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경쟁 움직임 속 정관 변경 찬물 끼얹나

▲ 유진기업과 파인트리자산운용이 벌이는 ㈜동양 지분 확보 경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뉴시스
유진기업과 파인트리자산운용이 법정관리에 돌입한 지 2년 만에 빚을 모두 갚고 알짜기업으로 재탄생한 ㈜동양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양은 최대주주가 기존의 유진기업·유진투자증권에서 9.15%의 지분을 확보한 부실채권(NPL) 운용 전문사 파인트리자산운용으로 변경됐다. 주식수는 2178만4794주다.
 
지난달 유진기업과 유진투자증권은 장내매수를 통해 1.81%의 ㈜동양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고 최대주주 자리를 굳건히 했다. 지난 9월 동양 지분 5.67%를 확보하고 최대주주에 올라선 유진기업·유진투자증권은 10월 7.05%까지 지분을 늘린 데에 이어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섰지만 하지만 파인트리자산운용에게 역전을 허용한 셈이다.
 
다만 최근 정관 변경으로 양사의 인수 의지가 꺾일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와 양사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유진기업·파인트리, 지분경쟁 나서
㈜동양은 소액주주가 많은 지분구조상 25~30% 가량의 지분만 확보할 경우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가 가능한 구조였다. ㈜동양의 1% 미만 보유 소액주주 비중은 8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양사는 경영권 확보를 위해 연초부터 본격적인 지분 확보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양사는 ‘소리 없는’ 지분 경쟁에 나서면서 최대주주 자리를 주거니받거니 해 왔다.
 
장내매수 뿐 아니라 양사는 동양레저가 보유하고 있는 ㈜동양의 주식 3.03%를 인수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골프장 운영업체인 동양레저는 채권단 추가 채무 변제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동양 지분을 매물로 내놓고 잠재 인수후보군과 매매 협상을 벌인 바 있는데 여기에 유진기업과 파인트리자산운용이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동양이 법정관리를 거치면서 수 천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게 됐고 유진기업의 경우 지역 분포상 시너지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 2013년 법정관리에 들어갓던 ㈜동양은 동양시멘트 지분을 삼표에 8000억원 가량에 매각하는 등의 자구노력으로 지난해 11월 법정관리와 관련된 빚을 모두 변제하고 5천억원 가량의 현금을 보유하는 알짜기업으로 거듭났다. 이달 중으로 법정관리 졸업도 예정돼 있다. 매력도가 높아 양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 전개돼 왔다.
 
◆정관변경, 인수전 열기 찬물 끼얹나
 
▲ 다만 최근 법원이 ㈜동양의 정관변경을 승인하면서 인수후보자들의 표정도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유진기업은 소송까지 제기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다만 최근 양사의 ‘동양 대전’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발생해 인수전 구도가 어그러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동양이 제출한 정관 변경안을 승인했다. 이 변경안에 따르면 ㈜동양의 이사회 정원은 16명에서 10명으로 줄었고 ㈜동양은 이와 동시에 대표이사를 포함해 사외이사 3명을 추가로 선임해 이사회 정원을 모두 채웠다.
 
이로 인해 인수 후보자들이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한 장벽이 급격히 높아졌다. 경영진을 다시 꾸리기 위해서는 기존 이사 상당수의 해임이 필수불가결한데 이사 해임은 특별결의사항이기 때문에 50% 안팎의 지분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다. 지분구조상 장내매수가 주된 지분 확보수단일 수밖에 없는 인수후보자들로서는 갑작스럽게 난관에 부딪힌 셈이다.
 
더욱이 법원은 적대적 M&A 세력의 접근을 막기 위해 현 경영진의 임기를 3년으로 보장했다. 최악의 경우 향후 3년간 경영권 장악이 아예 불가능한 것으로 읽힐 수도 있는 대목이다.
 
마음이 급해진 유진기업은 ㈜동양에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서는 법정관리 기업의 이사 임기를 1년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아직 법정관리를 졸업하지 않은 만큼 임기를 3년으로 보장한 것은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달 중 ㈜동양이 법정관리를 졸업하는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회생법보다는 회사 정관에 준해 이사 선임을 허가한 것이라는 입장이라 쉽게 결론이 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유현금 활용 더욱 어려워져
더욱이 개정된 정관에는 장부가로 회사 순자산의 20%를 초과하는 자산을 양도·처분할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이 신설돼 인수 후보자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인수후보자들이 동양에 매력을 느꼈던 주된 요인은 5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의 존재가 크다. 하지만 ㈜동양은 이 자금으로 현재 2000억원에 달하는 본사 사옥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시설투자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관 변경으로 인해 인수 후보자들은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본사 사옥 등을 되팔 수 있게 됐다. 주주총회 특별결의는 총 참석주주의 3분의 2 이상, 전체 발행주식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해 적은 지분으로는 통과하기가 까다롭다.
 
결국 장내매수 위주로 힘들게 지분을 확보해도 현금을 활용할 수도 없고 경영권을 완벽하게 장악하는 것도 쉽지 않아 인수 후보자들이 느끼는 매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장내매수 과정에서 주가 상승이 필연적인 상황이라 자금 부담도 더해질 예정이다. 정관변경의 여파로 지난달 말까지 매각을 완료키로 했던 동양레저 지분 3.03%의 매각 작업도 지연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일각에서는 ㈜동양 인수전 열기가 급속하게 냉각되면서 ㈜동양이 법정관리에서 졸업하더라도 한동안 주인 없는 회사로 남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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