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중 인상 유력…산업계 표정 제각각

▲ 2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국 연준 의장은 워싱턴D.C.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너무 오래 기다리도록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지난해 10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이하 연준)이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하면서 가능성이 제기됐던 미국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신호가 감지되면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2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국 연준 의장은 워싱턴D.C.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너무 오래 기다리도록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옐런 의장은 “금리 정책 정상화의 시작을 너무 오래 미룰 경우 경제 과열을 막기 위해 급작스럽게 긴축 정책을 취해야 할 상황에 빠지게 되고 이는 금융시장의 혼란은 물론 예기치 않은 경기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옐런 의장은 양적완화 종료 선언 이후 수 차례 금리 인상과 관련된 발언을 내놨지만 이처럼 확실한 메시지를 던진 것은 처음이다. 특히 지난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가 인상되지 않으면서 12월 금리인상설에 무게가 실렸던 상황에서 옐런 의장의 이번 발언이 나오자, 시장에서는 사실상 12월 중순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다만 옐런 의장은 “12월 회의까지 경제 전망과 관련된 추가 지표들을 확인할 것”이라며 “향후 데이터가 금리인상 시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에 4일 발표될 미국의 11월 비농업 고용지표나 물가, 실업률 등 경기지표의 상황에 따라 금리 인상이 해를 넘길 가능성도 아직은 남아 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옐런 의장이 미국 경제에 자신감을 표현한 만큼 이미 금리 인상 준비를 완료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시장전문가들을 상대로 조사를 한 결과, 12월에 금리가 오를 확률이 92%라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 즉각 반응…당분간 등락 거듭할 듯
FOMC는 오는 15~16일(현지시간) 정례회의를 연다. 아직 일주일 가량 남았지만 옐런 의장의 발언이 나오자 국내 증시가 휘청이는 등 즉각적인 반응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5.22p(0.76%) 내린 1994.07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데다가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의 추가 양적완화 통화정책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달러화 강세 예상 강도가 높아지자 외국인들과 기관들의 투자 심리가 악화된 탓이다.
 
이날 외국인은 2586억원어치를 내다 팔며 이틀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다. 기관 역시 14거래일 만에 매도세로 돌아서며 76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업종별로도 대부분 하락세를 기록했다. 의료정밀(-3.85%)의 하락폭이 가장 컸고 섬유·의복(-1.43%), 유통업(-1.40%), 기계(-1.23%), 은행(-1.17%), 금융업(-1.13%), 보험(-1.10%), 화학(-1.03%) 등도 하락폭이 적지 않았다.
 
대장주 삼성전자가 0.77% 하락하는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대부분 떨어졌다. 한·중 FTA 비준 동의안 통과의 효과를 봤던 아모레퍼시픽(-2.46%)을 비롯, 삼성물산(-2.00%), 기아차(-1.99%), 현대모비스(-1.23%) 등의 하락폭도 상대적으로 컸다.
 
증시 전문가들은 FOMC 정례 회의 등과 같이 중요한 이벤트가 아직 남아 있는 만큼 당분간 코스피가 1950~2000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분양 폭탄 느는 건설업계 ‘불안’
산업계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국내의 저금리 기조와 대출 장려 정책으로 가계부채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미국의 금리 인상이 우리나라 금리에도 영향을 미칠 경우 건설업계가 적지 않은 피해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자금이 저금리 기조의 우리나라보다는 미국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막기 위해 한국은행은 미국 금리 인상에 맞춰 우리나라 금리를 함께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역대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가 유지되고 정부가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대출 장려를 권장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율이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금리가 다시 올라갈 경우 적지 않은 시간 내에 가계부채 부실화 정도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가계부채 억제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해 왔다. 가계부채 부실화 정도가 심화될 경우 분양 시장이 얼어붙을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가뜩이나 정부가 대출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미분양 아파트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미국 금리 인상은 건설업계에 또 하나의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한국은행(총재 이주열·사진)은 미국 금리 인상에 맞춰 우리나라 금리를 함께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시사포커스DB
◆신흥국 비중 높은 수출 기업들도 ‘흐림’
우리나라 경제가 수출의존도가 높은 만큼 수출 위주 기업들도 타격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신흥국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달러화 강세가 신흥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과거 미국 금리인상 시기에 한국을 비릇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초엔저로 수출은 감소하는데 외화만 유출돼 외화 유동성 위기를 겪기도 했다.
 
철강분야는 수출전망이 밝지는 않다. 장기화되는 저유가 현상에 미국 금리 인상까지 이어지면 셰일가스와 송유관 산업에 대한 투자가 급감하는 등 철강수요 감소가 예상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철강업이 에너지산업의 현재 동향에 의존하는 만큼, 부정적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계분야 역시 설비투자 위축으로 수출 둔화가 예상된다. 달러화 강세에 따라 농산물 가격 하락이 야기돼 관련 기계수출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원유 및 광물가격 하락으로 주요 에너지산업이 침체되며 관련 기계류 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유가 기조로 발주가 크게 줄면서 피해를 봤던 조선업계 역시 미국 금리 인상은 악재로 여겨진다.
 
◆미국 경기 회복, 오히려 호재될 수도
반면 은행업이나 보험업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저금리 기조 속에서 악화됐던 수익성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실제 과거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경우는 지난 2004년 11월 1회뿐이다. 적어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게 줄어드는 만큼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리 관련주인 보험업 역시 마찬가지다.
 
김진상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사이클의 마감은 은행의 순이자마진(NIM) 회복, 보험사의 이자마진과 투자수익률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경기 회복에 따라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대기업들은 수출 전망이 오히려 밝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북미 지역에서 일정 이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전자 대기업이나 현대차와 기아차 등 자동차 업계가 수혜주로 거론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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