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금리로 시장 외면…내년상반기 재추진 방침

▲ 하림이 팬오션 인수 반 년 만에 인수금융 차환을 시도했지만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팬오션
하림이 팬오션 인수 반 년 만에 인수금융 차환을 시도했지만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림 지주사 제일홀딩스는 하나금융투자와 우리은행 등을 인수금융 주관사로 선정하고 1500억원 규모의 브리지론에 대한 차환(리파이낸싱)에 나섰지만 결국 사실상 무산됐다.
 
하나금융투자는 5%대 금리로 빌린 1500억원을 3%대로 낮추는 차환을 주선했지만 시장의 외면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하림그룹은 팬오션 유상증자에 8500억원, 팬오션 회사채 인수 1580억원 등 총 1조원 가량을 투입해 팬오션 경영권을 인수했다. 당시 지주사 제일홀딩스는 회사채 인수 대금을 신한은행·하나금융투자 등 금융권으로부터 만기 9개월의 브리지론 형태로 조달했다.
 
브리지론은 급히 자금이 필요할 때 일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방식이다. 즉, 하림그룹은 이 1500억원 가량을 조달할 때 최대한 빠른 상환을 염두에 뒀다는 얘기다.
 
팬오션의 올해 9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5600억원에 달한다. 하림 측은 이에 1500억원의 브리지론 조달 당시 차주 측에 인수 후 팬오션의 내부 현금으로 이를 즉시 상환하겠다고 약정한 바 있다.
 
하지만 하림 측은 해운 업황이 저점일 때 오히려 선박에 대한 추가 투자 등 공격적 영업이 필요하다는 경영상 판단을 내리고 1500억원을 빠르게 상환하는 대신 조기에 만기 연장 또는 차환에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조기 차환 계획이 시장의 외면을 받으면서 하림의 공격적인 영업 계획도 당분간은 검토가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상환을 약속했던 하림그룹과 인수금융의 강자로 꼽히는 하나금융투자가 무리한 조건을 밀어붙였다가 시장의 외면을 받은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5%대의 금리를 공기업 수준인 3%대로 차환하겠다는 계획이 애초부터 무리였다는 얘기다. 당초 조기 차환 계획이 알려질 당시에는 하림그룹이 4%대의 금리로 시장을 두드릴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특히 하나금융투자가 MBK파트너스(1조2000억원)과 하림(1500억원)에 이어 삼양사(2700억원)의 인수금융 차환까지 실패하면서 하나금융투자로서도 체면을 구기게 됐다.
 
연내 차환이 사실상 무산된 하림은 내년 상반기 차환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금리는 이번에 추진했던 3%보다 높은 4%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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