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과 통합’, 국면 전환 나선 安…더민주도 ‘정의당과 연대’ 맞불

▲ 25일 오전 10시 30분 안철수, 김한길 의원과 한상진, 윤여준 공동 창당준비위원장 등 국민의당 인사들과 더불어 국민회의 창당을 추진 중이던 천정배 의원이 한 자리에 모여 양측이 국민의당으로 통합한다고 선언했다. ⓒ뉴시스
더민주와 국민의당 간 야권 쟁패가 바야흐로 또 다른 전기를 맞고 있다.
 
지지율 회복세를 노리는 국민의당이 천정배의 국민회의와 통합을 선언하며 국면 전환을 시도한지 4시간 만에 더민주는 정의당과 ‘범야권 전략협의체’를 구성해나가기로 했다고 맞불을 놓으며 치열한 기 싸움을 이어갔다.
 
25일 하루동안 야권이 크게 두 갈래로 재편된 것인데 먼저 오전에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천정배 측과 통합을 확정하며 야권통합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무렵 이 소식을 접한 더민주는 정의당과 전격 회동에 들어가 이날 오후 선거 연대 방침을 밝히며 ‘통합된 국민의당’을 견제하고 나섰다.
 
앞서 더민주 측의 연대 제안을 받았던 천 의원이 이날 끝내 국민의당과 함께 하면서 더민주의 국민의당 고립화 시도는 일단 주춤하는 분위기지만 천 의원이 국민의당에 합류해 있는 더민주 출신 호남 의원들을 과거 ‘개혁 대상’으로 규정한 바 있어 앞으로의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 안철수-천정배 “朴 정권 총선 압승 저지 위해 통합”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과 천정배 의원이 창당을 추진해오던 국민회의가 25일 통합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미 전날 밤 만나 통합키로 결의한 안철수·천정배·김한길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다가오는 총선에서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의 압승을 저지하기 위해 양측을 통합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양측은 이날 발표한 합의문에서 “정치인을 위한 통합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통합이어야 한다는 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이번 통합의 결과가 국민의 변화에 대한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현 정권의 경제실패와 민생파탄으로 고통 받는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기 위해 헌법적 가치와 민주개혁적 비전을 국민의당 정강정책에 명확히 담기로 한다”며 “국민과 당원이 주인 되는 민주적 당 운영을 위해 선진 제도를 마련키로 한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총선에 대비해 “개혁적 가치와 비전을 지닌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들을 총선 후보로 공천하기 위해 규칙과 절차를 마련하기로 한다”며 “합리적인 중도개혁 인사의 참여 및 신당추진 인사들과의 통합을 위해 계속 노력한다”고 다짐했다.
 
이날 합의문에서 암시한 바와 같이 통합된 당의 명칭은 국민의당으로 잠정 합의된 것으로 풀이되는데 현역 의원 15명이 포진한 국민의당에 현역 의원이 천 의원 본인뿐인 국민회의가 통합되는 만큼 사실상 양당 통합이라기보다 천 의원이 국민의당에 합류하는 형태를 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장 호남권 신세력을 모으자던 천 의원이 안 의원 신당 측에 합류함으로써 전날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교수까지 영입하며 호남에서 세몰이에 나섰던 더민주는 상당히 경계하는 분위기다.
 
◆ 국민의당, 천정배 이어 박주선·박지원 합류할까

특히 현역 의원 1명뿐인 국민회의지만 양측은 ‘양당 통합’이란 표현을 내세워 국민의당이 야권 통합을 위해 더민주보다 선제적 시도를 폈단 점을 강조함으로써 지지율 회복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이날 천 의원의 합류에 이어 또 다른 호남 출신 창당파 현역 의원인 박주선 의원까지 국민의당과 함께 할 경우 국민의당이 호남 지지율을 회복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주선 의원은 천 의원이 자신과 어떤 사전 논의도 없이 갑자기 국민의당과 통합한 데 대해 배신감을 드러내고 있어 근시일 내에 합류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런 감정을 보여주듯 이날 오후 박 의원은 개인 성명을 내고 천 의원을 겨냥해 “지난 23일 저는 천정배 의원과 회동해 먼저 박주선-천정배-정동영 3자 통합 추진을 합의했으나, 합의 이틀만인 오늘 천 의원과 국민의당이 통합을 발표했다”며 “사전 협의 없는 천 의원의 국민의당 전격합류로 호남정치 복원은 어려워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이 보수층 일부와 중도층을 견인하는 건 이미 여론조사 상으로 입증됐지만 국민의당 독자의 힘만으로는 (총선승리와 정권교체가) 어렵다”며 “먼저 호남정치를 복원하고 이 기반을 갖고 안철수 신당과 통합할 때 신당 바람이 태풍으로 변해 총선승리, 정권교체 가능성을 한층 높일 것”이라고 해 국민의당과 통합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밖에 국민의당이 주목할 만한 또 다른 변수는 지난 22일 더민주를 탈당해 국민의당행이 아닌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박지원 의원인데 그가 탈당한지 이틀 뒤인 24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교수가 더민주에 입당한 것에 그는 일견 당혹스러워 하는 모양새다.
 
박 의원은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이희호 여사와의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면서도 김 교수의 더민주 입당과 관련, “김 씨의 결정은 김 씨가 한 것”이라며 “(김 씨 입당에 대해)이 여사와 문 대표 사이에 대화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해 김 교수와 문 대표 간 협의에 따른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박 의원은 김 교수의 더민주 입당에 대해 “저와 문재인 대표 간에 오래전에 이야기를 나눴고, 이희호 여사의 의사가 문 대표에게 2~3개월 전에 분명히 전달됐다”고 해 김 교수의 입당 자체를 예측하지 못했다기보다 정확한 입당 시점을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무엇보다 박 의원의 탈당 직후에 김 교수가 더민주에 입당해 “분열의 이름으로 아버님(김대중 전 대통령)을 말하지 말라”고 한 건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인데 그간 김 전 대통령의 후계를 자처해온 박 의원으로선 탈당 자체를 분열 시도로 간주하는 더민주의 관점에 비쳤을 때 더 이상 김 전 대통령을 내세우기 어려워지게 될 뿐 아니라 김 교수가 자신의 지역구에서 총선 출마까지 한다면 그야말로 박 의원에게 최악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우려를 일찍이 해왔는지 이날 인터뷰에서 ‘더민주에서 김홍걸 교수를 박 의원의 지역구인 목포에 출마시킬 것이란 소문이 돈다’는 말을 듣자 박 의원은 “어떤 경우에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는데, 이처럼 확신하는 이유에 대해선 “그 말씀을 (이미) 나눴기 때문”이라며 “작년부터 저와 경쟁하는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꾸준히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김 교수가 더민주에 입당할 것 역시 박 의원이 예측하기 어려웠던 만큼 그가 김 교수의 불출마를 어디까지 확신할 수 있을지도 사실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예상을 깨고 김 교수가 더민주 후보로서 목포에 출마할 경우 박 의원도 더민주에 맞대응하는 차원에서 그간 자신이 냉소적 반응을 보냈던 국민의당으로 발길을 옮길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날 국민의당과 국민회의의 통합에 대해서도 박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통합선언을 지지한다”고 밝혀 탈당 전 보여준 태도와 달리 국민의당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내놔 혹시 모를 후일을 위해 국민의당에도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문재인-심상정, ‘범야권 전략협의체 구성’으로 맞대응
 
▲ 더민주 문재인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25일 양자간 비공개 회동을 가진 뒤 '범야권전략협의체 구성'에 양측이 공감하고 적극 협력해 추진키로 뜻을 모았다고 이날 오후 양당 대변인이 전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편 이날 오전 국민의당과 국민회의 통합 선언 기자회견이 열린지 불과 30분가량 지난 11시에 문재인 더민주 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긴급하게 비공개 회동을 갖고 민생과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 연대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뒤 그 결과를 4개항으로 요약해 발표했다.
 
이 같은 전격적인 움직임은 충분히 국민의당 통합선언을 의식했다는 반증임에도 이들은 이날 회동이 사전 약속됐던 것이라고 밝히면서 국민의당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양당은 심 대표가 신년기자회견에서 제안한 ‘민생과 정권교체를 위한 정권연합 구상’을 설명하는 첫 자리로 마련된 것이라며 ‘범야권전략협의체’ 구성에 적극 공감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이 자리에서 문 대표는 야권혁신과 연대에 대해 그동안 논의됐던 내용을 더민주의 전권을 이양 받게 되는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후속 논의가 잘 될 수 있도록 가능한 역할을 다 하겠다고 밝혔고 심 대표는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다른 야권지도자들까지 만나 적극 설득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고 양당 대변인은 전했다.
 
더민주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양당 대표의 회동 결과와 관련, “(야권연대에 대한) 구체적 논의보다는 원칙에 대해 협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혀 실효적 측면보다는 국민의당 통합 발표에 맞서고자 급한대로 선언적 성격의 결과물을 내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듯 소위 야권의 ‘합종연횡’이 진정성 있는 논의보다 국면전환이나 맞불용 카드로써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질 경우 향후 공천 룰이나 외부인사 영입 등 여러 측면에서 당 구성원 간 이견 차를 드러내 오히려 내분으로까지 번질 수 있어 이처럼 총선에 쫓겨 급박하게 통합하는 것만이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란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부분을 꼬집듯 이날 새누리당은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당과 더민주 양측을 모두 비판했느데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오전 브리핑에서 국민의당과 천정배 측 국민회의의 통합에 대해 “국민의당과 국민회의 통합은 모양새는 통합이지만 누가봐도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야권연대”라며 “안철수의 새정치는 역시나 헌정치”라고 혹평했다.
 
새누리당은 오후 있었던 더민주 문재인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 간 성사된 ‘범야권 전략 협의체 구성 합의’ 역시 김용남 원내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지역구 당선이 어려운 정의당에게 비례대표 의석을 더 몰아주고, 지역구에서는 야권 표가 분산되지 않도록 하는 밀실 거래가 있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는 의혹까지 제기해가며 “후진정치의 전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