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참여 비율 국민 70%, 당원 30%…비박계 의견 관철

▲ 새누리당 공천제도특별위원회 위원장인 황진하 사무총장이 공천 룰과 관련해 최고위원회에 보고하고 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새누리당이 7일 20대 총선에 적용할 공천 룰을 드디어 내놨다. 비록 8일 열리는 의총에서 당내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하지만 사실상 큰 변동 없이 추인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3개월 넘게 계파 갈등의 진원지가 된 공천 룰 논란은 이로써 우선 끝맺는 것처럼 보이지만 비박계의 요구가 대부분 수용된 이번 공천 룰에 대해 친박계가 반발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어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 與 ‘공천 룰 전쟁’, 비박계 판정승?
 
지난 수개월 간 서청원 최고위원 등을 위시한 친박계와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는 상향식 공천제인 오픈프라이머리부터 우선추천제, 결선투표제, 안심번호 등 각종 사안마다 충돌하며 기 싸움을 계속해 왔다.
 
국민공천제라고 하며 김 대표가 야심차게 내놓고 당론화까지 시켰던 오픈프라이머리는 지난 9월 격론 끝에 30일 열린 의총에서 폐기하기로 확정되면서 일단 비박계가 물러나는 듯 보였다.
 
이후에도 상황은 ‘TK물갈이론’을 내세우며 당시 청와대 내의 윤상현 정무특보(현재 원내 복귀) 등과 당내의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한 목소리를 내며 비박계를 거세게 몰아붙이는 양상으로 전개됐는데 “전략공천은 절대 안 된다”면서도 김 대표가 연일 물러나는 모양새를 띠자 친박계는 우선추천제를 구실로 전략공천으로까지 확대시키고자 했다.
 
또 지난해 12월 초에 이르러 양측은 공천특위 인선을 두고도 부딪쳤는데 친박계에 유리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양보한 대신 위원장에는 비박계인 황진하 사무총장을 임명하기로 일단 합의하면서 22일경에야 겨우 특위 가동되게 됐다.
 
분열 위기가 계속되던 야권과 달리 외형상 극한 대립을 자제해오던 새누리당은 후보자 경선방식, 우선추천지역과 단수추천지역, 후보자 자격심사 기준, 여성 및 장애인 등 소수자 배려 등 4가지 사안에 집중해 논의를 이어갔지만 13명의 특위 위원들 사이에서도 좀처럼 합의안을 내놓지 못하며 양측은 수면 아래서 계속 격돌했다.
 
위원장을 제외하고는 공천특위 위원 각각 친박과 비박으로 반분돼 있었으나 28일에 이르면 현행 당헌·당규를 근거로 단수·우선추천제를 적용키로 해 전략공천 가능성을 열어둔 데다 현역의원 평가나 다름없는 ‘컷오프’ 제도까지 논의되면서 친박계의 뜻대로 모두 결정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흘러나왔다.
 
특히 지난 26일에 자격심사제도 형태로 적용키로 한 ‘컷오프’와 관련한 근거규정인 현행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규정 제9조의 부적격 기준 중 ‘유권자의 신망이 부족한 자’와 ‘추천 부적합자’ 부분은 자의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현역 의원의 반발을 부채질했다.
 
이렇듯 친박 일변도로 흐르는 듯했던 공천 룰 논의는 지난 6일 친박계 초선인 김태흠 의원이 갑작스럽게 공천특위 위원직을 사퇴하면서 이상 징후를 내비쳤는데 당시 김 의원은 사퇴 이유로 “상향식 공천이란 미명 아래 현역의원 기득권 지켜주기에 급급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비판해 내부 기류가 달라졌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간 전략공천의 당위성을 역설하며 현역의원 평가제 도입과 신인 우대에 적극적이었던 김 의원의 사퇴 뒤 공천특위가 7일 최고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은 대체로 비박계에 유리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어 일종의 반전이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했다.
 
특히 상향식 공천 여부를 판가름하는 잣대로까지 비쳐지며 계파 간 대결로 치달았던 국민참여선거인단 구성 비율은 비박계의 의사를 반영해 국민 70%와 당원 30%로 구성하기로 결정돼 그 같은 결과가 나오게 된 배경에도 관심이 쏠렸다.
 
또 시간적·기술적으로 어렵다면서 배제되는 방향으로 결정된 듯 보였던 안심번호 역시 김 대표의 강력한 의지 때문인지 법적·기술적·비용 문제를 보완해 도입하는 것으로 매듭지어졌다.
 
또 공천특위 구성 당시 친박계의 요구로 수용됐던 결선투표 역시 비박계의 주장이 대폭 반영돼 1차 경선에서 과반 50%를 달성하지 않더라도 1, 2위 후보자간 격차가 오차범위 바깥으로 벌어질 경우엔 결선 없이 바로 후보를 확정키로 정했다.
 
이는 친박계 신인들이 결선투표를 통해 ‘친박 표’를 결집시켜 비박계 현역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고자 한 전략을 퇴색시키는 의미가 큰데, 비록 오차범위 3%라는 비박계의 주장이 온전히 받아들여지진 않고 5%로 잠정 결정됐지만 1, 2위 득표자 간 10% 이상 격차가 벌어질 경우 결선투표를 치르지 않게 되기 때문에 어떻게 됐든 비박계에서는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그리고 또 하나의 쟁점 가운데 하나였던 가산점 제도 역시 친박 측의 주장이 일부 수용되는데 그치면서 결국 ‘TK물갈이’ 전략까지도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차관급이나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참모 출신 총선 출마자들에겐 신인에게 부여하는 10%의 가산점을 적용키로 했지만 장관 출신자는 정치신인 기준에서 배제되면서 윤상직 산업자원통상부 장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을 비롯해 장관급에 해당하는 추경호 국무조정실장과 험지출마를 요청받은 안대희 전 대법관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태에서 경선을 치르게 됐다.
 
또 여성(전·현직 구분 없이 부여) 또는 청년(40세 이하), 장애인에게는 가산점 10%가 부여되며 정치신인이 여기에 해당될 경우 최대 20%의 가산점을 받게 되는데 가산점에서 제외되는 인사들 중 ‘진박’으로 꼽히는 정종섭 장관이나 추경호 실장이 만일 이들과 경쟁하게 될 경우 20%의 격차를 극복해야 하는 난제가 있어 친박 측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7차례의 회의를 거쳐 이날 잠정적으로 나온 공천 룰과 관련해 황 위원장은 “국민에게 공천권을 드려야 한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나와 경선참여비율 ‘70%대 30%’안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며 “장관 출신 후보를 정치 신인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으며 청와대 인사에 대해선 특별한 논의가 없었다”고 전했다.
 
◆ 친박계, ‘잠정 합의안’에 불만 터져 나와
 
▲ 그간 김무성 대표(우측)와 공천 룰을 놓고 갈등을 빚어 온 친박계 중진인 서청원 최고위원(좌측)은 7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잠정 합의안’에 대해 “크게 쟁점사항이 없었다. 이런 저런 합리적 얘기를 하고 끝났다”는 이례적인 반응을 내놨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이 같은 합의안에 대해 친박계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특히 최고위원회는 대체로 친박이 우세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그간 김 대표와 충돌을 이어왔을 정도로 공천 룰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으면서 이번엔 왜 비박측에 유리한 합의안을 선뜻 받아준 것인지 의문이 증폭됐다.
 
특히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난 서 최고위원은 “크게 쟁점사항이 없었다. 이런 저런 합리적 얘기를 하고 끝났다”고 예상밖의 반응을 내놔 합의안에 불만을 품고 있던 친박 의원들을 한층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이와 관련해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일각에선 신인들을 대거 입성시키려는 친박계 측에선 비박계와 반대로 현역 물갈이론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데 현역 중진인 서 최고위원에겐 이건 자진 용퇴하란 뜻이니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란 설명이 있었다.
 
또 다른 시각으로는 청와대와 정부에서 선거구 획정 등 총선 관련 부분보다 쟁점법안 처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칫 원내에서 계파 간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으로 청와대에 비쳐질 것을 경계한 친박 중진들이 어느 정도 비박계와 타협하는 선에서 총선 관련 문제를 마무리 짓고 쟁점법안 처리에 집중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견해도 나왔다.
 
즉, 최근 야당에서 주장하는 선거연령 인하안과 쟁점법안 처리를 연계 처리하는 ‘빅딜’ 역시 김 대표가 제안했다가 번복했던 모습에 비쳐 봐도 쟁점법안 처리 문제에 있어선 친박계의 뜻을 비박계가 반영해 야당과의 협상에 임하는 대신 공천 룰 등과 관련해선 비박계의 의견을 수용해주기로 타협한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점차 시간은 촉박한데도 협상 파트너인 더불어민주당이 분열사태에 직면하면서 협상 자체가 지지부진한 상황에 이른데다 총선이 목전에 다가와 의원들이 각자 선거 준비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곧 쟁점 법안 처리가 아예 불가능해질 수 있단 판단에 청와대 측에서 친박계에 어느 것보다도 쟁점법안 처리를 우선토록 지침을 줬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는 얼마 전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선거구 획정보다 쟁점법안 상정이 우선이라고 강력히 압박을 가한 바 있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잠정 합의안에서도 아직 결선투표시 가산점 부여에 대한 세부적 부분과 현역 여성 의원 가산점 등과 관련해 좀 더 의견을 모을 부분이 남아 있어 8일 의총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여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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