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中에 사전 고지 없이 기습 단행…中도 격분

▲ 북한 조선중앙TV는 6일 4차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밝히면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3일 수소탄 실험 최종 명령서에 서명하던 모습을 공개했다. ⓒ뉴시스
6일 예고 없이 단행된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동북아 정세가 급격히 요동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물론 주변국들까지 북한의 이 같은 돌발 행동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속속 격앙된 반응을 내놓고 있다.
 
특히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북한이 ‘수소탄’ 실험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다 과거 3차례와 달리 미국과 중국 측 어느 쪽에도 사전 통보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져 이날 지진파 감지 전까지 어떤 징후도 탐지해내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북한의 행동에 정부는 이날 긴급히 NSC를 소집해 박근혜 대통령의 주재 하에 40분간 조치 계획과 대응방안 등을 논의하고, 정오부로 전군 경계태세를 격상하는 한편 우리 측 합참의장이 한미연합사령관과 통화하는 등 이번 사태에 미측과도 긴밀히 공조하고 나섰다.
 
또 이번 4차 핵실험으로 남북관계가 상당기간 경색 국면으로 접어들 뿐 아니라 국제적 차원의 추가 제재도 논의될 전망이어서 향후 동북아 안보 지형이 어떻게 변화될 지도 주목되고 있다.

◆ 北 “수소탄 실험 성공”…수소탄 아닐 수도
 
북한은 6일 낮 12시 30분 조선중앙TV를 통해 특별 중대 보도라면서 “조선노동당의 전략적 셈법에 따라 주체105(2016)년 1월6일 10시 주체조선의 첫 수소탄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고 4차 핵실험 사실을 공개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북위 41.30도, 동경 129.09도 지점에서 이날 오전 10시30분경 규모 4.8의 인공 지진이 발생했다며 기상청 발표를 통해 북한의 핵실험 여부를 재확인했다.
 
이번 4차 핵실험은 지난번 3차 핵실험 장소에서 1.2km 떨어진 지점에서 3차(4.9) 때와 유사한 규모로 실시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일각에선 북한의 주장과 달리 수소탄 실험은 아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통상 수소폭탄은 원자폭탄보다 훨씬 강력한 파괴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사용된 원자탄이 TNT 2만 톤의 폭발력을 낸 데 반해 1952년 미국이 태평양에서 세계 최초로 실험했던 수소탄은 TNT 1040만 톤에 육박하는 위력을 낸 것으로 평가돼 전문가들은 북한이 수소탄을 원자탄처럼 지하에서 실험하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이번 실험은 북한이 그간 공언해 온 바대로 수소탄이라고 선전하기 위한 ‘원자탄 실험’일 수도 있으며, 수소탄 전 단계인 ‘증폭핵분열탄’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되고 있다.
 
이런 주장은 황인무 국방차관이 이날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긴급최고위원회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에게 “수소폭탄이 아니라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자 “현재로 봐선 그렇게까지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답했단 점에 비쳐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증폭핵분열탄이란 핵폭탄 내부에 이중수소, 삼중수소나 리튬-6를 넣어 핵분열 반응 효율을 높인 것으로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의 중간 단계로 꼽히며 북한의 기존 핵무기에 이 기술이 적용될 경우 한층 경량화하면서 위력은 배가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우리 측의 북핵 대응전략 역시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당·정·청 ‘북한 핵실험’ 한 목소리 성토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이날 북한의 수소탄 실험 발표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고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미 경고한대로 북한이 핵실험에 상응한 대가를 치르도록 동맹국과 긴밀히 협력해 안보리 차원의 추가제재 조치를 포함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엔 안보리는 추가 대북제재 논의에 들어갈 예정인데 지난 3차례의 핵실험에 따라 제1718호, 1874호, 2094호에 이은 한층 더 강력한 제재가 가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최근 회복 노력을 보였던 북중관계도 급격히 악화될 것으로 보이며 ‘8·25 합의’로 대화 분위기로 전환되던 남북관계 역시 다시금 대립 구도로 치달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이날 오후 1시 30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 상황실에서 직접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 도중 이번 사태에 대해 “우리의 안보에 대한 중대한 도발일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생존과 미래를 위협하는 일이고, 나아가 세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북한을 규탄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면서 만에 하나 도발이 있으면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며 “군은 한미 연합 방위 태세를 강화하는 등 한미 동맹 차원의 협력 체계를 긴밀히 유지하면서 빈틈없는 대비 태세를 유지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또 그는 “우선 국내 유관기관 및 관련 국가 간에 긴밀한 정보 공유와 분석 작업을 통해 금번 핵실험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며 “앞으로 어떤 대치 상황이 올지 모르므로 정치권에서는 모든 정쟁을 멈추고 국민의 안위를 위해 다 같이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주재로 북한 핵실험 관련 긴급대책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이에 호응해 정치권도 오랜만에 정쟁을 멈추고 이번 북한의 핵실험에 발 빠르게 대응했는데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2시 국방위원회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었고 더불어민주당도 1시간 뒤인 3시부터 지도부는 물론 외교·안보라인을 총동원해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절대 묵과할 수 없는 행위”라고 질타하며 “안보태세를 더욱 철저히 하고 동맹국 및 6자회담 참여국과 긴밀히 협의해 안보리를 통한 추가 제재조치 등 모든 조치를 다해야 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날 갑작스런 북핵 사태로 지방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귀경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도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합동참모본부의 보고를 받은 뒤 “핵 실험 도발은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스스로 자초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며 “북핵문제 해결에는 여야와 정부, 국회가 따로 없다”고 초당적 협력 의사를 피력했다.
 
또 이날 주목할 만한 부분은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무소속 안철수 의원까지 본인 명의의 트위터를 통해 북핵 사태에 즉각적인 반응을 내놨단 점인데 “북핵은 우리에게 직접적인 안보위협이 될 뿐 아니라 통일을 진전시키는 데도 명백한 장애물”이라며 “북한의 지도자는 올 신년사에서 경제발전을 위한 ‘평화적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고 하고 나서 핵실험을 했다. 이는 일종의 자기부정”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 北 기습적 핵실험 강행 이유는?
 
이렇듯 각계각층에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가운데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과 배경을 놓고 전문가들의 해석이 분분하다.
 
당초 전문가들은 올해 신년사에 예년과 달리 핵 관련 언급이 전무했고, 오는 5월 7차 당 대회가 개최되는 만큼 대외관리를 위해 긴장수위를 높이지 않을 것으로 관측해온 만큼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번 핵실험에 대해 상당히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앞서 지난해 12월 10일 김정은이 처음으로 ‘수소탄 보유’ 발언을 한 데 이어 이틀 뒤인 12일 북중관계 회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방중했던 북한의 모란봉 악단이 석연치 않게 베이징 공연을 취소하고 급거 귀국한 점, 그리고 조선중앙TV에 따르면 3일 뒤 ‘수소탄 시험 진행 명령서’에 김정은이 직접 서명했다는 사건의 연속성에 주목하고 있다.
 
즉, 수소탄 보유 발언으로부터 채 1달도 안 돼 실제 핵실험까지 이어진 것인데 지난달 11일부터 12일까지 이어진 개성에서의 남북 차관급 당국 회담이 결론을 못 낸 데 이어 북중관계 회복마저 ‘모란봉 악단 귀국 사태’ 등에 비춰 사실상 실패하자 지난 1980년 이후 36년 만에 열리는 7차 당 대회를 앞두고 대내적으로 주민들에게 능력을 과시할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강행한 부분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중국이 최근 경제 성장률 둔화 등으로 대외여건에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란 점을 염두에 두는 한편 핵실험이란 강경 도발로 미국으로부터 평화협정을 이끌어내 안전보장을 받고 대외적으로 핵보유국의 지위까지 인정받으려는 포석에서 단기적인 긴장 상황을 감수하고 단행한 측면이 있다고 풀이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은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지난해 ‘8·25 남북 합의’ 이후 이뤄진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비롯해 신년사에서 관계개선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는 등 대결적 분위기를 자제해옴으로써 이번 핵실험 강행만으로 우리 정부가 대북 확성기방송 재개 등 초강경 대응까진 나서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우리 정부와 일본이 강력 반발한 것은 물론 북한의 동맹국인 중국까지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중국은 당연히 해야 할 국제사회의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고 북한을 압박하고 나서면서 이번 핵실험 사태가 과연 김정은의 계산대로 풀려나갈지는 미지수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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