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광주5.18 '5차 보상금신청기한 연장법안' 국회통과 이뤄져

김회장, 법개정 위해 그동안 국회를 방문한 수만 365회에 달해.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내 인생 전부를 바친 지난 세월에 후회는 없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국회라는 곳이 전문위원이 안 된다면 아무리 발버둥쳐도 안 되는 곳이더군요." 지난 2일,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광주5.18 행불자 가족회' 김정길(59) 회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환희에 가득 찬 얼굴로 본사를 찾았다. 이미 본지에서는 김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광주5.18 행불자 가족회'의 아픔을 다룬 적이 있기에(143,144호·25면) 이것이 얼마나 값진 노력의 결실인지 심히 공감할 수 있었다. 생업도 포기한 채 이 일에만 전념한 지도 벌써 15년, 사비를 털어 오직 투쟁으로 혼자만의 길을 걸어온 김회장은 당시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문제이고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내 인생 전부를 바친 지난 세월에 후회는 없다"며 지난날을 회고했다. '행불자 가족회'는 1980년 5월 항쟁 당시 실종되어 시신을 찾지 못한 사람들의 모임으로 88년 5월 10일 회원 37명으로 창립됐으며 현재는 회원수가 200여명에 달한다. 광주의 비극이 낳은 한 맺힌 24년 광주민주항쟁을 온전히 역사에 남기기 위해서는 심사기준의 객관성 확보와 심의과정의 오류를 분명히 조사 시정해야하며 이에 따른 5차 보상 심의가 반드시 이루어져, 지난 80년 광주의 비극이 낳은 행불자 가족들의 한을 대신하려는 것이 김회장의 뜻이였다. 행불자를 비롯, 5.18관련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신청은 1988년 노태우 정권을 시작으로 2000년까지 4차례에 걸쳐 이루어졌지만 지금까지 465명의 행방불명자 신고 가운데 70명만이 인정되어 명예회복 및 유족들의 피해보상에 따른 법률안 제정이 시급히 요구되었다. 올해로 광주민주화운동이 24주년을 맞이하고 있지만 그동안 정부의 행정 착오 등으로 많은 사람이 명단에서 누락됐고 이들 가족의 보상신청기한 또한 그냥 지나가 버렸다. 다행히 희생자를 비롯한 부상자와 수감자는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증거만 입증이 되면 명예회복과 그에 따른 보상이 뒤따랐지만 피비린내 나는 광주에서 사라진 이후 지금껏 소식이 묘연한 행불자가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그의 가족들이 여러번 가슴의 상처를 감내하며 싸워나가야 했다. 서울에서 양아버지(김인식. 96세)를 모시고 동생 김성기(당시27세)씨와 함께 살던 김회장은 80년 당시 "광주에 가서 친구의 취직을 부탁하고 오겠다"며 떠난 동생과 헤어진 것을 마지막으로 다시는 볼 수 없는 이별행을 맞이하게 된다. 80년 5월 16일 동생으로부터 "광주에서 횃불 시위를 하고 있다"는 전화가 온 다음에는 그 어디에서도 소식을 들을 수가 없었다고. 동생을 찾기 위해 광주로 내려갔지만 정황만 살피고 다시 서울로 올라올 수밖에 없었던 김회장은 1년 후 서울 성동경찰서(당시 강창기 형사계장)에 신고를 했지만 폭도기라 누구에게 함부로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인지라 말못할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4차 보상법이 이루어지기까지 1988년 전두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노태우 정권하에 비로소 광주 민주화 운동 보상법이 처음으로 제정되면서 민주화합추진위원회에 의해 본격적으로 광주 5.18관련자 보상을 위한 대정부 건의가 논의화 되었다. 같은 해 11월 26일 노태우 전 대통령 특별 담화문 발표를 통해 광주 민주화 운동 1차 보상법(90.8.6)이 제정되었고 정부의 심사기준과 보상대책에 불만을 품은 관련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나 군사정부였던 당시에는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새로운 문민 정부가 들어서고 김영삼 정권에 의해 2차 보상(93.5.29)이 추진되자 김회장은 본격적으로 광주민주화운동에 적극 개입하였으며 이때는 2791명이 신청, 1843명이 5.18항쟁 관련자로 인정받게 된다. 93년 5월 초 김회장이 황인성 국무총리를 찾아가 여러번의 건의 끝에 그 이튿날 5.13 특별 조치로 시행령이 제정, 2차 보상법이 이루어진 것이다. 김회장에 의하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5.18과 관련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며 임기동안(94-97년)5.18묘지 성역화, 보상혜택,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들을 구속하는 등 여타 정권에서 하지 못한 5.18피해 보상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95년 최초로 지방자치제가 생기고 여·야 후보들을 찾아가 5.18 보상법과 관련 물밑작업을 펼치던 김회장은 96년 10월 7일 광주시청국회 보건사회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소식을 들고 광주로 달려가 사건 정황을 알린다. 종료 10분전 김홍신 의원을 단독으로 만나 송언종 시장에게 108명의 행불 탈락자에 대한 특별법 구제방안은 없는지 등을 질의해 줄 것을 긴급 요청해 질의가 이루어졌고 결국 보건복지부에서 이것을 맡기로 결정했다. 1997년 12월 17일 광주 보상법이 개정, 보상을 받지 못한 광주 민주화 운동 관련자를 구제하기 위한 3차 보상법이 이루어졌으며 이때는 897명 중 470명이 추가로 인정된다. 이렇게 광주민주화 관련 보상 등에 관한 법률 보상법으로 2차에 이어 3차까지 총 2313명이 관련자로 인정받자 김회장은 "5.18 관련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이 이루어진데 대해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또한 아직도 행불자들에 대한 시신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99년 5월 19일 김회장은 KBS 사건 25시 생방송을 통해 47군데의 제보를 받아내기도 했으며 현재 유전자 감식 및 암매장 발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3차 보상법이 이루어진 이후 국민의 정부에서 정동채 의원 발의로 2000년 1월 4차 보상법이 개정됐으나 어이없게도 44명의 신청자가 '전원기각' 판정을 받게 된다. 국정감사에서 공무원들의 허위조작으로 인한 부당함이라 판단한 행불자회 측은 심사당국인 광주시로부터 4차까지의 '기각사유'를 밝힐 것을 요구했으나 '절대불가'라는 회신을 받는다. 결국 2000년 12월 가족모임 회장을 맡게 된 그는 2002년 5월 보상심의위원회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항의하다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만세 부른 '5차 보상법 통과' 출소 후 작년 9월부터 김회장은 또 다시 국감에 들어가기 한달 전부터 행자부 위원들을 만나며 설득에 나선다. 박광태 광주시장을 만나 상황설명을 하고 김충조 의원이 발의를 하지만 행정자치위원회 이창희 수석전문위원은 '2000년 동법 개정시 신청을 연장하면서 제2항에 이후의 보상금 신청에 관해서는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했다'는 것을 근거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결국 전갑길 의원 외 15인이 발의해 제정안을 냈으며 지난 12월 22일 이것이 행자위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된 뒤 특별한 이유 없이 통과되지 못하고 해를 넘기자 오늘에 이른 것이다. 지난 2일 본회의에서 행정자치위원회 전용학 의원은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중 개정 법률안에서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중 아직까지 보상금 지급신청을 하지 못하는 일부사례가 있는 점등을 고려하여 보상관련 신청기간의 연장 등을 규정한 개정안의 취지가 타당하다고 보아 원안 의결하였으며, 다만 동 신청 기간은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과정에서 동년 3월 31일까지를 동년 5월 31일까지로 연장해주도록 하였다'고 밝혔다. 이처럼 많은 난관을 거쳐 법사위에서 어렵게 통과되자 김회장은 방청하면서 만세를 불렀다고. 지난 1월 인터뷰 당시만 해도 "다가오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하며 이번에 5차 보상심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민주화운동 관련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은 물 건너가게 된다"며 간절히 바라던 그의 소원이 결국에는 이루어지고 만 것이다. 그동안 광주5.18 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은 법이 없어 역사 속에 영원히 묻힐 뻔했다. 김회장은 "본회의 통과 후 앞으로 465명 중 몇 명이 인정될지는 모르겠으나 이제야 끝이 보이는 것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사망자, 구속자, 부상자, 5.18단체. 언론. 사회단체. 5.18재단에서 누구하나 신고할 수 있는 특별관리법안마련을 위해 정부에 요구한 적이 없어 정말 힘들었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서 이제는 고통을 찾아 볼 수 없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김회장은 "오늘이 있기까지 도움을 주신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 김충조 의원, 전갑길 의원, 김기춘 법사위원장, 이환의 한나라당 광주시지부장, 진선수 한나라당 남구 위원장, 5.18재단상임이사, 5.18재단이사, 박옥재 부상자 전 회장, 강운태 민주당 사무총장 등 많은 분들게 감사 드린다"며 "이분들이 내게 용기를 줬다"고 전했다. 한편 이 법이 개정되기 위해서는 ▲국회행정자치위원회 의결▲소위원회의원 전체 의결▲법사위원회 회부▲법사위원회 법안심사▲이소위 심의▲법사위원회 전체 회의 의결▲국회본회의 의결이라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현재 김회장은 5.18 항쟁 보상법 및 행불자와 관련, 지난 24년간 아픔의 흔적들을 한 권의 책으로 집필중이며 완성 단계에 있다. 또한 다가오는 4월, 5.18 관련 행불자들을 위한 한풀이 위령제 행사를 처음으로 개최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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