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환자는 없는 응급구조단 응급차

알코올 문제로 가정과 불화를 겪고 있던 유 모씨는 지난해 10월 갑자기 들이닥친 사설 응급구조단에 의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응급차에 태워졌다. 건장한 남자 2명이 유씨 집으로 찾아와 “경찰관인데 조사할 게 있으니 문 좀 열어달라”고 했다. 경찰이라는 말에 깜짝 놀란 유씨가 문을 열어줬지만 이들은 경찰을 사칭한 사설 응급구조단원이었다. 유씨의 집에 들어온 구조단원 들은 “부인과 딸이 당신을 정신병원에 넣어달라고 하니 같이 가자”고 재촉했다. 술 문제로 가정 불화가 있긴 했지만 병원까지 갈 정도는 아니라고 거부하자 이들은 곧바로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발을 걸어 유씨를 넘어뜨리고 목을 조른 뒤 양손에 수갑을 채웠다. 팔과 다리에는 포승줄이 감겼다. 유씨는 응급차에 실렸고 충남 공주의 한 정신요양원으로 옮겨졌다. 이 대가로 박씨는 유씨 부인에게서 25만원을 받았다. 이렇듯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 대부분이 유씨처럼 사설 응급구조단원에 의해 입원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응급구조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시, 군에 등록을 해야 한다. 또한 응급구조단원으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지만 이들은 자격증 대신 ‘수갑’과 ‘포승줄’을 가지고 다닌다. 이처럼 환자 보호자만의 동의로 정신질환자를 태워 치료 및 요양시설에 입원시키는 행위는 위법이다. 입원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감정결과가 있어야 하고 응급상황임을 입증할 수 있는 경찰이나 소방관의 동의서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법적인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는 경우는 드물다. 보호자들은 환자를 한시라도 빨리 격리시키고 싶어 하고 구조단은 이송에 따라 ‘수입’이 생기기 때문이다. 구조단은 환자를 이송할 때마다 병원 측으로부터 별도 사례금을 받는다. 알코올 중독 등 단기 환자에 대해서는 10만~20만원, 장기치료 환자는 50만원 가량이 지급되는 것으로 파악을 하고 있다. 보호자 확보가 힘든 행려환자까지 구조단이 실어 나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병원 역시 수입원이 되는 입원 환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보호자와 구조단, 병원 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환자들의 인권은 무시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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