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한 해 내내 밀당을 거듭한 끝에 결국 지난달 중순 9년여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한 지 한 달여 가량이 흘렀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우리나라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금리를 내렸고 가계부채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폭증하는 등 미국과 반대로 가는 흐름을 보였다. 다행히 재닛 옐런 의장이 수 차례 강조한 것처럼 장기적이고 점진적인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그간 체질 개선에 성공한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 제한적이지만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그래도 과거 미국의 금리인상이 전세계 경제에 미쳤던 영향은 되짚어 볼 만하다. 올해 미국은 4차례 정도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차 석유 파동으로 경제 성장률은 낮은데 급속히 물가가 오르던 스태그플레이션 양상을 보인 미국이 1979년부터 2년간 금리를 올렸을 때 중남미는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 미국은 인플레이션 억제와 부실기업 정리를 위해 기준금리를 11.38%에서 20%까지 크게 올렸다. 저금리를 이용해 단기 채무를 들여왔던 중남미 국가들은 금리가 오르고 경기가 정체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은 물가를 잡았지만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은 외환위기에 빠져 IMF 구제금융을 받았다. 당시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피살과 전두환 전 대통령을 위시한 군부 세력의 쿠데타 등으로 정치적 혼란기였던 우리나라는 석유의존도가 높던 경제구조상 오일쇼크로 막대한 물가 상승에 시달렸다. 여기에 미국 금리가 폭등하면서 외화대출 등에 대한 이자가 불어나 수출기업들이 막대한 고통을 겪었다. 선진국들의 경기가 위축돼 수출여건이 나빠지는가 하면 일본과 경쟁하던 조선·전자·섬유부문 등에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1994년에 시작됐던 미국의 금리인상은 우리나라 경제에 더욱 큰 타격을 가했다. 그 해 2월 미국은 3년 간의 저금리 정책으로 주식과 주택 가격이 오르자 1년 반 가량 3.0%로 동결하던 기준금리를 갑작스럽게 인상했고 이듬해 2월까지 무려 7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6%까지 올렸다. 1년 새 두 배가 된 셈이다. 예고없이 이뤄진 금리 인상의 여파로 중남미를 포함한 신흥국들은 또 한 차례 직격탄을 맞았다. 중남미 국가들은 저금리 기간 동안 유입된 미국 자금 탓에 주가가 폭등해 있던 상태였지만 금리 인상 이후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주가가 반토막났다.
 
멕시코는 이른바 ‘데킬라 위기’로 IMF 구제금융을 받았고 다른 중남미 국가들의 고통도 다르지 않았다. 아시아 국가들 역시 미국 금리 인상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통화가치 강세를 유지하던 태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들은 통화불안으로 1997년 잇따라 외환위기의 고통을 겪었다. 우리나라 역시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이 여파로 역사에 남을 IMF 외환위기를 맞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IMF 외환위기는 현재까지도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거의 전 부문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2000년 IT 버블 사태 이후 미국은 경기 부양 목적으로 한동안 1%대의 초저금리를 유지하다. 금리를 다시 올리기 시작했다. 다만 당시의 금리인상은 전세계적인 혼란을 몰고 왔던 1994년의 금리인상과 달리 신중하게 이뤄졌다. 2004년 연초부터 미국은 금리 인상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고 그해 6월경부터 금리를 올렸다. 2년간 17차례에 걸쳐 한 번에 0.25%p씩만 올리는 신중한 접근을 지속했다.
 
점진적이고 신중한 인상은 나름 성과가 있었다. 각국의 주가는 인상 전에 다소 조정되다가도 인상 후에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세계 경기도 호황을 지속하던 때라 직접적인 여파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저금리가 지속되던 당시 대출을 통해 집을 샀던 미국인들은 2006년부터 거품이 꺼지면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어야 했다. 집값은 크게 매입 수요가 없으니 쭉쭉 떨어졌고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다만 2000년대 중반 끝없이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우리나라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지만 다행히 다른 국가들처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한다거나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지는 않았다. 앞서 정부가 끝없이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대출 규제 등 각종 규제를 가해놨고 재정 건전 수지에 공을 썼던 결과라는 평도 있다. 물론 각종 건설 프로젝트들이 취소돼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수출이 타격을 받는 등 단기적인 여파는 있었지만 회복세 또한 다른 국가들보다는 빨랐다.
 
이후 미국은 2008년 12월 초저금리로 내린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한 번도 인상하지 않았다. 앞서 사례에서 보듯이 역사적으로 많은 국가들이 미국의 금리인상의 여파를 직간접적으로 받았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향후 미국의 금리인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것도 당연하다. 다만 그간 우리나라의 체질이 많이 개선됐고 외환보유액도 사상 최대를 기록하거나 경상수지도 오랜 기간 흑자를 이어가는 등 기초여건 자체가 다른 신흥국들과는 달라 큰 여파가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래저래 세계를 뒤흔들었던 미국의 금리인상이 이번에는 향후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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