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시스템즈·인터내셔널 합병으로 지배구조 일원화

▲ 사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본격화하면서 주진우 회장의 장남인 사조대림 주지홍 총괄본부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가 탄력을 받고 있다. ⓒ뉴시스
사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본격화하면서 주진우 회장의 장남인 사조대림 주지홍 총괄본부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가 탄력을 받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사조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심으로 꼽히는 사조시스템즈가 지난 1일 사조인터내셔널을 흡수합병하면서 사실상 경영 승계를 마친 주지홍 본부장의 지배력도 더욱 강화됐다.
 
이번 합병으로 인해 사조그룹은 사조시스템즈와 사조인터내셔널로 이원화된 사조산업 등의 주력 계열사 지배력을 한 데 모았다. 사조산업에 대한 지배구조가 일원화됐고 사조산업을 통해 사조인터내셔널이 보유하던 사조비엔엠, 사조대림, 사조해표, 사조씨푸드 등이 사조세스템즈로 귀속된다.
 
이에 사조시스템즈는 사실상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주지홍 본부장이 합병법인의 최대 주주라는 점에서 이번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주지홍 체제 강화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사실상 경영권 확보한 주지홍 본부장 지배력↑
합병법인 사조시스템즈가 비상장사인 탓에 주지홍 본부장의 정확한 지분율은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주지홍 본부장이 최대주주인 것은 사실상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주지홍 본부장이 합병 전 사조시스템즈와 사조인터내셔널 양사의 최대주주였다는 점에서다.
 
더욱이 사조시스템즈가 핵심 계열사인 사조산업의 지분 18.75%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조시스템즈의 자회사가 가진 사조산업 지분 3.0%에 더해 21.75%로 사실상 사조시스템즈가 그룹의 지주사격으로 등극한다. 기존 최대 주주는 19.94%를 보유한 주진우 회장이었다.
 
이에 이미 주지홍 본부장이 사실상 경영권을 확보한 상태였지만 지배구조 일원화 등을 통해 더욱 승계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주지홍 본부장은 연세대 사회학과와 미국 미시긴 앤아버 MBA를 졸업하고 컨설팅업체인 베어링포인트에 재직하다가 2006년 비상자사인 사조인터내셔널에 입사하며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주지홍 본부장은 지난 3월 사조대림·사조오양·사조해표·사조씨푸드 등 주력 계열사의 등기이사에 오르면서 그룹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 경영 수업을 시작했지만 상장계열사 등기이사직에 오른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여기에 사조인터내셔널을 지배하던 주지홍 본부장과 함께 사조시스템즈를 지배하던 동생 고 주제홍 사조오양 이사가 러시아에서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망하면서 사조그룹은 주지홍 본부장 체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주지홍 본부장은 지난해 고 주제홍 이사의 사조시스템즈 지분을 상속했다.
 
이후에도 사조그룹은 주지홍 본부장의 승계를 염두에 두고 계열사간 지분 정리를 꾸준히 단행, 사조시스템즈를 정점으로 사조산업-사조대림-사조오양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지배구조를 완성한 바 있다.
 
또한 주진우 회장은 지난 8월 사조산업 주식 50만주를(10%)를 330억원에 사조시스템즈에 넘기면서 사조시스템즈 최대 주주인 주지홍 본부장의 그룹 지배력을 높여주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당시 이미 사조그룹이 경영권 승계를 끝낸 것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주가 하락 이용 논란 부담은 여전
▲ 주지홍 본부장이 사실상 경영권을 확보한 상태였지만 지배구조 일원화 등을 통해 더욱 승계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조그룹
다만 이 같은 과정이 회사의 실적 악화를 이용해 승계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 아니었냐는 논란이 나오기도 했다는 점은 향후에도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당시 사조산업은 초라한 2분기 성적표를 받아들고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태였다. 사조산업은 2분기 2793억원의 매출과 53억원의 영업이익, 2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절반 가까이 하락하고 적자전환하면서 기대에 못 미치는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사조산업의 주가는 8월 17일 2분기 반기보고서가 공개된 다음 날 9만5100원에서 시작해 6만9200원으로 하루 만에 급락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19일 주진우 회장이 사조시스템즈에 지분을 넘겼다. 이날 종가 기준 주당 거래가격은 6만6000원이었다.
 
따라서 주진우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경영권 승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회사의 실적이 악화된 틈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재벌가 승계 편법 행태 비판도
또한 이번에 합병된 사조시스템즈와 사조인터내셔널이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로 커왔던 회사라는 점에도 역시 비판의 소지가 제기된다.
 
주지홍 본부장이 경영수업을 시작했던 사조인터내셔널의 경우 지난해 전체 매출 192억원 중 103억원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사조시스템즈 역시 126억원 가운데 71억원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두 곳 모두 내부거래 비율이 50%를 상회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의 사례로 거론된다.
 
사조인터내셔널은 식품도매업 등의 사업을 해 왔고 사조시스템즈는 건물임대업과 전산업무 용역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다행히 사조그룹의 자산 규모가 2조원을 넘지 않기 때문에 5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의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는 없다. 하지만 오너 일가가 대부분의 지분을 가진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결국 주요 계열사 지분을 넘겨 경영 승계를 완성하는 구조는 편법적인 부의 축적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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