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설’ 가운데 일단 ‘관망’ 두드러져

대통령 탄택안 가결 후,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4·15총선을 앞둔 여야 각당의 사생결단식 대결 등이 불러올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 국내 증시의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통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가 좀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미국의 주간 경제전문지 '배런스'가 15일자로 보도했다. 정치적 혼란으로 한국의 기업과 채권이 제 값보다 낮게 거래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인 것이다. 외국 언론 "한국은 정치적 위험 내포하고 있다" 배런스는 대통령 탄핵은 한국 시장이 선진국 지위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한국은 아직도 정치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고 지적했다. 배런스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의 국내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할 때도 매수 우위를 유지했으며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채와 은행 후순위채에 대한 선호도 역시 매우 높다고 보도했다. 바클레이즈캐피탈은 이들 채권을 '완벽한 가격'이라고 분석했다. 배런스는 "만약 정치적 혼란이 한국 은행업계에 대한 개혁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분명히 좋은 뉴스가 아니라면서도 식견있는 투자자라면 지난주 사건(탄핵)이 장기적인 후퇴를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배런스는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유가 경미하다"고 지적했다. 배런스는 최근 선거관리위원회가 노 대통령의 코멘트를 문제삼아 '대통령의 선거중립'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이 탄핵의 사유라고 보도했다. 탄핵 가결 이틀째 거래일인 3월 15일, 금융시장은 안정세를 회복하는 모습이 완연하다. 금융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주말의 급락세에서 벗어나 상승세로 돌아섰으며 금리와 원화 가치도 상승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7.04 포인트가 오른 855.84로 출발해 이날 오전 9시45분 현재 7.57 포인트가 상승한 856.37을 나타내고 있으며 코스닥지수도 지난 주말보다 5.87 포인트가 오른 426.51에 이르렀다. 거래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팔자'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탄핵 당일 주가가 22.13 포인트 급락한 데 따른 반발 매수세와 프로그램 순매수에 힘입어 반등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은 당초 6억원 순매수로 출발했으나 곧바로 `팔자'로 전환, 102억원 순매도를 기록 중이며 개인도 185억원 매도 우위다. 반면 기관은 대규모 프로그램 순매수(117억원) 속에 265억원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가 1% 넘게 오르며 강세를 보이며 53만원대를 회복했고 SK텔레콤도 1%대 강세다. 국민은행, 한국전력, KT도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주가가 오른 종목은 444개에 달한 가운데 내린 종목은 187개에 그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3.80원이 떨어진 1천177.00원으로 출발한 뒤 5.20원까지 하락 폭이 확대됐으나 9시45분 현재는 출발 때와 같은 수준으로 돌아갔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지난 주말 뉴욕시장에서 차액결제선물환(NDF) 환율이 달러당 1천180.50원에 마감됐기 때문에 오늘 서울시장이 하락한 상태에서 출발할 것으로 예상됐었다"고 말하고 "한국시장이 탄핵 충격으로부터 빨리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 이날 오전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4-1호) 수익률은 지난 주말보다 0.01% 포인트가 오른 4.58%, 5년 만기 국고채(4-2호)는 0.02% 포인트가 상승한 4.90%에 각각 거래되는 등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관망세로 인한 외국인 매매 규모 축소 예상 이렇게 증시는 탄핵 충격으로 인한 급락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는 모습이지만, 상승폭은 미미하고 시장에 힘은 없다. 프로그램 매수로 대형주가 버텨주면서 지수가 간신히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관망세가 우세다. 특히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던 지난주 금요일(12일) 매수로 대응했던 개인과 외국인 모두 소폭이나마 순매도로 돌아서 향후 진전 상황을 지켜보자는 태도다. 지난 주말 미국 증시가 급반등함에 따라 대만 증시와 일본 증시가 강하게 오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증시 움직임은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탄핵안 등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디스카운트로 이해해야할 듯하다.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외국인 매매는 중립적으로 판단된다. 순매도지만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삼성증권 국제영업팀은 개장 전 주문 동향에서 다소 매도가 많은 편이긴 했지만 매수/매도 모두 규모가 크지 않아 관망 심리가 우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뉴욕 현지법인 역시 탄핵안 가결 이후 미국 현지시간 12일에 외국인 고객의 문의가 급증했으나 DR 가격이 안정을 찾아가면서 투자심리도 점차 안정됐다고 전했다. 증권 관계자는 "이날 매도 주문은 그간 차익 실현 전략을 유지해온 외국인들"이라며 "탄핵안이 매수 입장을 고수해왔던 외국인을 순매도로 돌리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은 이번 주 관망 모습을 보이며 국내 정부의 수습 노력을 지켜볼 것"이라는 예상이다. 관망세로 인한 외국인 매매 규모 축소는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지난 주말 지수가 820선까지 밀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지선은 820, 위쪽 저항선은 880"으로 내다봤다. 수출 경기는 괜찮은데 내수는 쉽지 않다는 인식이 남아 있어 880을 뚫고 올라가려면 뭔가 촉매가 있어야할 것이라는 의견. 또한 "외국인이든 국내 기관이든 총선 결과를 보고 뚜렷한 매매 패턴을 잡아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 때문에 주가가 크게 밀릴 것이라고 보진 않지만 최근 뮤추얼펀드 자금 동향이 다소 부담된다"고 덧붙였다. 외국인은 대만 시장에서 3월10일에서 12일까지 3일 연속 순매도 했다. 규모는 각각 2억288억원, 1억188억원, 5억875억원이었다. 특히 12일 순매도 규모는 연중 최대였다. 지난주 한국 관련 펀드의 자금 동향도 1억3000만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아시아 관련 펀드로는 3억8000만달러 자금이 순유입됐지만 이머징마켓 펀드에서는 11억달러가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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