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5개 부처 중폭 개각…4대 개혁 지속 의지 드러내

▲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기획재정부·교육부 등 5개 부처의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의 개각을 전격 단행했다.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기획재정부·교육부 등 5개 부처의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의 개각을 전격 단행했다.
 
이번 개각은 국정 운영의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 내년 총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인사들을 교체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는데 당초 지난달쯤 단행될 것으로 점쳐졌으나 주요 국정현안을 마무리한 뒤 실시하기로 청와대가 못 박으면서 당시 개각 시기에 대해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된 바 있다.
 
이는 정부에서 의지를 갖고 추진하던 노동개혁 및 경제활성화 등과 관련된 각종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지금까지 여야 간 충돌만 이어졌기 때문인데 연말까지 법안이 처리될 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 박 대통령으로서도 더 이상 개각을 미룬다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하기에 시한에 떠밀려 마지못해 단행한 것으로 관측된다.
 
◆ 공직자 총선 출마 일정 임박해 개각
 
지난 10월 19일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 장관을 교체한 데 비해 기획재정부 등 5개 부처에 대한 2차 개각은 내년을 열흘 남짓 앞둔 12월 21일에 와서야 단행한 것을 두고 많은 얘기가 나오고 있다.
 
본래 2차 개각에 대해선 앞서 지난달 8일 정종섭 행자부 장관의 사의 표명을 전후한 11월경에 이뤄질 것으로 관측됐었는데 12일 청와대에서 법안 통과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당분간 개각은 없다”고 일축했고 한·중FTA 비준안과 내년도 예산안이 처리된 12월 초까지 이르러서도 개각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되지 않으면서 그동안 누구도 개각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이날 오전까지도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조차 개각 시점에 대해 여전히 “알 수 없다”고 답해 성탄절 이후인 연말이나 연초에나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는데 어떤 낌새도 내비치지 않던 청와대에서 갑자기 개각 결정을 내리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모아진 것이다.
 
이번에 교체되는 장관급 인사는 현역 국회의원 출신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3인을 비롯해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미 지난달 8일 사의 표명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등 5명인데 이들 모두 내년 총선 출마 의사를 갖고 있어 일찌감치 개각 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또 청와대에서도 총선에 출마할 공직자들의 사퇴 시한이 내년 1월 14일까지인데다 20일가량 소요되는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을 고려하면 적어도 성탄절 이전까지 개각이 단행하지 않을 경우 자칫 장관 없이 차관 대행 체제로 흘러가게 되는 만큼 국정운영에 부담이 생길 가능성을 염두에 둬 부득불 성탄절 이전까지 개각을 실시해야 하는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그간 개각의 전제조건으로 세웠던 노동법, 경제활성화법과 같은 주요 법안 처리를 성탄절 이전에 할 수 있도록 직권상정이나 대통령 긴급권 발동을 언급하는 등등 여러 경로를 통해 야당에 압력을 가했으나 협의 파트너인 야당이 안철수 탈당 사태 등으로 혼란에 빠져 법안 처리보다 내홍 수습에 무게를 둔 데다 정의화 국회의장마저 쟁점법안 직권상정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선 법안 처리, 후 개각’ 입장을 고집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쟁점 법안 처리만 매달리다가 신년업무보고나 내년 정책방향설정 등으로 유독 바쁜 연초에 장관 공석으로 인한 국정 공백을 감수하는 것보다 불투명한 입법 정국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선 개각을 단행키로 마음을 돌린 것이란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꽉 막힌 입법 정국을 해결하도록 박 대통령이 친박계인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이번 개각을 통해 국회로 돌려보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어 쟁점 법안 처리 문제가 향후 어떤 식으로 해결될지 좀 더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에선 개각 시점에 대한 여러 해석이 나오는 데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날 황교안 국무총리는 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개각과 관련해 “언제 필요한지 견해는 다를 수 있지만 인사권자가 필요한 시기에 판단을 하고 늘 준비하고 있다”며 지나친 해석을 경계했다.
 
◆ 유일호 장관 내정에 ‘회전문 인사’ 논란도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후임으로 유일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내정됐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렇듯 지난 10월 1차 개각에 이어 이번 2차 개각까지 총 7개 부처 수장이 교체되면서 내년 총선용 개각이 일단 마무리됐는데 이날 새로이 내정된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관심도 더불어 높아지고 있다.
 
이 중 가장 주목받는 인사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후임으로 내정된 유일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현역 국회의원이자 친박계 재선 중진인 유일호 후보자는 원래 총선에 출마할 생각으로 1차 개각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직을 내려놓고 지난달 11일 완전히 퇴임해 국회로 복귀했으나 이날 차기 경제부총리로 내정되면서 불과 40일 만에 국회에서 정부로 돌아오게 됐다.
 
특히 유 후보자는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꼽히는 강남3구 중 하나인 ‘송파 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데다 친박을 넘어 진박으로까지 꼽히는 그가 손쉬운 3선을 포기하면서까지 돌아와 이번 개각 후보자들 중 가장 주목받고 있다.
 
다만 그를 내정한 것과 관련해 본래 조세·재정 전문가인 만큼 과거 국토부 장관을 지냈는데도 왜 이와 무관한 경제 수장에 발탁됐는지 전문성을 의심하는 반응은 적지만 총선 출마를 위해 나갔던 인사가 재기용된 것에 대해서 야당은 ‘회전문 인사’가 아니냐며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청와대에선 유 후보자와 관련,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등을 역임하고 최근까지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재직한 바 있다”며 “경제정책과 실물경제에 대한 풍부한 식견과 정무적 역량을 바탕으로 4대 개혁을 통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경기활성화를 추진해 나갈 분”이라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어 국회와의 소통이 절실한 상황에서 국회에서 정무위원으로도 활동한 재선의원 출신인데다 경제 전반 지식까지 겸비한 그를 내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인데 청와대도 친박계 총선 출마자를 1명 잃으면서까지 유 후보자를 부총리에 내정한 만큼 큰 변동이 없는 한 적어도 4대 개혁이 완수될 때까지 함께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일각에선 경제정책 핵심을 담당하는 안종범 경제수석과 소통이 잘 되는 인사인데다 이미 국토부 장관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경험이 있어 국회 청문회를 무리 없이 통과할 소지가 높다는 점 역시 유 후보자가 발탁된 배경으로 꼽힌다고 전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듯 ‘진박’으로까지 칭해지는 유 후보자는 사실 친박계 학살로 불린 18대 총선을 통해 대표적 친이계 인사로서 강남3구 쪽을 지역구로 받아 처음 국회에 입성한 전력을 갖고 있단 것인데, 그는 18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박근혜 대통령(당시 의원)의 경제정책 자문역을 수행하면서 눈에 들어 19대에서도 강남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으면서 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엔 비서실장을 맡는 등 확실히 친박으로 자리를 굳히게 됐다.
 
이밖에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후임으론 이준식 서울대 교수를 내정했는데 20년간 서울대 공대교수로 재직한 교육자 출신으로, 정치인 출신으로서 내정에 여러 의미를 내포한 유 후보자와는 달리 관련 전문 역량을 고려하는 한편 이공계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차원에서 국가기술심의회 산하 공과대학 혁신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를 발탁하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신임 행자부 장관직엔 총리실 국정운영1실장 등에 재직해 ‘정책기획통’으로 꼽히는 홍윤식 전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엔 주형환 현 기재부1차관이, 여성가족부 장관에는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후보자로 뽑혔다.
 
이들 중 주목할 만한 인사는 기재부 출신인 주형환 차관인데 대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산업 관련 인사들이 맡아 온 전례와 달리 청와대에서 경제금융비서관을 역임하며 금융 쪽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는 주 내정자가 산자부 장관에 발탁되면서 산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주 내정자는 과거 기획재정부에서 은행제도과장 등을 역임하며 서울은행 매각 등 굵직한 구조조정을 처리한 바 있는데, 그를 기용한 것은 조선 등 현재 부진한 주요 산업분야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청와대가 피력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다만 일부에선 경제 수장에 내정된 유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안종범 수석과 원활한 소통을 하는 인사란 점을 감안해 발탁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산업계 구조조정에 대한 전망은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좀 더 지켜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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