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발표 실정과 다르다” vs “정부 개입 시장 원리 배치”

▲ 백화점들이 납품업체에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율을 부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온 가운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와 한 중소업체 사장의 폭로가 맞물려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뉴시스
최근 백화점업계에서는 판매수수료를 둘러싼 공방이 거세다. 그간 업계에서는 백화점들이 납품업체에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율을 부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는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와 한 중소업체 사장의 폭로가 맞물려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수수료 횡포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30~40%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율과 유통채널 다변화, 경기 침체 등으로 백화점을 떠나는 의류업체들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백화점업체들이 납품업체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매출액의 30%에 달했다.
 
품목별로 수수료율을 살펴보면 ▲셔츠·넥타이 33.9% ▲레저용품 32.0% ▲잡화 31.8% ▲여성정장 31.7% ▲란제리·모피 31.1% ▲진·유니섹스 31% ▲남성 정장 30.7% 등 순이었다.
 
백화점 매출의 약 80%는 패션업체가 책임지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소비자들이 백화점 내에서 의류 및 잡화의 구입 비중이 높다는 의미인데, 많은 사람들이 찾는 만큼 입점하려는 업체들도 많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는 자연스레 높은 입점 경쟁률을 형성하고, 주도권은 백화점이 쥘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간 백화점에 입점한 의류 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높은 수수료를 내야 했다.
 
공정위가 발표한 판매수수료율은 평균 27.9%로, 전년대비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엉터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겨례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에서 20년 간 상품을 납품하고 있다는 한 중소기업 사장은 공정위의 자료는 실상과 전혀 다르다고 폭로했다.
 
◆“입점업체 부담 가중 심하다”
 
그는 이같은 평균치가 나온데 대해 매출 비중이 큰 상품을 봐야 실상을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셔츠·넥타이의 경우 판매수수료율은 실제로 40%를 웃돌며, 여성 정장과 잡화 등의 수수료 실제로는 33~40%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 사장에 따르면 판매수수료율이 1%p 올라갈 때마다 입점업체들의 부담은 2640억원이 늘어난다. 공정위 조사결과 판매수수료율이 낮아진 건 백화점들이 물타기를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판매비중이 큰 품목에 높은 수수료를, 판매비중이 작은 품목에는 낮은 수수료율을 책정해 평균이 낮아지게 하는 수법을 동원했다는 게 김 사장의 주장이다.
 
그는 또 사실상 우리나라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특약 매입’ 거래 방식을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약 매입은 백화점이 납품업체로부터 ‘반품 조건부’로 상품을 외상 매입한 뒤 판매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공정위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판매수수료는 시장에서 대규모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간 협상에 의해 결정되는 일종의 가격이며, 정부의 직접개입은 시장 원리에 배치될 뿐 아니라 법적인 근거도 없다고 해명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백화점 수수료는 시장 원리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수수료율이 낮지는 않은 상황”이라면서 “그럼에도 브랜드 가치 상승 등의 여러 이점이 있어 여러 업체들이 꾸준히 입점을 희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 공정위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업체 가운데 롯데백화점의 판매수수료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시사포커스DB

◆롯데백화점, 수수료 가장 높아
 
한편, 공정위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업체 가운데 롯데백화점의 판매수수료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평균 28.5%의 판매수수료를 입점업체로부터 받았다. 전체 평균(27.8%)보다 0.7%p 높았다.
 
이 백화점에서 10만원을 지출하면 2만8500원은 롯데백화점이 챙긴다. 물론 이는 평균값으로,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면 3~4만원 가량을 롯데가 챙기는 셈이다. 입점업체는 여기에 인테리어 및 광고비, 매장운영비, 인건비 등이 붙기 때문에 실제 부담률은 50% 이상이라는 설명이다.
 
더구나 롯데는 대기업과 해외 명품 업체에는 평균보다 적은 수수료를, 중소기업에는 높은 수수료를 책정해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어 판매수수료율은 ▲신세계 28.4% ▲AK플라자 28.1% ▲갤러리아 27.6% ▲현대 27.5% ▲동아 24.3% ▲NC 22.9% 등이 뒤를 이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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