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교육부총리가 사퇴할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임명된 지 13일 만에 교육부 수장 직을 내놓아야만 했던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13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김 전 부총리는 수없이 많은 언론과 정치권의 타깃이 되어 하루라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그의 업무 능력을 떠나서 노무현 대통령의 최 측근 인사라는 뒤 배경이 사회적 반감을 사게 되었던 탓이다. 이미 알고 있다시피 노 대통령은 정권을 잡고 난 이후 끊임없이 내각 구성을 측근 인사 기용으로 일관해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다. 이 같은 노 대통령의 코드 인사 단행을 두고 세간에는 ‘레임덕을 우려한 대통령의 아집’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고, ‘대통령을 만들어 준 막후 세력들에 대한 보은’의 의미로 해석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측근 인사에 대한 ‘드러내놓고 감싸기’ 탓에 김 전 교육부총리는 제대로 된 업무에 한번 임하지 못하고 물러나야만 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에 대해 쌓이고 쌓인 감정이 직간접적으로 김 전 부총리에게 향하게 되었다는 논리이다. ◈무엇이 문제였나?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사퇴를 이끌어낸 핵심적 사안은 바로 국민대학교 교수 재직시절 발표했던 논문의 표절, 중복 게재 의혹이다. 그동안 일파만파 확산된 논문 관련 의혹은 크게 네 가지로, 제자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점과 사실상 같은 논문을 다른 학술지에 중복 게재했다는 점, 두뇌한국21(BK21) 최종 결과 보고 시 연구실적을 부풀렸다는 점, 같은 연구로 연구비를 중복 수령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의혹은 최초 ‘국민일보’가 제기하였다. 그러나 김 부총리는 이에 대해 “최종 보고 과정에서 유사논문을 같이 제출하는 실수가 있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행정상의 실수다”는 등의 유사논문 관련 해명을 하고 그 외의 의혹에 대해서는 절대 부정하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나 김 부총리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민일보’는 이튿날 연이어 같은 내용의 표절 의혹 기사를 보도했다. 해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국민일보’의 이 같은 끈질긴 의혹 보도에 일부 보수언론들이 동참하며 의혹의 수위는 걷잡을 수 없이 높아졌고, 급기야 김 부총리는 “학자적 양심을 걸고 분노를 금치 못하겠다”며 의혹 해명을 위한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김 부총리는 청문회를 통해서 그동안 의혹을 제기해 오던 야당 의원들을 허수아비처럼 만들어버릴 만큼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상황이 반전되어 그가 유임을 하더라도 큰 문제를 삼을 수 없을 것처럼 보였으나, 김 부총리는 예상을 깨고 사퇴를 했다.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사퇴를 한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보다는 깔끔한 자신의 이미지에 더 큰 점수를 얻게 된 것이다. ◈잘못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7월 21일 공식 취임한 김 부총리는 취임 직전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부터 논란에 논란을 몰고 다녔다. 인사청문회 당시에는 ‘병적기록부상 학력기재 오류’와 ‘자녀 외국어고 편입학’ 등 개인적 이력 때문에 야당의 공세에 적잖은 진통을 겪고 임명되기도 했다. 취임 후 23일에는 강원 평창군 수해지역의 피해학교를 방문하는 것으로 교육부총리로서의 첫 공식 일정을 시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튿날인 24일 논문 표절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하면서 교육부 수장으로서의 업무는 실질적으로 막을 내리게 된 것과 다름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언론의 의혹 보도에 대해 김 부총리는 25일 “내 논문이 제자의 논문보다 먼저 작성됐을 뿐 아니라 주로 사용된 분석의 방법과 내용, 기술의 방법 또한 크게 다르다”며 의혹을 전면 부정하고 한국행정학회에 표절여부에 대한 심의를 요청했다. 그 후 며칠간은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듯 했다. 그러나 27일 김 부총리가 동료교수들과 공동으로 교육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인 BK21 사업에 선정돼 연구비를 받은 후 동일한 논문을 2개의 연구 실적으로 부풀리기 보고했다는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자 “최종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실무자의 실수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렇다 하더라도 어쨌든 연구자의 최종 확인했어야 했는데 못한 것은 두말할 것 없는 잘못”이라며 의혹에 대해 사실을 규명하고 공식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김 부총리는 논문과 관련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그러나 28일 김 부총리의 과거 국민대 연구팀이 BK21 사업비를 받은 후 과거 논문을 재탕하여 김 부총리의 논문을 BK21 연구실적인 것처럼 보고한 의혹이 공개되자 사퇴 압력은 일파만파 번지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여당 내에서조차 김 부총리 사퇴론이 불거지게 되었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사퇴론이 번지며 국정 운영에 혼란을 초래하게 되자 김 부총리는 결국 공개 청문회를 요청한 후 모든 의혹을 해소하고 사퇴하기에 이른 것이다. 당초 사퇴까지 가야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던 김 부총리에게 여권은 오히려 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당청 갈등의 희생양이 되어 당초 김 부총리에 대한 임명 예정설이 돌 때부터 여권 내에서 반발 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임명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보이자 여당은 입장을 급선회하며 김 부총리 감싸기에 돌입했다. 인사청문회 당시의 상황이다. 그러나 논문 관련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여당은 다시 청와대와 각을 세우며 김 부총리의 사퇴를 직간접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지방선거 이후부터 계속돼온 당청 갈등이 수면위로 다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이 여당은 김 부총리의 사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낸 것에 대해 국정주도권을 쥐게 되었다고 평가하며 ‘Win-Win(윈-윈)’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다시 말해 그동안 청와대와의 관계에 있어서 갈등을 보이기는 했지만, 결국 끌려가는 상황을 연출해온 것과 달리 이번만큼은 당의 목소리가 반영되었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는 것이었다. 여당의 이러한 당략적인 이유가 김 부총리의 사퇴를 이끌어낸 또 하나의 이유가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김 부총리의 책임 소지가 있는 사안이기는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사퇴를 해야 할 만큼 중대한 문제는 아니었기에 김 부총리는 당청 관계로부터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여당의 한 의원은 김 부총리의 사퇴를 두고 “당도 살고, 본인도 살고, 대통령의 인선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는 방식으로 모양새를 갖췄다. 한나라당이 청문회의 주도권을 쥐었다면 야당에 의해 물러나는 꼴이 되었을 것이다”고 김 부총리의 사퇴 시점과 방법이 최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청와대의 자존심과 향후 국정 운영 방침에 있어 야당보다 여당이 더욱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흠집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인사 시스템 마련 시급 김 부총리는 당청 관계에 있어서 희생양이 되기도 했지만, 교육계 관행으로부터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김 부총리가 “이런 식으로 검증하면 교수 중에 교육부총리 할 사람 없다”고 말했던 것은 교육부의 현실적 관행을 명확하게 드러내주기도 한다. 물론, 학계의 잘못된 관행은 언제든 고칠 것이 있으면 고쳐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번 김 부총리 사건을 두고 학회나 학술단체에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오히려 정치권과 언론을 중심으로 더욱 소란스러웠던 것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문제가 되고 있다. 즉, 정치권이 김 부총리에 대한 표적을 두고 끄집어낸 문제라는 것에 어느 정도 인식을 같이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부터 대다수의 교수들이 그와 같은 관행을 따라온 것이 사실이라면 모두 똑같이 문제가 되어 교육계의 밑바닥부터 깨끗하게 청소를 해야 함이 마땅할 것이다. 유독 김 부총리만을 타깃으로 하여 이러한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처사이지 않을 수가 없다. 결국 김 부총리 후임으로는 그 어떤 학계의 인물도 장관직에 오를 수 없다는 논리가 성립되는 것이 아니겠는가하는 것이다. 문제 삼을 것이 있었다면 그 인물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사안을 지적했어야 함이 더 현명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보편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를 한 개인만의 문제로 치부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불공평한 일이지 않을 수 없다. 이 모든 것이 아쉽게도 그동안 코드 인사로 일관해온 노무현 대통령의 인사 방침 때문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는 것이 여야 모두의 공통된 생각이다. 청문회를 통해서도 드러났듯 김 부총리는 당당하고, 청문회 위원들은 오히려 쩔쩔매는 상황이었다. 마녀사냥이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김 부총리에게 풀어버리고자 하는, 일종의 마녀사냥이었기에 맞대면해서는 무엇도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김 부총리는 그에서도 희생양이 되고야 말았다. 청문회 이후 언론들의 반응만 보더라도 이 같은 사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조선일보 인터넷판의 경우 ‘당당한 김 부총리에 “아…” 한숨 쉬는 의원들’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고 “질의에 나선 의원들은 그동안 언론에서 제기한 문제 이상의 지적은 하지 못했다”며 김 부총리의 당당함을 밝혔고, 인터넷 신문인 ‘북스앤뉴스’는 “김 부총리는 언론을 통해 제기된 각종 의혹들에 대해 단호한 목소리로 적극 변호했다”며 “그러나 김 총리의 사퇴를 강하게 촉구했던 의원들의 질의는 이와는 상반되는 모습이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 이데일리는 “이번 사태를 보며 제기된 의혹과 해명에 따라 김 부총리 거취가 결정되기 보다는, 압도하는 여론이 그의 거취에 결정적 변수가 되는 구조”라고 분석하고, “의혹제기가 이뤄지면 제3자적 입장에서 이를 완충해내는 사회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며 김 부총리를 옹호하는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결국, 모든 사실이 청문회를 통해 밝혀지자 일부 보수언론을 따라 의혹제기를 일삼던 언론사들과 정치권은 허무에 빠지게 되고 말았다. 마녀사냥 식으로, 희생양 식으로 김 부총리를 내몰기는 했지만, 모두가 찝찝하기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러나 도리어 김 부총리는 웃었다. 홀가분한 웃음을 지으며 사퇴의 입장을 밝혔다. 왜 쫓겨난 사람은 웃고, 쫓아낸 사람들은 찝찝해야 하는 것인지 사회적으로 그 원인을 밝히기는 힘들겠지만 국민들도 알 것은 알아야 한다. 사회에 빛이 되어줄 수 있는 인물이라면 아무리 코드라 할지라도 싹을 자를 수 있고, 사회에 그림자가 될 인물이라면 그 역시 아무리 코드라 할지라도 올바른 평가와 검증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인사 절차를 통해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물을 등용하는 대한민국이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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