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오리온·CJ제일제당 등 맛과 품질로 소비자 입맛 잡아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했던가. 그러나 최근 식품업계에서는 1등보다 더 주목받는 2·3등이 있다. 라면시장에서는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오뚜기의 약진이 눈에 띈다. 이 시장의 독보적인 1등 농심의 점유율이 최근 하락세인 반면, 오뚜기는 매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과자시장과 만두시장(냉동식품)에서는 각각 오리온, CJ제일제당이 존재감을 뽐내며 소비자들의 뇌리를 자극하고 있다.
 
▲ 오뚜기가 진짬뽕을 출시하면서 라면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오뚜기

◆오뚜기, ‘진짬뽕’으로 라면시장 선도
 
오뚜기가 라면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오뚜기는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금액기준)에서 지난 2013년 삼양식품을 제치고 올라선 뒤 현재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AC닐슨에 따르면 오뚜기는 지난 9월말 기준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 20.3%를 기록했다. 이 기간 업계 1위인 농심은 62.6%, 3위 삼양식품은 12%를 차지했다.
 
특히 농심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는 상황이어서 오뚜기의 도약은 더욱 도드라진다. 농심의 점유율은 지난 2013년 65.9%에서 2014년 62.4%으로 하락했다. 삼양식품은 2013년 11.6%에서 2014년 13.3%로 올랐다가, 올해 9월 말 12%로 떨어졌다.
 
반면 오뚜기는 지난 2011년부터 상승세다. ▲2011년 9.9% ▲2012년 11.3% ▲2013년 13.6% ▲2014년 16.2% ▲2015년 9월 20.3% 등 해마다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2위 오뚜기의 약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올해 짬뽕라면 출시로 ‘대박’을 터뜨렸다. 오뚜기는 지난 10월 ‘진짬뽕’을 출시해 업계에 돌풍을 일으킨 뒤, 현재 프리미엄 라면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짬뽕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라면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높다.
 
오뚜기 진짬뽕은 출시 50일 만인 지난 3일 1000만개 판매를 돌파했다. 하루 평균 판매량은 20만개다. 경쟁업체들도 잇따라 짬뽕라면을 내놓고 있지만 진짬뽕의 인기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다.
 
오뚜기가 라면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건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 선수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다. 오뚜기는 지난 2013년부터 류현진 선수를 ‘진라면’ 광고모델로 기용해 친밀감을 높였다. 류현진 선수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이라는 단어에 진라면의 제품 개선 이미지를 강조했다.
 
공격적인 가격할인 정책도 오뚜기가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던 요인으로 지목된다. 라면 매출이 70-80%에 달하는 농심, 삼양식품과 달리 오뚜기의 연간 전체 매출 가운데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대 수준이다. B2B 거래 등으로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익성을 갖추고 있어 공격적인 할인 정책으로 마진이 줄더라도 타 사에 비해 부담이 적다는 평가도 나온다.
 
▲ 과자시장에서는 오리온 제품이 중국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오리온

◆오리온, 中시장 2위 굳혀…국내서도 환호받는 이유?
 
라면시장에서 오뚜기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면 과자시장에서는 오리온의 활약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오리온의 국내 매출 순위는 롯데, 해태제과에 이어 3위다. 수년간 2위를 지켜오다가 지난 10월 해태제과에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오리온의 표정은 여유롭다. 국내 매출로는 3위지만 해외 매출까지 더하면 가뿐하게 1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오리온의 올 3분기까지 누적매출은 1조7783억원으로, 롯데제과의 1조7029억원을 앞선다.
 
특히 중국, 베트남 등 해외에서 오리온 과자에 대한 인기가 뜨겁다. 중국 시장에서 매출 1000억원을 넘긴 과자는 ‘오감자’와 ‘초코파이’, ‘예감’, ‘자일리톨’, ‘고래밥’ 등 5가지나 된다. 이 가운데 오감자는 중국에서 올 1~11월 누적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부터 오리온은 중국내 점유율 2위에 오르는 등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중국 과자시장 1위 업체는 미국 껌 회사 리글리다. 오리온은 향후 3년간 중국에서 연평균 10% 안팎의 성장을 전망하고 있으며, 2018년에는 매출이 10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오리온의 중국에서의 안정적인 성장은 현지화 마케팅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초코파이의 경우, 국내의 ‘情(정)’ 대신 ‘仁(인)’을 강조했다. 이는 한국인은 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중국인은 인간관계에 있어 ‘인’을 중요시 한다는 점을 자극한 것이다. 포장 박스도 중국인이 좋아하는 붉은색으로 디자인했다.
 
이같은 마케팅 전략으로 중국내 파이 시장에서 오리온 초코파이는 점유율 40%에 육박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외에도 오리온은 베트남, 러시아 등 현재 약 60개 국가에 진출해있다.
 
해외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최근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 과자류의 과대 포장이 소비자들로부터 큰 파장을 불러온 데 대해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총 21개 제품의 포장재를 축소하고 9개 제품의 양은 늘리는 ‘착한 포장 프로젝트’를 실시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불러왔고, 매출도 상승하는 효과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냉동식품 가운데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두시장에서는 CJ제일제당이 ‘비비고 왕교자’를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 만두시장 비수기에도 ‘잘나가’
 
냉동식품 가운데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두시장. 이 시장의 2위는 지난 2013년까지 CJ제일제당이었다. 당시 1위는 ‘고향만두’로 유명한 해태제과였다. 그러나 2013년 12월 CJ제일제당이 ‘비비고 왕교자’를 출시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시장조사기관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2013년 시장점유율 22.2%를 기록하며 해태제과(23.6%)에 밀려 만두시장 2위에 그쳤지만, 지난해 26.2%로 올라서며 1위를 차지했다. 올해(1~9월)는 32.9% 점유율로 올라서 1위 자리를 더욱 굳건히 했다.
 
반면 2013년 1위(23.6%)였던 해태제과는 작년 21.4%, 올해 19.9%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비비고 왕교자’는 올해 11월 말까지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이 제품은 지난해 매출 300억원을 올렸으며, 올해는 두 배 이상인 700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단기간에 ‘대박’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겨울이 대목’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만두는 겨울 음식이라는 인식이 퍼져있지만, 소비자들은 여름에도 ‘비비고 왕교자’를 많이 찾았다. 이 제품의 올해 6∼8월 월평균 매출은 70억원 수준으로 1월(57억원)보다 높았다.
 
‘비비고 왕교자’의 인기 비결은 차별화된 맛과 품질이라는 게 CJ제일제당의 설명이다. 고기와 채소를 갈아서 만두소를 만들던 관행을 버리고 원물 그대로의 조직감과 육즙을 살렸다는 것이다. 여기에 쫄깃한 만두피와 큰 크기도 한몫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식품업계에서 1위 못지않은 2위, 3위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면서 “맛과 품질이 뛰어난 제품으로 승부를 한다면, 순위가 뒤집어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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