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강남구의 감정 싸움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강남구가 자꾸만 무리수를 두고 있는 듯하다. 사안별로 이해관계가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어디까지나 시민들과 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인데 최근 강남구의 대응법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최근 한 언론의 보도를 통해 강남구청 공무원들이 단 것으로 알려진 댓글을 접하니 절로 실소가 나온다. 일명 ‘셀프 댓글’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는데 강남구청 공무원들은 현대차그룹의 구 한전부지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 사용처를 놓고 서울시와 강남구가 한창 갑론을박을 이어가던 10월~11월경 집중적으로 서울시를 비방하고 강남구를 치켜세우는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비판이 아니라 막말에 가깝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내년 총선 출마 계획이 없다고 밝힌 기사에는 신연희 구청장을 치켜세움과 동시에 별 관련이 없는 구 한전부지 개발의 공공기여금 문제를 거론하는 댓글들이 달렸다. “서울시가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든지 “시의원도 꼴에 정치인이라고”, “자꾸 이렇게 막 나가면 그렇게 좋아하는 정치인 생활 더는 못하는 수가 있다” 등의 댓글들이 총 200개 이상 달렸다고 한다.
 
물론 일부 언론이 신연희 구청장의 지시로 강남구청이 조직적으로 댓글 부대를 운영했다는 주장까지도 펼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진위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신연희 구청장을 비롯한 강남구청 측은 개인들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댓글을 달았다면서 언론들을 상대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하니 이에 대한 판단을 성급하게 내리는 것 또한 오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옛말에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쓰지 말라고 했던가. 각종 정황들은 강남구청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하필이면 댓글들을 단 직원들은 대부분 강남구청의 동일 부서 소속 직원들이었고, 신연희 구청장은 강남구의회에 출석했던 지난 10월 이 댓글들을 활용하기도 했다.
 
적어도 서울시와의 불편한 관계가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는 만큼 강남구청이 더욱 확실하게 소속 공무원들의 행동을 단속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강남구는 이번 셀프 댓글 사건으로 이제 요구할 만한 주장까지도 제대로 펼치기 쉽지 않게 됐다. 서울시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이나 근태 규정 위반을 살펴보기 위해 감사까지 벌일 것이라고 하니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과거에도 강남구청은 신연희 구청장의 강남구 독립론 발언으로 싸늘한 여론을 맞닥뜨린 바 있다. 신연희 구청장이 서울시가 강남구를 배제하고 사업 추진을 강행한다는 이유로 박원순 시장에게 강남특별자치구로 독립시켜줄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다가 강남구가 어떻게 현재의 지위를 얻게 된 것인지부터 생각하라는 뭇매를 맞고 한 발 물러섰다. 이밖에 구 한전부지 지하에 있는 변전소 이전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가 한 발짝 물러서면서 결국 현대차를 볼모로 잡았다는 비난마저 직면해야 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적 위반 소지까지 감내하면서 싸움을 한다면 이겨봤자 별 의미가 없다. 서울시도 강남구도 할 말이 많은 것은 이해하지만 계속해서 촌극이 되풀이된다면 여론은 양자의 정당한 목소리마저 들어주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 분쟁의 과정이 정당해야 비로소 그 결과가 인정받을 수 있다는 원칙을 강남구청이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더 이상 고립을 자초하지 않고 각자가 책임지고 있는 부분을 위해 벌어질 정당한 대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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