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마카오 ‘정킷방’서 원정도박

▲ 최근 재계 인사들이 해외 원정도박을 벌이다가 적발돼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되는 등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이 해외에서 도박을 벌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신안그룹
최근 재계 인사들이 해외 원정도박을 벌이다가 적발돼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되는 등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이 해외에서 도박을 벌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4일 검찰에 따르면 수원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현수)는 중국 마카오 등에서 억대 도박을 한 혐의(상습도박 등)로 박순석(71) 신안그룹 회장을 지난 13일 불구속 기소했다.
 
박 회장은 지난 2013년 2∼3월 마카오 모 호텔의 이른바 ‘정킷방(현지 카지노에 보증금을 주고 빌린 VIP룸)’에서 두 차례에 걸쳐 판돈 190만 홍콩달러(당시 환율 약 2억6000만원)를 걸고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서울 자신의 그룹이 운영하는 호텔에서 고스톱 도박을 하던 사업관계자 2명에게 1400만원씩 총 2800만원을 빌려준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박 회장은 대출알선 명목으로 4억여원을 수수하고 증거위조를 교사한 혐의(알선수재 등)로 춘천지법 속초지원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항소심 재판 중이다.
 
검찰은 올 4월 수사에 착수해 참고인과 피의자 조사를 벌인 뒤 이같이 기소했다. 검찰은 또 박 회장에게 돈을 빌린 사업가 가운데 도박 가담 정도가 중한 이모(64)씨를 벌금 300만원에 함께 약식기소 했다.

◆ 정운호 대표, 100억대 상습 도박
 
일부 기업인은 100억원대의 원정도박을 하기도 했다. 검찰은 최근 100억원대 상습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기소된 정운호(50)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실형을 구형했다.
 
정 대표 역시 마카오 정킷방에서 도박판을 벌였다. 정 대표는 ‘정킷방’을 운영하던 국내 폭력조직을 끼고 2012년 3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00억원대의 해외 원정도박을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조사 결과 정 대표는 범서방파 계열 폭력조직 광주 송정리파 행동대장 이모(40·구속기소)씨의 주도로 상습적인 원정도박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부상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대표에 대한 상습도박 혐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별다른 구형의견 없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정 대표 측 변호인은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시장조사 등 목적으로 해외로 출장을 갔던 와중에 지인들의 유혹에 빠져 도박을 한 것”이라며 “비난가능성이 큰 범행을 저질렀지만 범행 동기나 경위 등을 참작해 달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날 최후진술에서 “하루하루 후회하고 반성하며 참회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범행을 깊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정 대표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18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 마카오 ‘정킷방’이 뭐길래?
 
검찰은 지난 3월 범서방파 두목이던 김태촌씨 양아들로 알려진 김모씨를 횡령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던 중 원정도박 혐의점을 잡고 수사를 벌여왔다. 이후 6월 원정도박 브로커 문 씨와 이 씨가 붙잡히면서 수사가 본격화됐다.
 
지난달 22일 마카오에서 정킷방을 운영한 송정리파 행동대원 이씨가 붙잡히면서 수사는 확대됐다. 검찰은 이들을 대상으로 집중 수사를 벌인 끝에 지난달 기업인 원정도박 수사를 마무리했다. 총 33명을 기소했다.
 
검찰은 해운업체 K사 대표, 경비용역업체 H사 대표를 구속기소했고, 경기 광주시에 골프장을 운영하는 M씨 등 기업인 7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또 정킷방을 운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폭력조직 간부 11명과 기업인에게 원정도박을 알선한 브로커 3명 등 총 14명을 기소했다. 이 외에도 프로야구 오승환, 임창용 선수가 마카오 원정도박을 벌인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 장세주 전 동국제강 회장은 회삿돈을 빼돌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상습 도박을 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뉴시스

◆ 장세주 회장, 라스베이거스서 도박

기업인의 해외 원정도박은 이번뿐이 아니었다. 장세주 전 동국제강 회장은 회삿돈을 빼돌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상습 도박을 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장 회장은 2003년부터 최근까지 동국제강 자금 208억원을 횡령해 라스베이거스에서 바카라 도박에 쓰거나 개인 채무를 갚은 혐의 등으로 올해 5월 구속기소됐다. 그는 자신의 일가에게 배당금을 몰아주기 위해 동국제강에 배당을 포기하게 하고, 개인 보유 부실채권을 회삿돈으로 처리하는 등 회사에 약 100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현용선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피고인의 횡령·배임 범행으로 회사가 입은 손해가 총 127억원에 달한다”며 징역 3년6개월과 벌금 1000만원, 추징금 5억10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라스베이거스에서 상습도박 혐의에 대해서는 판돈이나 규모, 도박 지속시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제출되지 않아 상습성을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2010년과 2013년 두 차례 도박 사실만 인정돼 단순 도박죄가 적용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2004년 회삿돈 횡령 등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이때부터 1년도 지나기 전에 파철(자투리 철) 판매대금 88억원을 횡령함으로써 다시 회사에 큰 손해를 끼쳤다. 또 가족의 이익을 위해 디케이에스앤드 등 계열사의 돈 수십억원을 횡령했다”고 밝혔다.
 
기업인들이 이처럼 해외 원정 도박을 벌이는 이유는 언론 등을 통해 얼굴이 알려졌기 때문이라고 전해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인 및 운동선수들이 최근 해외로 나가 도박을 하다가 적발돼 물의를 빚고 있다”면서 “언론 등을 통해 얼굴이 알려져 유명세를 탄 이들은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해외로 나가 도박을 하다가 적발된 것”이라고 말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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