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으로 본격 새 출발…‘추가 탈당’은 못 막아
새로 결정된 당명은 ‘더불어민주당’으로, 김한길 전 대표의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합당하며 만들어진 ‘새정치민주연합’은 불과 1년 9개월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이런 결과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을 이뤄냈던 김 전 대표와 안 의원은 냉소적인 반응으로 일관했으며 당내 비주류의 ‘추가 탈당’ 역시 이날도 예정된 수순대로 이뤄지면서 당 지도부의 여러 쇄신 노력에도 불구하고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특히 이날 안 의원이 창당준비위 발족 일정을 전하는 가운데 당 지도부는 물론 문 대표조차 더는 타협이나 양보의 뜻이 없음을 확실히 하고, 대표 거취에 대한 언급조차 금기시하면서 ‘통합’외에 야권엔 답이 없는 총선까지도 여전히 ‘각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새정연, 安엔 ‘십자포화’…탈당 인사엔 ‘만류’
새정치연합은 28일 최고위원들이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안 의원에 대해 한층 높은 수위로 날선 비판을 가하며 ‘안철수 바람’을 잠재우기 위해 한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문 대표는 조기 선대위 중재안 수용 의사를 재확인하며 당내 탈당 인사들을 만류하고 나서는 등 당 수습에 안간힘을 썼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의원들이 낸 ‘혁신 선대위’와 관련해 그 시기와 방법, 인선 등에 관해 최고위에서 책임 있게 논의하겠다”며 “탈당을 언급하고 있는 분들도 이제 그 뜻을 거두어주길 바란다”고 회유했다.
그는 김 전 대표 등 탈당 가능성이 높은 인사들을 겨냥해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좌고우면 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하고 가야 할 길을 가야만 할 때”라며 “무엇보다 당의 혼란을 끝내기 위해 조속히 입장을 정리해주길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발언은 한편으론 탈당할 뜻을 거두어주길 바라면서도 끝내 탈당할 인사들에 대해선 더는 당 분위기를 흐리지 말고 속히 결행할 것을 촉구하는 이중적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고 있다.
즉, 현재와 같은 ‘1인 탈당’ 형식으로 당 분란이 장기화될수록 총선을 얼마 안 남겼음에도 아직 진용이 갖춰지지 않은 ‘안철수 신당’은 새정치연합과 맞설 시간을 버는 반면 새정치연합 측은 지지율마저 빼앗기는 이중고를 겪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문 대표는 이날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도 “제 거취는 제가 정하고 결단도 저의 몫”이라며 “더 이상 제 거취를 둘러싼 논란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력한 어조로 입장을 표명해 ‘조기 선대위 수용’ 때와 달리 비주류 측에 ‘마지노선’을 분명히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당내를 향해 목소리를 높인 문 대표와 달리 최고위원들은 뒤이은 발언에서 안 의원의 신당 측을 향해 한 목소리로 직격탄을 날렸다.
친노 주류로 꼽히는 정청래 최고위원은 안 의원의 신당을 겨냥해 “여당도, 야당도 아닌 묘한 당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며 “시대정신과 국민적 공감, 비전 없는 정당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정 최고위원은 “한 개인을 위해서 모인 정당도 성공하기 어려울진데 하물며, 특정 누구를 싫어하는 사람의 정당이 성공할리 없다고 본다”라며 “거기에는 시대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정치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는 정치인지를 제시해야 한다”며 “새로운 정치를 하려면 정치개혁의 과제를 제시해야 하고, 남북관계에 대한 분명한 철학적 입장이 있어야 한다. 서민고통을 타개할 구체적 대책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안 의원을 재차 압박했다.
추미애 최고위원도 이 자리에서 안 의원이 내세웠던 ‘새 정치’에 대해 “뜬금없는 새정치는 국민에게 식상함을 배가시킬 따름이라 생각이 든다”며 “정치는 언어의 유희가 아니라 무엇을 지향하는지 그를 통해 국민에게 어떤 희망을 줄 것인지 하나씩 풀어나가고 헤쳐 나가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추 최고위원은 이어 “새정치연합의 구성원 문제라면 새로운 인재를 영입해오는 역할을 맡아서 해내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안 의원은)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지 않았다”며 “새정치연합이 제안하는 정강정책의 문제라면 혁신을 통해 새 정신을 쏟아 부으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혁신위원장도 맡지 않았다”고 말해 새정치연합에 대한 안 의원의 비판을 자성 없는 변명으로 규정했다.
비주류인 최재천 정책위의장의 후임인사로 임명된 범주류 측 이목희 정책위의장도 이날 안 의원 비판 대열에 가세했는데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핵심은 민주집중의 원칙”이라며 “토론의 자유는 있지만 결정되면 딴소리 않고 행동하는 것이 기본원칙인데 탈당 사태는 이 원칙에서 벗어나 있다”고 비판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소수는 다수에 복종하고 다수는 소수를 배려한다는 원칙이 있다”며 “혁신전대는 소수 의견이었다. 그런데 소수가 다수에 복종하지 않고 그냥 뛰쳐나갔다”라고 안 의원의 탈당을 질타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에 있어서 안철수 의원은 틀렸다고 규정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새정연, 당명서 安의 ‘새정치’ 떼고 새 출발
새정치연합은 이날 당 밖의 안 의원 신당에는 비난일색의 기조로 대응하는 한편 당내에선 이미지 쇄신 작업에 한층 박차를 가해 그간 논의를 미뤄왔던 당명 개정을 놓고 검토한 결과 ‘더불어민주당’으로 확정했다.
당명 개정과 관련해 업무를 총괄한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당명은) 쉽게 기억할 수 있고, 쉽게 입에 올릴 수 있어야 한다”며 “더불어라는 말이 앞에 있어서 국민·민주주의 여러 가지와 연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당명은 앞서 최고위원회와 당무위원회에 ‘민주소나무당’, ‘새정치민주당’, ‘함께민주당’, ‘희망민주당’ 등과 함께 이날 최종후보로 올라왔었는데 당무위 참석 의원 중 일부는 안 의원의 신당에서 선점할 가능성이 높은 ‘새정치’를 당명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안 의원의 이미지가 강한 ‘새정치’보다 ‘더불어’가 보다 참신하다고 보고 차별화를 노려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약칭이나 로고까지 모두 확정된 건 아니지만 사실상 기존의 ‘새정치민주연합’이란 당명은 채 2년도 못 채우고 이제 폐지키로 결정됨에 따라 안 의원의 탈당 이후에도 상징적 공통점으로 남아있던 ‘새정치’와는 확실히 거리를 두게 됐다.
한편 이날 기존 당명에서 ‘새정치연합’은 사라지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당명이 개정된 것과 관련해 과거 ‘새정치연합’을 이끌었던 안 의원은 오전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내용은 전혀 바뀌지 않고 이름만 바뀌었다”며 “포장지만 바꾼다고 해서 사람들이 내용물이 바뀌었다고 믿겠느냐”고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 새정연, 쇄신안에도 ‘추가 탈당’ 기류 여전
이런 가운데 ‘백약이 무효’한 것인지 조기선대위 중재안 수용과 당명 개정 등 당 지도부가 분위기 반전에 적극 나서고 있음에도 당내 비주류를 중심으로 한 ‘추가 탈당’ 움직임은 끝내 막아내지 못했다.
그간 김한길계 첫 탈당 인사로 지목돼왔던 최재천 전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개인 성명을 내고 “저는 19대 국회를 마지막으로 현실정치를 떠나고자 한다”며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최 전 정책위의장은 새정치연합을 허물로 비유해 “나비가 날기 위해서는 허물을 벗어야 한다”며 “일상에 대한 성찰을 통해 평화를 회복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겠다”고 밝혀 현실정치를 떠난다는 점에서 20대 총선엔 불출마하겠다고 할 수 있으면서도 ‘새로운 길’을 찾는단 점에서 신당을 도울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와 관련해 그는 “시민의 분노와 불안을 제도적으로 조직화하고, 정치적으로 통합해 내는 경제정당, 청년정당, 미래정당을 만드는 일에 소리 없이 헌신하겠다”고 밝혀 새정치연합 탈당 뒤 ‘민생경제’에 집중하는 새로운 정당을 위해 백의종군할 것임을 거듭 시사했다.
앞서 탈당 초읽기에 들어가 있던 또 다른 김한길계 인사인 권은희 의원 역시 이날 오전 천정배 신당인 국민회의에 합류할 뜻을 밝히며 새정치연합 광주시당에 탈당계를 제출해 새정치연합의 의석은 연이은 탈당 행렬로 기존 127석에서 119석으로 줄어들어 버렸다.
권은희·최재천 등 ‘추가 탈당’ 확산이 현실화됨에 따라 김한길 전 대표의 거취에도 관심이 집중됐는데 김 전 대표는 이날 탈당 인사들에 대해 “국회의원들의 당적문제는 국회의원 개개인의 아주 고독한 정치적 결단 아니냐”며 “주변에서 이래라 저래라 한다고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라고 해 자신을 탈당 인사들의 배후로 지목하려는 시각에 대해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현재로서는 탈당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아직 탈당할 뜻은 없다는 점을 강조해 동 계파 의원들과 색다른 모습을 보이면서도 문 대표에 대해 “많은 의원들이 문 대표의 마이웨이를 걱정하고 있다. 실질적인 2선 후퇴가 보여야 한다”고 대표직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 정국의 핵 ‘안철수 신당’ 두고 기성 양당 러브콜?
이처럼 총선을 몇 달 남기지 않은 가운데 새정치연합은 추가 탈당으로 당내 혼란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반면 안 의원 측은 오는 1월 10일 창당준비위원회를 본격 발족키로 이날 천명하면서 한층 대조되는 행보를 드러냈다.
안 의원은 “본격적인 (인재)영입이나 발탁은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한 이후 진행할 예정”이라면서도 이날 청년위원회에 대한 혁신안 등 어느 정도 구체적인 구상을 내놓으며 벌써부터 지지층의 외연을 확대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특이하게 거대 양당은 안 의원의 신당에 대해 맹비난을 퍼부으면서도 한편으론 손을 내미는 이중적 행태를 나타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오전 아침소리 회의에서 “어제 안 의원의 신당 비전 발표가 있었는데, 준비가 미흡한 거 아니냐”면서도 “격차 해소, 통일 문제는 새누리당에서도 주장하는 것인데 그 정도면 차라리 새누리당의 중도 혁신 흐름에 힘을 보태는 게 현실적 선택”이라며 입당을 종용했다.
새정치연합 역시 ‘참신한 인물’로 입당해 관심을 모았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앞으로 많은 협의, 협력, 연대가 가능하다”며 안 의원의 신당에 손길을 내밀었는데, 전날 입당 배경을 설명하며 안 의원을 비판했던 모습과는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 이를 놓고도 다양한 해석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자신의 지지층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은 안 의원의 신당을 경계하는 차원에서 거대 양당이 총선을 앞두고 ‘냉온 전략’을 번갈아 펴고 있는 것이란 설명이 힘을 얻고 있는데, 이런 흐름에 비추어 앞으로 총선까지 정치권은 3파전 양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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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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