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부동산 시장은 폭풍전야다. 지난해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빚 내서 집 사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지면서 금리는 바닥을 찍었다.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고 디딤돌이나 보금자리 등 정책금리도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자연스럽게 시중은행의 담보대출금리도 2%대가 속출했다.
 
당연히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은 2011년 이후 가장 많이 증가했다. 전세 매물이 실종되고 전세가가 고공행진을 기록하면서 다달이 월세를 낼 바에야 빚을 내서 집을 사겠다는 수요는 크게 늘었고 이는 고스란히 가계 대출이 폭증하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해 증가한 가계대출이 78.2조원인데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70조원 늘었다고 하니 결국 작금의 가계대출 폭증은 온전히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에 나선 정부의 몫이다.
 
이 모든 것들은 먼 옛날 일이 아니라 바로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근래 가장 높았던 지난해의 일이다. 헌데 괜찮다면서 대출을 장려하던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가계대출이 감당할 수 없이 늘어나자 대출심사를 까다롭게 하겠다면서 갑자기 정책 기조를 손바닥 뒤집듯이 바꿨다. 이 같은 방침을 발표하기 불과 한 달 전 정부는 부동산 대출 정책의 핵심인 LTV와 DTI의 완화 종료 시점을 1년 연장했었다.
 
정부의 권고에 따라 당장 다음 주부터 시중은행들은 이자와 원금을 동시에 갚아나가는 대출 시스템의 정착을 위해 거치기간을 대폭 줄이고 상환능력 위주의 심사를 하게 된다. 당연히 대출받기는 지난해보다 어려워질 것이다. 부동산 거래 수요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고 집값도 지금보다는 내려갈 확률이 높다.
 
집값이 내려가면 무조건 좋을까? 지난해 6월 기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잔액 100조원 중 LTV 60%를 초과한 대출액이 무려 42조원, DTI 50%를 초과한 대출액이 20조원이었다. 집값이 내려가면 당연히 대출금 상환이 힘들어지고 이는 부동산 시장은 물론 금융권부터 국민들에게까지 심각한 타격으로 돌아온다. 지금은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 역대 최저 수준의 저금리와 집값 상승 덕에 버티고 있지만 현재 역대 최저 수준인 금리는 조금씩 상승세로 돌아섰고 부동산 시장은 과열 열기가 진정되고 있다.
 
규제를 강화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필자는 부동산 정책 자체를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는 정부의 정책 결정 시스템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부동산 공화국인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정책은 정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던 지난해 많은 이들은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정부는 일관되게 대출 완화 정책 시리즈를 선뵀다.
 
모든 위험성은 사전에 예고돼 있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예고됐었다. 분양가 상한제 완화를 기회로 분양 물량 밀어내기에 나섰던 건설사들이 미분양 폭탄이라는 부메랑을 맞기 시작하는 현재의 상황도 당연히 예상이 가능했다. 갑작스러운 악재가 터졌던 것도 아닌데 정부는 이랬다가 저랬다가를 반복하면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벌써부터 부동산 시장에서는 각종 위험 신호가 감지된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5주 연속 제자리이고 강남 3구는 아예 하락세로 돌아섰다. 동탄2신도시에서는 미분양이 속출하고 위례신도시에서는 전셋값이 폭락하고 있다고 한다. 부동산은 심리다. LTV나 DTI는 건드리지도 않고 그저 대출 심사만 강화한다고 해도 이처럼 시장이 위축되기 마련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절반 이상이 2~3년 내의 주택 가격 조정을 점쳤다고 한다. 공급 물량 과잉으로 내년에는 주택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만큼은 장기적 안목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주길 당부한다. 경기 부양도 별다른 성과가 없지 않았나. 당장 지난해 거액의 빚을 내서 집을 샀던 많은 이들은 정부에 불신의 목소리를 던지고 있다. “빚 내서 집 사래서 집 샀더니 일 년도 안 돼서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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