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사태, 결국 대리점 생존 위기로 내몰아

▲ 이른바 ‘남양유업 방지법’으로 불리는 ‘대리점거래 공정화법’ 제정안이 지난 2일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일부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한편,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시사포커스DB
이른바 ‘남양유업 방지법’으로 불리는 ‘대리점거래 공정화법’ 제정안이 지난 2일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일부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한편,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일상적인 경영활동에까지 법의 잣대를 들이밀어 과잉 입법이라는 지적이 일면서다. 더구나 이 법으로 인해 대리점 시장이 위축될 우려도 제기되는 등 남양유업의 ‘갑질’로 인한 대리점의 피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일 ‘대리점거래 공정화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2013년 남양유업 본사의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 및 욕설 등의 녹취파일이 공개된 후, 대리점에 물량 떠넘기기를 자행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대리점들에 대한 본사의 갑질을 근절한다며 발의됐던 해당 법안이 2년 6개월 만에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여야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을 놓고 막판까지 대립을 거듭하다가 결국 양당 지도부의 합의를 통해 법제화에 성공했다.
 
◆‘남양유업법’, 대리점 보호 위해 도입
 
대리점거래 공정화법은 ‘물량 밀어내기’, ‘영업비용 전가’ 등 불공정거래로 대리점이 피해를 입게 되면 최대 3배 이내에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여기에 매출액 3%까지 과징금도 부과할 수 있게 되며, 대리점 사업자가 단체를 구성하는 것을 허용하고 협의권을 부여해야 한다. 본사와 대리점의 관계를 하도급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대리점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이에 따라 표준 대리점 계약서를 사용해 본사와 대리점이 대등한 지위에서 공정한 계약을 맺도록 하고, 거래 거절이나 판매 목표 강제, 반품 금지 등 불공정 거래 행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또 본사가 대리점 계약을 해지할 때 절차와 요건을 규정해 정당한 이유 없이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일단 정치권 및 업계 일부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일명 ‘남양유업법’은 기존의 공정거래법이 대리점 거래에 있어서 본사의 ‘갑질’을 효과적으로 규제하지 못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입법 필요성이 제기됐던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로써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물품의 구입 강제행위, 경제상 이익제공 강요행위, 불이익제공 행위 등 ‘갑’인 대기업의 횡포로부터 ‘을’인 대리점주에 대한 보호가 강화됐다”고 강조했다.
 
◆과잉 입법·대리점 위축 등 우려섞인 시선도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우선 업계 일부에선 법이 과도하게 개입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상적인 경영활동에까지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게 현실과 동떨어진 과잉 입법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공정위가 시행 중인 고시만으로도 납품 대금의 2배에 달하는 과징금, 형사처분이 가능한데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물리는 징벌적 배상이 추가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 이 법으로 인해 대리점 시장이 위축될 우려도 제기되는 등 남양유업의 ‘갑질’로 인한 대리점의 피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 사진/시사포커스DB

최근 내수 시장 침체 등 경영환경이 어려워 제조사나 대리점 모두가 어려운 상황인데, 어느 한쪽의 입장만 반영되는 건 자칫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과징금과 배상 책임까지 지운 것은 명백한 이중 처벌”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대리점주가 단체협약권을 갖는 것도 논란거리다. 법을 악용하는 상황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근로자가 아닌 개인 사업자인 대리점주들이 단체협약권을 가지면 ‘담합권’으로 악용될 수 있는 만큼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대리점주들의 피해다. 과도한 제재 조치는 향후 대리점 시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기업 본사가 제재를 우려해 상품을 고객에게 직접 파는 직영 방식을 강화하거나, 대형마트 납품을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직거래하게 되면 대리점 영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리점을 위한 법을 마련했지만, 오히려 직영점이 늘어나고 대리점이 축소될 우려도 없지 않다”며 “한 회사의 잘못된 행태가 아직까지도 대리점에 피해를 주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남양유업 사태…기업 ‘갑질’ 사회문제 대두
 
지난 2013년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남양유업 싸가지 없는 직원’이라는 제목의 음성파일이 올라왔다. 남양유업 영업관리 소장이 한 대리점주에게 ‘밀어내기’를 강요하는 내용이었다.
 
해당 파일을 재생해보면 “핑계 대지마. 당신이 한 게 뭐 있어. 잔인하게 해줄게” “(제품) 버리던가. 망해. XXX아. 대리점장으로 할 얘기냐 XXX아?” “얼굴 보면 죽여버릴 것 같으니까. XX아 자신 있으면 들어오던가. 맞장 뜨든지….” 등의 욕설이 담겨 있다.
 
이같이 반말과 욕설을 서슴없이 내뱉은 건 당시 34세의 남양유업 영업관리 소장이었고, 존대를 하며 쩔쩔 맨 건 56세의 대리점주였다. 이후 사회 전반에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남양유업이 ‘밀어내기’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때가 처음이 아니다. 남양유업은 강매행위로 인해 2006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고, 2009년 손해배상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2013년 초에는 남양유업피해자협의회가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밀어내기(강매)’, ‘떡값’, ‘리베이트’ 등을 강요하며 수익을 챙겼다고 주장하면서 남양유업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기도 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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