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다운증후군 앓는 아들 버린 부부, 4년 만에 덜미 잡혀

"경제적으로 힘들지는 않았지만 정신지체아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이 너무 냉담했습니다." 4년 전 선천성 다운증후군(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정신지체)을 앓고 있는 4살 배기 둘째 아들을 버렸다가 9일 경찰에 붙잡힌 이모(34.회사원.남원시 거주)씨 부부는 "할말이 없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부부는 각각 준 공무원 신분인 공사 직원과 보험회사 영업사원으로 경제적으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으나 월급쟁이 수입으로 특수교육까지 시키며 키울 자신이 없고 동네에서 따돌림 받는 둘째 아들이 늘 마음에 걸려 아이를 맡아줄 시설을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장애복지시설들의 입주 조건은 부모가 없는 경우거나 영세민 자식으로 한정돼 있었다. 결국 아이를 버리기로 결심한 이들은 지난 2000년 4월 초순 '놀러 가자'며 아이를 승용차에 태운 뒤 2시간 가량 달려 장애인 복지시설인 익산시 영산원 정문 앞에 내려놓았다. 부인은 남편 몰래 '정말 죄송합니다. 성은 이씨, 생일은 4월 29일'이라는 쪽지를 아이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채 되돌아 왔다. 그러나 이들의 유기 행각은 취학통지서가 결정적 단서가 되면서 들통났다. 이씨 부부는 지난해 1월 둘째 아이의 취학통지서가 날아오자 그제서야 가출신고를 했고, 경찰은 실종과 신고 시점이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을 수상히 여겨 이들을 추궁했다. 이씨는 경찰이 가출 경위 등을 집요하게 따지는 등 수사망이 좁혀오자 평소 마시지 않던 술을 자주 찾는 등 고통스러워하다 이날 모든 사실을 털어놨다. '저능아를 키우는 것이 힘들고 창피해서...'라고 변명하는 이들 부부의 무거운 표정을 4년 만에 다시 부모 품으로 돌아온 아이의 천진난만한 얼굴이 대신했다. 경찰은 이날 아버지 이씨를 아동복지법 위반(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김씨는 불구속입건 했다. 경찰 관계자는 "영산원에서 아이를 만나보았는데 아주 해맑은 모습이었다"며 "버려진 아이가 제대로 자랄 수 있을 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 이성심 기자 lss@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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