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계 금융사 바클레이즈가 은행과 증권 서울지점을 폐쇄하고 완전 철수키로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본사 차원의 구조조정과 한국 시장에서의 수익성 및 성장 가능성 악화 탓이라는 추측인데 바클레이즈는 이미 지난 90년대 한 차례 지점을 철수한 적이 있었다는 점에서 경기가 조금만 안 좋아지면 바로 짐을 싼다는 먹튀가 아니느냐는 핀잔도 받고 있다.
 
원칙적으로 바클레이즈 역시 기업인데 업황이 악화되는 사업을 철수할 권리는 온전히 바클레이즈의 몫이 돼야 한다. 직원들의 정리해고 과정에 있어서 위로금 규모나 절차상의 불법성 여부가 논란의 불씨가 되고는 있지만 사업 철수 자체에 대해서까지 왈가왈부하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이는 자본 시장의 펀더멘털이 취약했던 우리나라에 수 차례 외국의 대형 자본이 ‘먹튀’라는 깊은 생채기를 남겼기 때문에 나오는 지적으로 보인다.
 
5조원에 가까운 차익을 남긴 역대 최악의 먹튀 론스타는 아직까지도 우리나라를 괴롭히고 있다. 론스타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직후에 우리나라에 진출해 캠코의 부실채권을 싸게 사들였다가 비싸게 팔아 이익을 내다가 2000년부터 부동산에 손을 댔다.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로 3년 만에 3000억원의 차익을 냈고 스타리스와 극동건설으로도 8600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하지만 이는 이후 펼쳐질 먹튀의 예고편에 불과했다. 2003년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1조3800억원에 인수했는데 즉시 헐값 매각 논란에 휘말렸다. 국세청과 시민단체들이 헐값매각 의혹으로 론스타와 관련자들에 고발전과 소송전을 펼치자 3년 만에 매각 계획을 세웠고 2010년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을 무려 3조9157억원에 인수했다. 배당성향은 2008년 10.3%에서 2011년 60까지 늘렸다. 론스타가 배당으로 챙겨간 돈만 2조원이 넘는다. 차익만 4조6635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론스타는 지난 2012년 투자자 국가간 소송(ISD)을 제기, 외환은행 매각 지연으로 손실을 봤다며 우리나라에 2조220억원 등 총 5조원대를 배상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찔한 가정이지만 행여라도 ISD에서 우리나라가 패할 경우 론스타는 외환은행으로만 1조3800억원을 들여 7조원에 가까운 차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여의도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국제금융센터(IFC)를 보유한 AIG의 먹튀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서울시는 AIG와 IFC 개발 게약을 맺으면서 엄청난 특혜를 제공했다. 2006년 1월부터 2010년까지 AIG는 토지 임대료를 면제받았다. 서울시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토지임대료를 공시지가의 1%만 내고 2018년 이후 나머지 임대료를 정산토록 해 줬다. AIG와 맺은 임대 및 운영 보장 기간은 무려 99년에 달했다. AIG는 10년간 토지 임대료를 사실상 면제받았지만 별다른 유치 실적도 없는 상황에서 올해부터 매각을 준비 중이다. 차익만 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여 매각이 성사될 경우 먹튀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소버린자산운용도 먹튀의 대명사 중 하나다. SK㈜ 지분 15% 가량을 보유하고 있던 소버린은 지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SK와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당시 경영권 분쟁 이슈로 SK㈜ 지분은 7861원에서 2004년 최고 9만3000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경영권 분쟁 이슈로 주가를 잔뜩 끌어올린 소버린은 2005년 갑자기 주당 4만9000원대에 지분 전량을 팔고 7557억원의 차익을 남긴 채 떠나버렸다.
 
이밖에 영국계 헤르메스 펀드는 2004년 삼성물산 지분 5%를 매집해 인수·합병 의사를 표해 주가를 부양한 뒤 지분을 모두 팔고 300억원의 차익을 거두고 떠났다. 2006년 칼 아이칸은 스틸파트너스와 손 잡고 KT&G 주식 6.59%를 매입하고 경영에 개입하다가 1500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떠났다. 지난해 MBK파트너스에 매각된 홈플러스 지분 100%를 보유했던 영국 테스코 역시 초기에 2조5000억원 정도를 투자한 것에 비해 7조원 가량에 매각한 것을 두고 5조원 가량의 차익을 얻었다는 먹튀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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