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환송심 2년6개월 실형…CJ “받아들이기 힘들어”

▲ 1600억원대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이로써 당분간 이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는 어렵게 됐다. ⓒ뉴시스
1600억원대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이로써 당분간 이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는 어렵게 됐다. CJ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초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법원의 판결은 엄중했다. 이런 가운데 CJ 측은 이 회장의 경영공백 장기화로 인한 사업상의 차질을 강조하는 한편, 일각에서는 ‘포스트 이재현’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원형)는 15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4개월의 형량이 줄어든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252억원을 선고했다.
 
지난 9월 대법원은 일부 배임 혐의에 대해 “관련 법 적용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계에서는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이 회장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결국 실형을 피하지는 못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의 일본 부동산 매입과 관련해 배임 혐의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이 아닌 형법상 배임 또는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취지대로 판단, 실형을 유지했다.
 
특경가법은 횡령 등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얻은 재산상 이득액을 5억원 이상과 50억원 이상으로 나눈 뒤, 금액에 따라 가중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회장이 팬 재팬(Pan Japan) 명의로 매입한 빌딩의 대출금 전액을 이득액으로 단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이득액을 산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06~2007년 일본 도쿄에 있는 팬 재팬 빌딩 등 구입을 위해 대출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CJ그룹 일본 법인에 360억원 상당의 연대보증을 서게 해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았다. 이에 대해 2심에서 309억원이 유죄로 인정됐다.
 
대법원은 또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국내 차명주식 관련 177억원 ▲해외 특수목적법인(SPC) 관련 41억원 ▲부외자금 조성 관련 33억원 등 약 251억원에 대해 2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했다.

◆CJ그룹, ‘망연자실’…“상고할 것”
 
CJ그룹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CJ그룹은 연말 임원인사까지 미뤄둔 채 이번 판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CJ그룹 측은 “이 회장의 공백이 길수록 경영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올해도 투자에 차질을 빚는 등 해외 사업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고 강조했다.
 
경영공백 장기화로 신규사업 및 글로벌 사업 등 이 회장이 진두지휘 해 온 분야에서는 상당한 경영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CJ그룹은 회장 부재에 따른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사실상 오너 중심의 경영체제를 유지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공백을 얼마나 메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해외 투자사업이나 비교적 큰 규모의 인수합병(M&A) 사업은 이제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CJ그룹 측은 이번 선고에 불복하고 상고할 것이란 방침을 세웠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에 너무 당혹스럽다”며 “수용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실형이 선고돼 참으로 막막하고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대법원에 상고해서 대법원 판단을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부동산 관련 배임에 대해 무죄라고 대법원에서 다시 주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CJ 측은 이 회장의 경영공백 장기화로 인한 사업상의 차질을 강조하는 한편, 일각에서는 ‘포스트 이재현’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시사포커스DB

◆경영공백 어쩌나…“‘포스트 이재현’ 시대 준비해야” 조언도
 
현재 이 회장은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CJ대한통운, CJ올리브네트웍스 사내 등기이사 임기가 지난해 끝났지만, 올해 3월 양사 주주총회에서는 이 회장의 재선임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CJ 계열사 가운데 지주회사 CJ㈜와 CJ제일제당 두 곳에서만 등기 이사직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 따라 실형이 확정된 만큼, 두 상장사의 등기 이사직에서도 완전히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의 두 회사 등기 이사직 임기 만료일은 내년 3월 주총 시점까지다.
 
CJ는 ‘경영 위기론’을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CJ는 “그룹의 위기상황을 극복할 길을 잃은 기분”이라며 “이재현 회장이 부재한 지난 3년간 CJ그룹의 성장지표는 사실상 ‘올스톱’ 됐다”고 이번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CJ는 평균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뤘던 그룹 매출이 2013년 25조6000억원, 지난해 26조8000억원으로 불과 4% 늘어나는데 그쳤다는 점과 올해 전망 역시 밝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CJ는 “단기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해외 시장 개척이나 대규모 인수·합병(M&A) 등 투자 집행 부분에서는 회장 공백이 더욱 크다”며 “투자 집행 실적이 2013년 계획에 20% 미달했고, 작년 역시 목표보다 21% 적은 1조9000억만 투자했다”고 밝혔다.
 
동부산테마파크 등 수년간 추진한 대형 개발 프로젝트가 잇따라 중단되고, ALP로지스틱스 인수에 실패한 것도 이 회장 공백의 영향이라는 게 CJ의 설명이다.
 
한편 학계 등에서는 사실상 이 회장의 경영 복귀가 불투명한 만큼 총수 공백에 대한 차질만 주장 할 것이 아니라, ‘포스트 이재현’ 시대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을 서둘러야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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