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 상무 5년 실형…도이치증권·은행 추징금만 450억원

▲ 지난 2010년 장마감 10분전 2조원이 넘는 매도 주문이 쏟아지면서 코스피지수가 급락했던 ‘옵션쇼크 사태’와 관련해 이를 주도한 한국도이치증권 임원과 법인에 중형이 선고됐다. ⓒ뉴시스
지난 2010년 장마감 10분전 2조원이 넘는 매도 주문이 쏟아지면서 코스피지수가 급락했던 ‘옵션쇼크 사태’와 관련해 이를 주도한 한국도이치증권 임원과 법인에 중형이 선고됐다.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7부(부장판사 심규홍)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도이치증권 상무 박모 씨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도이치증권에 벌금 15억원과 추징금 11억8300만원, 도이치은행에 추징금 436억95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번 1심 선고는 검찰이 수사를 개시한 지 4년 5개월 만이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옵션 만기일에 주식을 대량 매도해 지수를 하락시켜 미리 사 놓은 파생상품으로 부당 이득을 취하고 박 씨도 한국거래소에 사전보고를 고의로 늦게 하는 등 시세 조종에 공모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도이치 측의 고의성을 인정한 셈이다.
 
다만 박 씨가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법정구속되지 않았고 주도 세력으로서 함께 기소된 도이치은행 외국인 임원들 세 명은 현재 소재 파악이 되지 않고 있어 깃털만 잡고 끝난 재판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선고는 무기한 연기된 상태로 법원은 체포영장을 발부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도이치은행은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안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도이치은행은 한층 강화된 내부통제, 관련 법령의 철저한 준수를 통해 향후 한국 금융시장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했다.
 
이번 주가조작 사건은 지난 2010년 11월 11일 도이치증권이 무려 2조4400억원어치의 주식을 장 마감 10분 전 한꺼번에 내다팔면서 비롯됐다. 도이치증권의 대량 매도로 코스피는 53.12p나 급락했고 도이치증권 관계자들은 주가 하락에 따라 이익을 볼 수 있는 풋옵션을 미리 사 뒀다가 10분 만에 448억원의 이익을 얻었다.
 
반면 속절없이 당한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은 1400억원에 달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주가 조작 사태로 기록된 것은 물론이고 현재까지도 11·11쇼크, 옵션쇼크 사태 등으로 회자되고 있다. 특히 당시 와이즈에셋은 900억원의 손실을 보고 경영 사정이 크게 악화돼 결국 금융당국의 개선명령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금융투자업인가가 취소되기에 이르기까지 했다.
 
손실을 입은 개인 투자자들과 금융기관들은 현재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을 상대로 10여건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이번 재판 결과가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에게 KB손해보험 등의 피해 금융사 5곳에 280억원 가량을 배상하라고 화해 권고를 낸 바 있다. 같은 달 서울중앙지방법원은 KB국민은행이 제기했던 7억원대 소송에서도 도이치은행의 책임을 100% 인정했다.
 
현대와이즈에셋자산운용 등이 제기한 674억원대 손해배상 소송과 지난달 1일 공무원연금공단이 낸 158억원의 소송에서도 법원은 각각 배상 권고와 화해 권고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옵션쇼크 피해자들이 도이치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액은 총 2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80% 가량의 배상비율을 감안하더라도 추징금을 더하면 도이치증권이 지불해야 할 비용은 총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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