으로 가결시키면서 무려 발의한 날로부터 211일 만에 원샷법은 빛을 보게 됐다.

이와 관련, 재계는 당장 환영의 뜻을 표했는데 전경련은 이날 원샷법 통과에 대해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이 기업의 사전적, 선제적 사업재편을 촉진해 산업경쟁력 강화와 경제 활성화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으며 이들 경제단체와 함께 그동안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서명운동을 주도해온 대한상의도 “사업재편 활동이 가속화돼 우리산업의 체질이 강화되고 창업과 성장으로 이어지는 성장생태계의 선순환 구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긍정적 반응을 내놨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선 원샷법 외에도 외국법자문사법 일부개정법률안, 담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무쟁점 법안 39개도 함께 처리됐으며 새누리당과 더민주 지도부는 본회의가 끝난 직후 ‘2+2 회동’을 갖고 아직 처리되지 못한 쟁점법안과 선거구 획정 문제에 대한 협상에 들어가 과연 양측이 좋은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