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문화사이에 있는 재일동포들의 무대

오는 9월 1일부터 3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재외동포예술인 36명이 참가하는 공연축제가 열린다. 재외동포재단 주최로 열리는 “나 · 한국인? 세계인! 축제”는 재외동포 대중가수 공연을 포함하는 개막식(8/31, 목)을 시작으로, 9월 1일 연극공연, 2일 클래식음악 공연, 3일 무용 및 퍼포먼스 공연으로 국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아울러 세미나와 문화기행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계획되어 있다. 올해로 6회째인 한민족문화공동체대회 “나 · 한국인? 세계인! 축제”는 중국, 미국, 벨기에, 오스트리아,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외동포예술인들의 공연을 볼 수 있는 단독 공연축제이다. 특히 조총련계열의 재일동포 김지석이 이끄는 극단 ‘KJ 액터즈스쿨’ 하나 · 부루나팀의 ‘심청은 누구인가?!’는 일본에서 나서 자란 3,4세대 교포들이 모국에서 우리말로 공연을 한다는 의의를 갖는다. 연극 ‘심청은 누구인가?!’는 한 영화제작사의 회의실을 무대로 펼쳐진다. 영화 ‘심청전’의 제작여부를 놓고 벌어지는 경영진과 스탭들 간의 묘한 갈등을 씨줄로 고전 ‘심청전’의 다양한 변주를 엮어낸다. 영화 ‘심청전’은 희극, 서스펜스, 러브로망스, 영웅서사시, 대하드라마 등으로 탈바꿈을 거듭한다. 경영진과 스탭들은 자신들의 업무 역할을 넘어 심청과 자신의 삶을 결부시키면서 역사의 어둠 속으로 매장되어버린 심청의 진실에 다가간다. 이러한 ‘심청’ 원작의 옷 갈아입기가 관객들에게 파격적인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일대기가 영화화되어 한창 주목받았던 역도산의 예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연예계에서는 ‘재일동포’라는 존재를 밝히고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하는 것은 아직도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일본의 한류붐은 한국과 일본 두 문화 사이에 낀 독특한 존재로서의 ‘재일’을 주목하게 했다. 이번 공연은 재일동포들이 더 이상 아픔과 상처만을 이야기하지 않고 고통과 고민을 넘어 새로운 메시지를 만들 수 있는 기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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