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새벽 4시경 전국에서 감지된 지진으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당시 숙면을 취하고 있던 중 흔들리는 느낌이 들어 깨어보니 방문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집에 바람이 새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다시 잠을 청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그게 지진이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순간 아찔했다. 큰 지진이었다면 단잠에 빠져있던 많은 국민들이 봉변을 당했을 것 아니겠는가.
 
이번 지진의 규모는 최종적으로 3.9로 확정됐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5번의 지진 중 가장 큰 규모다. 내륙에서 발생한 것으로는 올해 유일한 지진이기도 하다. 통상적으로 3.0 이상 규모의 지진부터 흔들리는 느낌이 감지된다고 하니 4에 가까운 이번 지진을 전북 익산에서 200Km 가량 떨어진 서울에서도 느낀 시민들이 많았던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처럼 더 이상 우리나라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징후가 지속적으로 감지된다. 지구를 둘러싼 지각을 구성하고 있는 판들은 퍼즐조각처럼 돼 있는데 판구조론에 따르면 이 판들이 이동하면서 판과 판이 만나는 곳에서 지진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여러 개의 판이 만나는 환태평양 지진대의 경계에 위치한 일본에 대규모 지진이 잦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간 우리나라는 환태평양 지진대의 경계로부터 상대적으로 떨어진 판의 내부에 있다보니 인접한 일본과 다르게 별 다른 지진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의미 있는 규모의 지진이 종종 감지되면서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지대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그간 내진 설계 등 지진 피해 대비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편이라 단 한 번이라도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면 막대한 인명피해가 예상된다.
 
규모 3.0 이상의 지진은 2011년 14회, 2012년 9회, 2013년 18회, 2014년 7회, 올해 현재 5회 등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상청이 우리나라에서 규모 5 이상의 지진은 6년에 한 번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한다고 하니 비교적 잠잠했던 최근이 더욱 위험했던 것 아니냐는 생각도 해볼 수 있겠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지진 대비책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법적으로 내진설계를 해야 하는 건축물의 70% 정도는 내진 대비를 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과거 이 같은 내진설계 자체가 적용되지 않을 당시 지어진 건물들의 경우는 지진이 발생할 경우 사실상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교량이나 터널 등의 시설물들의 과반은 내진설계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자료도 있고 학교와 병원 등 주요 시설물의 내진 설계 비율은 20%도 되지 않았다는 2012년 통계도 있다.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발생할 긴급상황에 대한 교육도 사실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껏해야 민방위 교육에서 1년에 1시간 가량의 지진 관련 교육을 받은 20~30대 청년들을 제외하고는 살면서 지진 대비 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들을 찾기조차 쉽지 않다. 각종 캠페인과 동영상을 찾아보는건 어렵지 않지만 의무적인 교육과 캠페인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최근 종영된 JTBC의 ‘디데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우리는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경우 일어나는 상황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었다. 도로가 갈라지고 하수도에서 물이 솟아오르며 건물 내부에 있던 사람들은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체에 혼비백산하는 모습이 실감나게 그려졌다. 남산타워가 쓰러지고 한강 다리가 반토막이 났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런 상황에 놓였을 경우 우리는 정확한 대처법을 알고 있는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면 그 피해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지진 안전지대란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정부와 국민 모두가 철저한 준비를 해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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