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하는 호남 지지율…원내교섭단체 구성도 ‘먹구름’

▲ 국민의당이 내달 2일 창당을 앞둔 가운데 지지율 급락을 거듭하고 있어 총선까지 앞길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내달 2일 창당을 앞둔 것으로 알려진 국민의당에 벌써부터 이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문재인 대표가 최고위원단과 동반 사퇴를 결의하면서 김종인 선대위원장 체제로 재편될 수순을 밟고 있는데 반해 국민의당은 이를 상쇄시킬 맞대응 카드를 뚜렷이 내놓지 못하면서 초기 당 지지 기반이 된 호남에서의 지지율이 이제는 빠르게 이탈해 거꾸로 더민주 쪽을 향하고 있다.
 
이는 더민주의 ‘김종인’ 카드에 어느 정도 비견될 국민의당의 ‘한상진’ 카드가 이승만을 국부로 재평가해야 한다는 역사인식 논란을 일으키면서 호남 지지층을 주춤하게 만든 데 이어 호남 지지층이 더민주에서 돌아선 원인이 된 문 대표 등 친노 지도부가 대거 사퇴 의사를 내비치면서 더민주 내홍에 따른 ‘반사이익’을 더 이상 얻을 수 없게 된 데 따른 결과다.
 
이런 면에서 지지층 확대에 한계를 느낀 더민주는 지난 20일 김영환 의원이 “MB맨을 영입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치며 보수진영까지 지지층 외연을 넓혀나가고자 했으나 22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 같은 ‘우향우’ 시도마저도 별 성과 없이 역풍만 맞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확실한 지지층을 잡지 못한 채 ‘중도’라는 모호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가 국민의당이 결국 ‘좌, 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건 아닌지 지지자들이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김한길계’와 ‘안철수계’ 간 불화설까지 흘러나오고 있어 미처 창당도 안 된 시점부터 벌써 과거 새정치민주연합(더민주 전신) 때의 내분이 재현되는 것 아닌지 많은 이들이 걱정스런 시선을 보내고 있다.
 
◆ 국민의당 지지율 폭락…상승세 끝?
 
22일 한국갤럽이 지난 19~21일 사흘간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새누리당이 38%, 더불어민주당은 19%인데 반해 국민의당은 13%로 나타났다.
 
한 주 전 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이번에 새누리당은 2% 상승, 더민주는 그대로 유지된 반면 국민의당만 6%P나 폭락해 점점 하향세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 명백해지고 있다.
 
이 중에서도 호남지역인 광주전라에서의 국민의당 지지율은 지난 주 30%에서 추가로 4%P 떨어지며 26%에 머물러 한 주 전과 마찬가지로 32%를 유지 중인 더민주가 2주 연속 1위를 달리는 등 양측의 지지율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추세다.
 
이런 위기를 감지했는지 앞서 더민주 탈당을 예고하며 국민의당으로 향하려던 인사들의 발길도 점차 뜸해지면서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당 지도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이미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최재천 의원은 이미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어 현역 의원이면서도 공천에 연연하지 않을 드문 인사인 만큼 그간 국민의당 측에서 영입에 상당히 공을 들여왔으나 그는 지난 19일 더민주까지 아우른 야권 연대 가능성을 일축한 안 의원과는 뜻이 다르다며 끝내 “국민의당에 합류하지 않겠다”고 밝혀 큰 아쉬움만 남겼다.
 
다음으로 기대했던 박영선 의원조차 장고 끝에 지난 21일 더민주에 잔류키로 최종 결정한 데 이어 야권에서 이례적으로 부산지역 3선 경력을 가진 조경태 의원 역시 탈당 후 국민의당이 아닌 새누리당행을 택하면서 그간 국민의당의 영입 노력을 무위로 돌렸다.
 
아울러 더민주 탈당 행렬이 잦아들고 있는 시점에서 앞서 예고한대로 22일 탈당을 단행한 호남 중진인 박지원 의원조차 무소속으로 남아 야권 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국민의당으로 갈 뜻은 없다는 입장을 보여 더민주의 박지원계 의원들을 영입하는 방안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오히려 박 의원은 지난 18일 더민주 탈당을 예고한 이윤석·김영록 의원에게 “‘왔다갔다 하지마라. 손해다’라고 조언했다”면서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먼저 탈당했던 의원들이 공천이 불확실해지자 남아있는 의원들에게 오지말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국민의당의 영입 시도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실제로 당시 탈당이 유력시되던 이윤석 의원은 18일 “문재인 대표의 사퇴가 기정사실화되면서 탈당 명분이 없어졌다”며 잔류를 택했고, 더민주 수석대변인직까지 사퇴하며 탈당 의사를 강하게 내비친 김영록 의원도 여전히 탈당 선언을 미룬 채 탈당을 고심했던 다른 광주전남 의원(박혜자·이개호 등)들처럼 상황을 주시하며 저울질만 하는 등 탈당 의지가 많이 꺾인 분위기다.
 
이런 현상은 호남 중심의 박지원계 외에 충청지역과 수도권도 아우른 김한길계 의원들에까지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미 김 의원이 국민의당으로 옮겨 갔음에도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해 노웅래, 민병두, 정성호, 변재일 등 상당수 의원들이 문 대표의 사퇴 결정 이후 사실상 더민주 탈당에 유보적인 모양새를 취하는 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 국민의당, 원내교섭단체 구성도 물 건너가나
 
이에 따라 특별한 반전의 계기 없이 이런 흐름이 계속될 경우 국민의당이 당초 당연시 여겼던 원내교섭단체 구성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은 현역의원 20명이지만 현재까지 더민주를 탈당한 의원은 과거 천정배 의원부터 꼽아도 이날 박지원 의원까지 포함해야만 겨우 20명이며 더민주 탈당보다는 잔류를 선언하는 인사들이 점차 눈에 띄면서 안 의원의 마음도 급해지고 있다.
 
이런 속사정이 반영됐는지 ‘입법 로비’ 혐의로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까지 선고받은 신학용 의원까지 지난 19일 국민의당에 받아들이는 결정을 내렸는데 그간 비리 혐의로 기소만 돼도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안 의원이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매달려 원칙을 저버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 안철수 의원은 1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학용 의원 입당과 관련,“10대 혁신안에선 기소되고 재판이 진행되면 공천을 못 받는다고 했는데 신 의원은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아직 유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며 “합류엔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변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이에 대해 안 의원은 1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0대 혁신안에선 기소되고 재판이 진행되면 공천을 못 받는다고 했는데 신 의원은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아직 유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며 “합류엔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변했다.
 
이는 원칙상 배제 대상임에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공천 대상이 아니므로 괜찮다는 설명인데 과거 국민의당에서 영입 인재로 발표됐다가 취소됐던 허신행 전 농림수산부 장관의 경우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로 밝혀졌음에도 비리 전력 논란만으로 입당 불허 조치를 내린 데 비해 신 의원에 대해선 지나치게 관대해 교섭단체 구성을 의식해 무리수를 뒀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을 감수하고 신 의원을 영입했음에도 앞으로 큰 변수가 없는 이상 현재 국민의당에 속한 15명의 현역의원만으로는 원내교섭단체는 요원한데 데드라인인 내달 15일까지 5명만 더 채우게 되면 최소 88억에서 최대 91억원에 이르는 국고 보조금이 나오지만 한 명만 부족해도 30억원 수준에 그치게 된다.
 
사실 이제 총선까지 얼마 남지 않아 선거운동 자금이 많이 필요한 시점인데다 이제 갓 창당하게 될 신당의 입장에서 이 정도 규모의 국고보조금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인지라 안 의원이 당장 원칙을 고수하기보다 현실적으로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먼저 집중했다는 것인데 앞으로 지지율 반등이 일지 않는다면 스스로 강조해온 ‘원칙’과 교섭단체 구성이란 ‘현실’ 사이의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은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국민의당이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방법은 더민주에서 역전의 계기가 된 ‘문재인 사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역풍이 일어나길 바라는 것 외엔 기대할 만한 외부적 변수가 없고 보수 표심을 의식해 내놨던 ‘이승만 국부’ 발언으로 오히려 홍역을 치른 한상진 창준위원장을 대신해 윤여준 창준위원장을 22일 공개석상에 등장시켰다고 해도 더민주의 김종인 카드를 꺾을 ‘한 방’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당분간 지지율 하락세는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22일 주승용 원내대표는 서울 마포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남 지역 의원 영입과 관련)다 정치인이기 때문에 우리 당의 지지율이 올라가면 오기 쉬울 것이고, 당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으면 결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당의 지지율을 올리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카드라면 천정배, 박주선, 박준영, 정동영, 손학규 등 외부인사와의 연대나 통합인데 이를 의식한 듯 안 의원도 야권 연대를 일축했던 초기와 달리 천 의원이나 정 전 의원을 끌어들이기 위해 더민주 측과 경쟁을 벌이고 있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다만 통합 움직임에 있어서도 더민주 측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한 발 앞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국민의당으로선 ‘몸값’이 올라간 이들을 어떻게 해야 끌어들일 수 있을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데 국민의당이 적극 구애했음에도 끝내 거절한 최재천·박영선 등이 더민주 김종인 선대위원장과 친분이 깊단 점과 달리 호남 표심을 돌릴 수도 있는 천 의원이나 박 의원은 김 위원장과 별다른 관계가 없단 점에서 더민주보다 얼마나 좋은 조건을 제시하느냐가 ‘야권 연대 구성’의 관건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주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신당과의 통합에 대해 “반드시 (내달 2일) 중앙당 창당 이후에 통합을 한다는 방침을 세운 적은 없었다”며 조속히 야권 연대에 나설 의지를 드러냈다.
 
◆ 당 내분 전조?…‘문자 소동’에 김한길계-안철수계 갈등설 재점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민주와의 일전에서 승패의 기로에 놓인 이 시점에 당내 일부 계파 갈등을 암시하는 듯한 모습이 22일 확인되면서 국민의당의 미래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국민의당 당사에서 열린 확대기조회의 중 창준위 디지털정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관영 의원이 김앤장 법률사무소 이진 고문과 주고 받은 문자 내용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그간 항간에 돌던 ‘김한길-안철수’ 간 계파 갈등설에 다시금 불을 지폈는데 지난 8일 ‘자기 사람 심기로 일어난 참사’로 풀이됐던 인재 영입 철회 사태를 떠올리게 했다.
 
‘메시지 논란’에 선 김 의원은 김한길계로 분류되는데 이날 그와 메시지를 주고받은 이 고문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인물로 안철수계와는 관계가 없다.
 
메시지에서 이 고문은 김 의원에게 “한상진 꺾고, 안철수 계 조용히 있으라 하고, 다시 한번 심기일전”, “소통공감위장 받고 일로 정리 쫘악 해주고”,“비례 받고”, “소공이라는 이름으로 젊은이들 쫙쫙 영입하고”라고 보냈는데 김 의원은 이에 “답 나왔네. 그 길로 쭉”이라고 화답해 한상진 창준위원장 등 안철수계를 밀어내고 이 고문이 소통공감위원장에 앉은 뒤 김한길계 인사들을 심겠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같은 풀이에 대해 김한길 의원 측은 김 의원과 거리를 두고 계파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하며 적극 진화에 나섰는데 비록 이들의 주장대로 이날 메시지가 개인적 생각이나 일종의 실수였다고 해도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결국 ‘공천’을 두고 양측 간 갈등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단 점에서 단순 해프닝이 아니라 장차 우려되는 바를 새삼 일깨워준 사건이라 보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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