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손목시계가 9천만원대 스위스 명품 `둔갑'..유통업자 구속

국내에서 제작한 저가 손목시계를 해외 명품이라고 속여 강남 부유층과 유명 연예인들을 상대로 판매해온 40대 남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외사과는 8일 저가 시계를 제조한 후 명품으로 속여 판매한 혐의(사기)로 시계 유통업체 대표 이모(42)씨를 구속하고 제조업자 박모(41)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작년 3월부터 최근까지 중국산 및 국산 부품으로 만든 8만~20만원대의 손목시계를 만든 뒤 이를 해외 명품이라고 속여 강남 부유층과 연예인들을 상대로 개당 580만~9천750만원의 터무니없는 가격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저가 시계에 `빈센트 앤 코'(Vincent & Co)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붙인 뒤 `스위스산으로 100년 간 유럽 왕실에만 한정 판매된 제품'이라고 허위 광고를 한 뒤 지금까지 35개 제품을 30여명에게 총 4억4천600만원을 받고 판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이 시계의 국내 총판ㆍ대리점 운영자들을 모집하면서 총판 운영권 및 보증금 명목으로 4명으로부터 총 15억6천7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같이 받고 있다. 경찰의 조사결과 이씨는 가짜 명품 시계 판매를 위해 2000년 스위스와 한국에 법인 및 상표 등록을 한 뒤 작년 5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과 신사동에 각각 사무실과 40여평 규모의 매장까지 차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씨는 해외에서 직수입된 제품으로 가장하기 위해 통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시계 부품을 국내에서 스위스로 가져간 뒤 현지에서 조립, 다시 정상적인 수입절차를 거쳐 들여와 수입신고필증을 교부받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또한 명품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지난달 초 청담동의 한 바를 빌려 부유층 고객, 연예인들을 초청한 가운데 호화 런칭쇼를 개최하는가 하면 일부 연예인들에게 시계를 홍보용으로 제공한 뒤 사진을 찍어 TV, 명품 잡지 등에 게재하는 등 지능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실제 모 유명 여자 연예인의 경우 이 시계들 중 원가 20만원의 제품을 500만원대에 구입하는 등 연예인들의 피해도 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조사결과 이 시계를 홍보용으로 협찬ㆍ대여받거나 구입한 연예인들 가운데 확인된 숫자는 13~14명이고 이중 직접 구입한 연예인은 5명 가량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조사 결과 이씨가 회사를 차리기 전인 2004년부터 개인적으로 시계를 팔아온 것으로 드러난데다 신분 노출을 꺼려 피해 사실을 숨기고 있는 이들까지 포함하면 피해자는 더 많을 것"이라며 수입 귀금속, 보석류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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