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민심 이탈...한나라당 어쩔 수 없는 '탄핵 초강수' 선택

김혁규발 탄핵반대 '역풍론' 한나라당이 '탄핵 좌충수'를 두게 된 배경에는 김혁규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의 '한나라당 탈당'에서 비롯됐다는 '김혁규발' 탄핵반대 '역풍론'이 대두되고 있어 주목된다. 즉, 범국민적 탄핵반대 역풍은 지난해 12월 15일 김 위원(전 경남지사)이 한나라당을 탈당하자 경남 민심이 대거 열린우리당 쪽으로 기울었고, 이에 대해 충격받은 한나라당은 좌충수가 될 수도 있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강수를 두게 됐다는 해석이다. 이는 곧 열린우리당의 압도적인 지지율 상승으로 좁아지는 입지를 의식한 한나라당이, '탄핵안'을 적극 활용하여 '정면돌파'의 초석을 마련하려 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김 위원의 한나라당 탈당을 계기로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여권의 영남 공략이 본격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나라당이 김 지사 탈당에 대해 `공작정치의 전형'이라며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그가 상도동계 출신으로서 PK지역에서 일궈온 막강한 영향력 때문이다. 그의 탈당은 무엇보다 여권이 민주당 분당사태까지 불사하며 별러온 `지역주의와의 전쟁'이 대선승리 1년만에 본격화됐음을 의미했다. 앞서 이와 관련해 열린우리당 김태랑 전 상임중앙위원은 "김 지사가 영남에서 갖는 상징성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며 "한나라당에는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장관도 "김 지사의 탈당에 따라 경남(16석)과 부산(17석)은 10석 내외, 울산(5석)은 3~4석까지 의석 확보의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특히 대구.경북도 `태풍의 영향권'에 들지 않겠느냐"고 말해 `동남풍'의 북진 가능성에 무게를 뒀었다. 이강철 전 상임중앙위원도 "TK(대구.경북)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특히 대구는 정서상 지역구가 사실상 하나이기 때문에 전부 아니면 전무의 게임이 될 것"이라며 김 위원의 열린우리당 입당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이에 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도 "전후사정이 어찌됐건 큰 충격"이라며 "광역단체장이 총선을 앞두고 당적을 바꾸는 것은 큰 일"이라고 말해 김 위원이 몰고 올 파장을 미리 짐작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공작설과 김 위원에 대한 배신론을 집중 부각시킴으로써 PK지역 정서를 최대한 자극하고 일선 기초단체장들과 접촉을 강화하려했으나 실패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영남지역은 김 위원의 한나라당 탈당을 기폭제로 전현직 장.차관과 자치단체장 등을 물밑 접촉을 통해 영입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정가의 해석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우세지역이었던 영남권에서의 지지율 하락은 김 위원 탈당이 '민심 이동'의 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제로 항상 7%대에 머물던 경남지역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김 위원이 열린우리당으로 입당하면서 15%대로 상승한 것"을 예로 들었다. 또한 그는 "이에 한나라당은 전통적인 우세 지역에서 지지기반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을 지나치게 우려한 나머지, 급기야는 탄핵안 발의라는 초강수를 두었을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또 그동안 불법 대선자금 관련 '차떼기당' '책떼기당' 등의 비리로 얼룩진 당의 이미지를 탄핵을 통해 덮어두려는 계산이 작용했다"고 해석을 덧붙였다. 이같은 김 위원의 탈당으로 영남민심이 열린우리당으로 기우는 도중 고 안상영 전 부산시장의 죽음으로 인해 한 때 지지율 상승의 침체기를 맞기도 했다. 이 때 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는 지난달 6일 구치소에서 자살을 택한 안상영 부산시장을 청절지사(淸節之士)의 상징인 '백이숙제'에, 최근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김혁규 전 지사는 비단이불 속에서 평생을 산 흉악한 도둑 '도척'에 빗대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은 지난달 24일 "경마장과 거가대교 건설 등을 함께 추진하면서 친숙한 관계이었던 안 부산시장의 죽음은 애석하다"고 운을 뗀 뒤 "그러나 안 시장은 지조를 지킨 데 비해 나는 지조를 지키지 않고 행복을 누리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못 마땅하다"고 한나라당 지도부를 겨냥했다. 그는 또 "안 시장의 죽음과 김혁규와의 관계는 분명히 별도로 해야한다"며 "경남지사직 10년을 수행하면서 부정.부패하지 않고 저 자신의 관리에도 철저를 기해왔다"고 결백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은 `임기를 2년 반이나 남겨두고 지사직을 과감하게 던지고 당까지 바꾼 것을 보고 정말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한 노무현 대통령의 격려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나는 한나라당에서 왕따 당한 사람"이라며 섭섭함을 토로한 뒤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공천권을 쥐고 있다는 이유로 단체장에게 군림하려했고 국정감사장에서 민주당 의원보다 오히려 더 나를 공격하고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며 한나라당의 사고 전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김 위원은 한.민 공조의 탄핵과 관련, 지난 14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함께 총선에 나설 경남지역 후보자, 당원 등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통령 탄핵 규탄 및 헌정수호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날 김 위원은 "193명의 야당 의원이 탄핵한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4천만 국민과 민주주의"라며 "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 등을 획책하고 있는 거대 야당을 침몰시키는 방법은 이번 총선에서 우리당이 제1당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또 "국민의 이름으로 야당의원들을 처단해 민주주의 제단에 바치고 193명의 울타리에 갇힌 노무현 대통령을 구출하자"고 말했다. 앞서 김 위원은 지난 9일에도 야당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에 대해 개인성명을 내고 "대통령을 정쟁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일은 안정을 원하는 국민들을 협박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총선을 앞두고 민생관련 법안에는 관심이 없고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대통령 탄핵을 발의하는 것은 숫자 정치이자 다수의 횡포"라며 "탄핵이 가결된다면 국가신인도는 일순간 하락하고 가뜩이나 어려운 국가현실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어쨌든 한나라당은 김 위원의 탈당을 기점으로 열린우리당의 영남권 지지율 수직 상승으로 인한 총선에 대한 불안감과 동남풍의 북진을 차단하기 위한 강력한 차단막으로 '탄핵발의'라는 초강수의 선택을 했다는 것이 정가 안팎의 해석이다. 사진 임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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