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과 전력 사이…향후 행보에 초미의 관심 모아져

▲ 한화투자증권 주진형 사장이 더불어민주당에 합류하면서 증권가가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한화투자증권
극단적인 고객 만족 추구로 증권가에서 끊임없이 분란의 중심에 서 있었던 한화투자증권 주진형 사장이 더불어민주당에 합류하면서 증권가가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25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주진형 사장은 빠르면 이주 초 입당을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진형 사장의 임기는 오는 3월까지로,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 체제 하에서의 첫 인재 영입이다.
 
지난 2013년 취임한 주진형 사장은 그간 ‘구조조정 청부사’, ‘여의도의 칼잡이’, ‘증권가의 돈키호테’ 등 숱한 수식어를 달고 다닌 화제의 인물이다. 각종 개혁적인 정책을 도입해 회사 내부는 물론 증권가의 관행들을 잇따라 타파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주진형 사장은 이미 지난 2011년 민주당 시절 경제민주화 특별위원회 위원을 지낸 바 있다. 부친인 고 주종환 전 동국대 명예교수도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 이사장을 지냈고 동생인 주은경 씨도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 원장으로 있어 진보적 성향이 눈에 띈다는 평가다.
 
새누리당 대선 캠프에 몸을 담았던 김종인 선대위원장까지 영입하면서 경제민주화 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주진형 사장이 보인 개혁적 성향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진형 사장 역시 평소에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존경해 와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이번에 주진형 사장의 영입을 추진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주진형 사장은 직접 총선에 출마하는 대신 더불어민주당의 경제정책과 경제민주화 정책의 세부 내용을 채워가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주진형 사장이 이어나갈 정치 행보가 금융권에 미칠 파급력에 주목하며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서는 주진형 사장이 한화투자증권에서 행했던 잇단 실험들의 무대를 정치권으로 옮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직원들 사이에서는 성과주의에 관해 주진형 사장이 보였던 입장이 어떻게 구체화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최근 정부는 금융개혁을 기치로 금융권에 성과주의 바람 몰이에 나서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속적으로 은행권에 성과주의 체계 임금을 도입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고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역시 증권가에 성과주의를 더욱 확대해야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은행권에서는 성과주의 연봉제 도입을 놓고 행원들의 잇단 반발이 감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주진형 사장은 “증권업계는 과다한 성과주의에 물들어 있다”면서 성과주의의 본진 격이나 다름없는 증권가에서 성과주의의 폐단을 지적하고 한화투자증권에서 매매수수료에 기반한 성과급을 폐지하는 파격적인 실험을 가해 엄청난 반발을 샀다. 투자권유대행인 제도를 폐지하는 초강수를 둔 것 역시 회전율이 높을수록 회사의 수익은 늘지만 고객의 신뢰는 떨어진다는 판단에서였다.
 
주진형 사장은 증권가의 과다한 성과주의가 불법 자기매매를 양산하고 고객의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근본원인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지나친 성과주의는 불완전 판매를 양산하고 고객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얘기다. 이에 주진형 사장이 관여할 더불어민주당의 경제민주화 정책은 정부의 금융권 성과주의 확산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력과 배치되는 면이 있지만 정부의 ‘쉬운 해고’에 대해서도 반기를 들 것이 예상된다. 주진형 사장은 당초 한화투자증권에서뿐 아니라 우리투자증권에서도 구조조정을 주도한 바 있어 ‘칼잡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우리투자증권에서는 LG투자증권과의 통합 후 단행된 임원감축 등 조직슬림화를 주도했고 한화투자증권에서는 직원의 21% 가량을 내보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주진형 사장이 경제민주화와 어울리지 않는 행보를 걸었다는 비판을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주진형 사장은 정부의 ‘쉬운 해고’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안전장치를 해줘야 노동이 유연해진다”면서 “사회보장제도에 투자를 해야 노동제도에 대한 유연성의 가능성을 얘기할 수 있는 것인데 노동의 유연성만 말하면 균형이 안 잡히는 사고방식”이라면서 비판을 가했다. 이에 주진형 사장이 정부의 ‘쉬운 해고’ 정책을 보완하는 차원에서의 안전장치를 도입하는 데에 주력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많은 관심이 모아지는 대기업 총수 일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나 총수 일가의 계열사 덩치 키우기에 대한 제재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주진형 사장은 앞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그룹으로부터 총수 일가의 회사와의 거래를 변경하고 압력을 받았다는 뉘앙스의 답변을 내놔 폭발적인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또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도 한화투자증권은 거의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명확히 제시하기도 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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