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조기 선대위’ 카드로도 탈당 못 막나

▲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추가 탈당 추세가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야권 통합은커녕 각자의 계산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일견 잦아드는 듯 보였던 새정치민주연합의 탈당 불씨가 다시 거세게 타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 주 문병호 등 3인방을 비롯해 20일 김동철 의원이 탈당한 데 이어 23일 임내현 의원까지 탈당해 안 의원 측에 합류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권은희 의원과 같은 다른 광주지역 의원들까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은 물론 탈당 시 후폭풍이 상당할 김한길 등 중진 의원까지 탈당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추가 탈당’ 사태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새정치연합의 운명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문재인 ‘조기 선대위’ 수용, 변곡점 될까
 
지난 23일 새정치연합 임내현 의원이 공식 탈당을 선언하면서 안철수 의원 탈당 이후 김동철 의원에 이은 광주지역 의원 두 번째 탈당으로 기록되게 됐다.
 
유독 문 대표 지지율이 낮은 호남지역에서도 그 중심으로 꼽히는 곳이 광주인 만큼 지역구 민심에 민감한 현역 광주지역 의원들은 이 같은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광주지역 현역의원 8명 중 이미 탈당해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박주선, 천정배 의원을 제외하고도 김동철, 임내현 2명이 안 의원 측에 합류했고 권은희 의원도 내주 탈당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박혜자·장병완 의원마저 탈당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류인 강기정 의원을 제외하곤 새정치연합 소속 광주의원들이 모두 탈당하는 사태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심지어 탈당은 당 실패에 대한 책임 회피라며 일축한 강 의원조차 22일 문 대표를 향해 사퇴 시점을 명확히 밝히고 공천권을 내려놓으라고 촉구하고 있어 광주지역의 민심이 새정치연합으로부터 얼마나 이반되어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이렇듯 당내 각계의 성토에도 불구하고 꿈쩍 않던 문 대표는 김한길·박지원 등 당내 중진까지 탈당을 놓고 저울질하기 시작하자 당 중진들과 수도권 의원들이 제안한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안에 대해 조건부로 수용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문 대표는 23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의 단합과 총선 승리를 위해 혁신과 단합의 기조로 선대위를 조기 출범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에 공감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자신이 총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어 추가 탈당을 막을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됐다.
 
하루 전인 22일 우상호 의원이 문 대표에 전한 ‘조기 선대위 구상’이란 공정하고 신속한 선거관리를 위해 대표가 20대 총선과 관련된 전권을 선대위에 위임하는 내용으로, 당 대표 등 최고위원회는 당무에만 몰두하고, 내년 초 안철수·천정배 등 당외 야권과 통합이 이뤄지기 위한 조건이 마련될 경우 문 대표가 대표직에서 사퇴하기로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문 대표는 이 같은 구상을 수용한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날 “혁신을 지키고 통합을 이룰 수 있다면 대표직에 아무 미련이 없다”는 발언까지 하면서 사퇴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하지만 핵심이 되는 공천권의 경우 완전히 손 뗄 생각은 없다는 속내를 내비쳤는데 23일 오후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공천과 관련해서는 대표든 최고위원이든 선대위든 전권을 가질 수 없다”고 못을 박아 공천권을 전부 넘길 뜻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공천과 관련된 전권은 사람이 아닌 시스템에 있는 것이고, 시스템에 따라 가는 것이 혁신안의 요체”라며 “조기선대위서 공천문제까지 논의할 수 있는 것처럼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데, 공천에 관한 것은 혁신위에서 만든 혁신안이 프로세스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 대표의 결정에 대해 박지원 의원 등 비주류는 냉소적 반응을 내놨는데 박 의원은 24일 “통합선대위는 정해진 것만 집행하라는 것으로, 권한은 없고 책임만 지라는 것”이라며 “(문 대표로부터) 어제 아침까지도 공동선대위원장과 호남특위 위원장을 계속 제안받았다. 그러나 지금 내가 수락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정작 문 대표는 당직 인선과 함께 현역 평가 등에서 일방적이었다”며 “문 대표의 사퇴가 먼저 있어야 국민과 당원의 감동을 얻을 수 있다”고 사퇴만을 거듭 촉구했다.
 
반면 문 대표는 24일 오전 박 의원의 주장과 달리 선대위원장직 제안 등에 대해 “제안한 바 없다”고 일축하는 한편 통합 선대위에 대해서도 ‘계파 수장들의 나눠먹기’로 평가하며 “(당 내분 수습방안으론) 혁신적 조기 선대위 외에 다른 해법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김한길 전 대표나 박 의원 측에 ‘1월 말이나 2월 초 당 대표직을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추가 탈당을 막고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조기 선대위 구상’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 김한길계 ‘추가 탈당’, 새정연 운명 가르나
 
▲ 새정치민주연합의 탈당 기류가 수도권 의원들에게까지 확산될지 비주류 중진인 김한길 전 대표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하지만 ‘조기 선대위’ 수용이란 문 대표의 승부수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탈당 열풍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광주를 중심으로 한 호남 의원들의 탈당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김한길 전 대표 등 수도권 인사들까지 탈당에 무게를 두고 있어 끝내 ‘분당’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인물들은 이종걸 원내대표, 주승용 전 최고위원, 최재천 전 정책위의장, 노웅래, 정성호, 최원식 의원 등이 꼽히는데 김한길계 인사 중 최 전 정책위의장이 서울권 첫 탈당 의원이 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이른바 ‘안풍’이 수도권까지 불어 닥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또 그간 탈당에 대해선 선을 그었던 3선의 호남 출신 주 전 최고위원조차 24일 연초에 탈당해 안 의원의 신당에 합류키로 마음을 굳혔다고 전해지면서 당분간 ‘추가 탈당’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안 의원의 신당은 지지층이 호남에 국한되는 천정배·박주선 신당 등과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보다 수월하게 원내 교섭단체 구성요건인 20명의 현역 의원을 채울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돼 어떤 면에선 김 전 대표를 비롯한 측근 의원들의 행보에 새정치연합의 ‘분당’ 여부가 결정된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시점에 김 전 대표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탈당이 임박했다고 암시해 문 대표 측을 한층 더 압박했는데 “야권 승리를 위해 작동하는 한 부품으로나마 내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 한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며 “제 거취는 (정권교체에 이어지는) 작은 선택일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볼 때 김 전 대표의 ‘탈당’이 가지는 성격은 문 대표가 끝까지 사퇴하지 않을 경우 우선 안 의원 측에 합류해 혹 문 대표 측과의 야권 연대 가능성이 있을 때 양측을 잇는 가교 역할을 자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같은 입장을 보여주듯 이날도 그는 “제 고민은 딱 하나다. 총선 승리의 길을 찾는 것이다. 우리 당이 이대로 가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건 다들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며 “그래서 지도부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그래야 야권 통합이 가능하다는 것이며 총선 승리 정권교체를 말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문 대표 등 현 지도부의 사퇴만이 해법임을 누차 강조했다.
 
◆ 천정배 신당, 안철수 측과 탈당 인사 포섭 경쟁?
 
이렇듯 추가 탈당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 잡아 가는 가운데 문 대표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 일각에서 끊임없이 당을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몰고 가는 분열적 행동을 당장 멈추기 바란다”며 “통합의 이름으로 분열을 말하고, 당을 위한다면서 당을 흔드는 행동을 즉각 그만둘 것을 요구한다”고 탈당을 준비 중인 의원들을 향해 원색적으로 경고했다.
 
그러나 이런 강력한 경고조차 마이동풍인지 이날 광주를 지역구로 둔 권은희 의원은 신당 ‘국민회의’를 창당 준비 중인 천정배 의원을 만나는 등 탈당을 시사하는 행보를 보였다.
 
새정치연합에서 탈당하는 의원들 중 호남출신조차도 안 의원 측에 연이어 합류하고, 안 의원 역시 천 의원의 신당에 합류하기보다 독자 신당을 창당키로 방침을 세우면서 천 의원은 탈당 직후 무소속이던 안 의원을 향해 손짓만 하기보다 미묘한 입장 차를 드러내며 안 의원의 신당과 차별화하려는 모습을 내비쳤다.
 
앞서 천 의원은 안 의원 측에 합류한 인사들이 광주지역에서 지지받지 못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의 현역 의원이었음을 상기시키며 자신은 공천에서 배제될까 두려워 이탈하는 기존 의원보다는 참신한 인물로 당을 구성하려고 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천 의원이 이런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인재 영입에 있어 안 의원 측에 밀리면서 ‘야권 재편’이란 화제의 중심에서 밀려난 데에 따른 궁여지책이라고 혹평하기도 하는데 이날 천 의원이 합류를 종용하기 위해 방문한 권 의원 역시 ‘참신한 인물’로 보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권 의원은 7·30 재보궐을 통해 19대 국회에 중도 입성한 초선의원으로 어떤 면에선 새로운 인물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그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로 재직할 당시 김용판 전 경찰청장이 수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하다가 현재 ‘모해위증’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논란’의 인물은 될지언정 ‘참신’하고 ‘개혁’적인 인물과는 사실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천 의원은 인재영입이 그만큼 급했는지 이날 권 의원을 방문해 “제가 생각하는 뉴DJ의 맨 앞에 서 있는 한 분이 권 의원”이라며 적극 설득에 나섰고 권 의원도 “제가 그리고 제 지역이 고민하는 지점들이 서로 정확하게 같다”고 긍정적 반응을 내놔 탈당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이처럼 새정치연합의 ‘추가 탈당’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각 신당세력 역시 ‘세 불리기’에 들어가고 있어 3개월 남짓 남긴 총선을 앞두고 ‘통합’을 외쳐오던 야권이 사분오열된 채 총선을 맞는 것은 아닌지 일각에선 우려 섞인 시선도 보내고 있는데, 과연 이런 상황에서도 총선 직전 야권 연대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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