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베끼기, 힘 빠지게 해”…해외 유명 일러스트 도용 ‘이중행태’ 논란

▲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CJ가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자신들의 작품은 소중하게 여기면서 남의 것은 아무렇지 않게 표절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뚜레쥬르 홈페이지
CJ가 연초부터 표절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가 지난해 내놓은 크리스마스 한정판이 해외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작품을 베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여론은 “또”라는 반응이다. 그간 CJ의 일부 계열사들은 ‘표절 의혹’ 구설수에 자주 휘말렸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CJ가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자신들의 작품은 소중하게 여기면서 남의 것은 아무렇지 않게 표절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지난 8월 자사 채널인 엠넷(Mnet)의 ‘너의 목소리가 보여’를 표절한 것으로 의심되는 프로그램이 중국 현지에서 방송됐는데, 당시 CJ 측은 자신들의 지적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발빠른 대응을 보이기도 했다.
 
문제의 프로그램은 중국 대형 동영상 플랫폼인 아이치이의 ‘우적가신아(優滴歌神啊)’, 베이징위성TV 등이 제작한 ‘가수시수(歌手是誰)’다. 음치와 실력자가 립싱크 등 여러 가지 단서를 갖고 진짜 실력자를 추리해 나가는 부분,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참가자와 초청된 가수가 듀엣 무대로 진실을 밝히는 부분까지 빼다 박았다.
 
중국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똑같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고 표절 논란이 본격화됐다. 그룹 계열사인 CJ E&M은 논란 직후 공문을 보내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CJ E&M은 당시 언론을 통해 “중국 각 방송사들에게 대해 공문을 보냈지만 표절이 아니라는 입장”이라며 “프로그램 베끼기는 제작진들의 힘을 빠지게 하는 일이다. 구체적인 대응책을 강구 중이다”라고 강경한 대응방침을 밝혔다.
 
문제는 CJ가 자신들의 작품은 소중한 것을 알면서도 다른 아티스트의 지적재산권에 대해서는 관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 네티즌은 “자신들의 작품이 다른 곳에서 표절한 것으로 의심되면 즉시 반발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남의 작품은 아무렇지 않게 베끼고 있다”면서 “자신의 지적재산권이 중요한 건 알면서 다른 사람에게 소중한 건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CJ E&M 유독 표절 시비 잦아
 
CJ E&M의 표절 논란은 이번뿐이 아니다. 이 회사는 유독 표절 시비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영화, 드라마, 음악, 게임 등 콘텐츠의 종류도 다양하다.
 
지난해 6월에는 CJ E&M이 제작하고 KBS에서 방송된 드라마 ‘너를 기억해’에 대해 작가 지망생 정모씨가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정씨는 과거 CJ E&M 드라마 공모전에 제출한 작품과 해당 드라마의 소재가 똑같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당시 제작진은 공모전 이전에 이미 대본 등의 작업을 이메일을 통해 진행한 증거가 있다며 해명에 나섰다.
 
앞서 CJ E&M의 소속 가수인 로이킴이 표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작곡가 김모씨는 “로이킴이 지난 2013년 발표한 ‘봄봄봄’이 자신이 작곡한 ‘주님의 풍경되어’를 표절했다”며 로이킴과 회사 측을 상대로 저작권침해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결과 김씨는 원고 기각으로 패소했고, 이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개봉해 1400만명의 관객을 동원, 국내 영화 순위 2위를 기록한 ‘국제시장’도 표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영화감독 지망생인 김모씨는 자신의 졸업 작품인 ‘차붐’과 국제시장의 설정 등이 유사하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밖에 예능프로그램인 ‘아트스타코리아’, 게임 ‘다함께차차차’ 등도 표절 논란 때문에 곤욕을 치렀고, CJ 측은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 CJ가 연초부터 표절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가 지난해 내놓은 크리스마스 한정판이 해외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작품을 베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연합뉴스

◆CJ푸드빌, ‘국제 망신’ 당한 사연
 
이번 논란의 단초는 뚜레쥬르의 디자인 표절이다. 뚜레쥬르가 해외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작품을 베낀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난이 거세지자 이 업체는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해당 홍보물과 게시물도 내렸다.
 
영국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인 짐 필드는 지난해 12월28일 자신의 트위터에 뚜레쥬르의 디자인 표절 사실을 폭로했다. 그는 케이크 상자와 광고 페이지 등에 그려진 산타클로스 이미지가 자신의 작품을 도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짐 필드는 자신의 작품 뿐 아니라 다른 일러스트레이터인 크리스틴 핌의 나무 그림과 알렉스 티 스미스의 다람쥐 역시 베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뚜레쥬르는 바로 사과문을 게재하고 관련 홍보물을 회수하는 조치를 취했다.
 
CJ푸드빌은 “원작자한테 사과를 했고, 협의를 하는 중으로 논란을 일으켜 죄송하다”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뚜레쥬르는 지난 2009년 일명 ‘김연아 케이크’로 불리는 ‘연아의 러브블루베리케이크’에도 그림을 무단 도용해 논란이 됐다. ‘연아의 러브블루베리케이크’중 초콜릿 장식판에 그려진 김연아의 얼굴은 네티즌이 그린 그림을 그대로 도용한 것이었다. 뚜레쥬르는 당시 이와 관련해 케이크에 얹어진 초콜릿판은 중소업체로부터 납품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CJ푸드빌은 해당 그림을 뺀 채 제품을 판매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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