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연내 처리해야” - 野 “기간제법·파견법 안 돼”

▲ 청와대와 정부의 지대한 관심 속에 노동5법 처리가 정치권의 새로운 이슈로 떠올라 여야 간 2차 입법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지난 3일 5개 쟁점법안을 비롯해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최종시한까지 정치권 내 기 싸움이 끊이지 않았던 데 이어 남은 경제 관련 법안은 물론 노동법 처리를 두고 여야가 벌써부터 2라운드에 돌입했다.
 
이 중에서도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에 대해선 휴일인 지난 6일부터 청와대에서 안종범 경제수석이 기자실을 직접 찾아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과 노동시장 불확실성 해소,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금년 중에 반드시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어 이미 주목돼 왔다.
 
하루 뒤인 7일엔 오전부터 이기권 노동부장관까지 국회를 직접 방문해 노동5법 처리를 요청한 데 이어 오후엔 청와대 측에서 여당 지도부와 회동을 갖고 거듭 노동법 연내 처리 등을 강조하면서 노동법안 처리는 여야 간 연말 정국의 마지막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와 관련해 갈 길 바쁜 정부여당은 야당을 향해 노동법 연내 처리에 협조해 줄 것을 촉구하는 한편 노동법을 처리할 임시국회 역시 오는 9일 정기국회가 끝나자마자 바로 다음날인 10일부터 개회하자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 반면 야당은 여야 합의문에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고만 했을 뿐 언제 연내 처리하자고 명시되지 않은 점을 들어 신중한 처리가 필요하단 입장을 밝히고 있어 연내 처리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政靑 “청년 고용절벽, 노동5법 통과 외에 돌파구 없어”
 
전날 청와대에서 서비스산업기본발전법과 원샷법 같은 경제활성화법은 물론 노동개혁 5개 법안에 대해서도 연내 처리할 것을 국회에 당부한 가운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7일 이례적으로 국회를 방문해 연내 노동5법을 통과시켜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7일 이례적으로 국회를 방문해 연내 노동5법을 통과시켜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개혁 5대 입법이 이뤄진다면 청년일자리가 늘어나고 비정규직 규모가 줄어들며 양극화도 개선될 것”이라며 “5대 입법이 연내 통과되지 않으면 내년 총선 등 정치일정상 자동 폐기되고 노동개혁은 좌초될 것”이라고 연내 처리 당위성을 역설했다.
 
정부여당이 연내 처리를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 법안은 근로기준법, 파견법, 기간제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으로 5개인데 이 중 기간제법과 파견법은 야당과 이견 차가 큰 상황이라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이를 의식했는지 “비정규직 법안을 제외하고 다른 법안들만 통과될 경우 정규직 보호만 강화돼 노동시장 격차가 확대된다”며 “5대 입법은 반드시 함께 처리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도 노동법 통과에 사활을 건 듯 7일 오후 여당 지도부와 50분간 가진 청와대 회동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를 향해 “우리 아들딸한테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부모세대한테는 안정된 정년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라서 참 급하다”며 “이것도 늦어지면 다 죽고 난 다음에 살린다고 할 수 있겠냐”라고 조속한 처리를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경제활성화와 노동개혁 법들을 열심히 해서 한발씩 뛰다보면 어느새 우리 경제가 살아나고 국민들 삶도 풍족해지고, 가계부채 문제도 일자리가 많이 생기면 자연히 해소되고 풀려나가는 것 아니겠냐”며 “선거라든가 공천이라든가 다 중요하지만 결국은 우리 정치권, 또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도 첫째는 국민의 삶”이라고 뼈 있는 말을 던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동을 가진 이유와 관련해 “국민 경제가 지금 굉장히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기 때문에 끝까지 고생을 더 해주셨으면 해서 이렇게 뵙자고 한 것”이라며 “경제 살리기도 골든타임이 있는데 그걸 놓쳐버리면 기를 쓰고 용을 써도 소용이 없다. 마지막 19대 국회 때 해야 될 것을 마무리해 경제에 든든한 뒷받침을 꼭 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렇듯 관계부처 장관의 국회 기자회견과 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회동에 이르기까지 노동법 연내 처리를 위한 총공세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비쳐봤을 때 8일 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할 국무회의에서도 이와 관련한 강도 높은 발언이 나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與 “野 노동개혁 법안 논의, 즉시 착수해야”

 
이런 가운데 노동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간 공방도 날로 거세어지고 있다.

앞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라의 중병을 치료할 기초 수술이 노동개혁”이라며 “야당은 노동개혁을 노동개악이라 주장하는데 노사정대타협을 이뤄낸 분들이 악법을 만들어내는데 앞장섰다는 건가”라고 질타했다.
 
특히 김 대표는 논란이 되고 있는 기간제법과 파견법과 관련, “야당이 비정규직을 더 늘릴 거라고 주장하는 기간제법은 현장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대거 찬성하는 법안”이라며 “파견법도 야당이 산업현장을 찾아가면 이걸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알 것”이라고 야당에 반박했다.
 
하지만 ‘노사정 대타협’에 노조 측 대표로 참석했던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조차 지난달 20일 기간제법과 파견법은 노사정 대화 시 타협한 내용이 아니라며 정부여당의 강행 추진에 대해 크게 반발하며 ‘노사정 탈퇴’까지 거론한 바 있어 김 대표가 야당에 내세운 ‘노사정 대타협안’이란 명분이 빛을 잃었다.
 
그럼에도 원유철 원내대표까지 이 자리에서 김 대표를 도와 “노동5법은 근로자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노동개혁 법안은 양당이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하기로 한 만큼 즉시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야당에 촉구했다.
 
원 원내대표는 내년부터 실시되는 60세 정년 의무화 조치까지 언급하며 “고용절벽 현실화가 심각하게 우려된다. 이제 시간이 (올해 말일까지)20여일 남았는데 노동개혁 법안 협의를 시작해 연내 처리를 하기로 한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듯 그는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와 논의해 도출한 합의안을 이행하란 취지로 노동법 연내 처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야당 측에선 합의안에 ‘연내’ 처리한단 부분은 없었다며 노동5법 중 2개 법안을 ‘비정규직 양산 법안’으로 규정해 거부하고 있다.
 
이 같은 야당의 움직임에 대해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위 위원장인 이인제 최고위원은 “일부에선 5개 법안 중 몇 개는 되고 몇 개는 안 된다고 하는데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다. 5개 법안은 하나로 뭉쳐진 법안”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어 “문재인 야당 대표도 노동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며 “야당에서도 노동 관련 법안을 여러 개 제출해놓고 있는데 이제 즉시 논의를 개시하고 필요하다면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언론을 통해 생중계 되는 방식으로 모든 문제점을 치열하게 토론해야 한다”고 제의했다.
 
아울러 김정훈 정책위의장 역시 “노동개혁 5대법안은 청년과 장년,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를 위한 상생법”이라며 “야당은 여야 합의를 준수해서 즉시 노동 5법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 野 “與 노동법 개정안, 양극화 확대하는 법”
 
반면 새정치연합은 같은 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동법 연내 처리’를 주장하는 여당을 향해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강행하는 노동법개정안은 중산층을 무너뜨리고 양극화를 확대하는 법 추진”이라며 “우리 당이 제안한 4대개혁안, ‘동일노동, 동일임금, 동일처우’ 명시, 구직수당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비정규직 제도 4대 개혁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유 최고위원은 “법인세 인상, 초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인상 등 경제 민주화를 주장하는 야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며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노동자의 힘을 빼는 노동개악이 아니라 노동자에게 힘을 주는 노동개혁을 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뒤이어 추미애 최고위원도 “청와대가 어제 ‘노동법을 연내 처리해야 한다’ 이렇게 민심과 다른 어깃장을 놓았다”며 “대통령 주변에 민심을 왜곡하고 직언하지 않는 사람만 모여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추 최고위원은 이어 “‘비정규직 법안’을 ‘비정규직 고용안정법’이라고 이름을 바꿔 부르고 있다”며 “도대체 비정규직사용기간을 현재 2년에서 추가해서 배로 연장하는 것이 비정규직고용안정이란 어불성설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이번과 같은 추가 연장 시도를 했었다가 저지됐던 과거를 상기시키며 “박근혜 정부에서 다시 고용안정법으로 둔갑시켜 재시도 하고 있지만 비정규직에겐 절망 뿐”이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또 추 최고위원은 “정부는 계약직보다 신분과 임금이 불안정한 파견근로를 제조업과 전문직으로 전면 확대하려 하고 있다”며 “숙련공이 필요한 제조업과 전문 직종에 대해선 결코 파견근로로 가선 안 된다”고도 호소했다.
 
그는 “잘 아시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산재사고율이 OECD 국가 중 제일 높아 산재사고율 1위의 불명예국가”라며 “파견근로를 확대하려는 뿌리산업 이른바 금형, 주조, 용접산업은 높은 숙련도가 요구되는 기술직인데다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을 담보하고 있고 이것이 보호 장치가 없다면 산재사고가 많은 현장이기 때문에 높은 산재사고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이 이렇게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오후 청와대 회동 뒤 빠르게 행동에 들어간 여당은 정기국회 종료 직후인 10일부터 연말 임시국회를 열기로 결정하고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단독으로 국회에 제출해 ‘노동법 처리’를 둘러싼 야당과의 격돌이 예고됐다.
 
임시국회가 당장 10일부터 개회될 경우 내달 8일까지 30일간 이어질 예정인데 여당은 연내 법안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노동법 처리와 관련해 내년 1월까지 지연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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